'사기당했다!' FA로 나갈걸 장기 계약 괜히 맺었나…피츠버그 '올스타 에이스' 역투에도 9연패, 어느덧 시즌 21패 페이스

[SPORTALKOREA] 한휘 기자=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파이리츠 소속 투수들의 불운은 비단 폴 스킨스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피츠버그 선발 투수 미치 켈러는 1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NC 파크에서 열린 2025 MLB 정규시즌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8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4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2회까지 호투한 켈러는 3회에 선취점을 내줬다. 무사 1루 상황에서 닉 포테즈에게 좌월 투런포(2호)를 맞았다. 이어 4회에는 2사 2루 상황에서 에릭 와가먼에게 중전 1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중견수 오닐 크루스가 홈으로 강하게 송구했으나 살짝 부정확했다. 설상가상으로 포수 헨리 데이비스가 공을 물러나서 잡다가 뒤로 빠뜨렸다.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5~6회 실점 위기를 연달아 넘긴 켈러는 7회부터 라이언 보루키에게 배턴을 넘기며 등판을 마쳤다. 조금 흔들리긴 했어도 QS를 달성하며 나름 제 몫은 했다. 그러나 결과는 패전이었다. 피츠버그가 타선의 침묵 속에 2-3으로 완패하며 켈러는 시즌 9패(1승)째를 떠안았다.

켈러는 2달 넘게 승리와 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3월 29일 마이애미전에서 6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된 것이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 승리다. 이후 13번의 등판에서 승리 없이 패배만 9개를 적립했다.

켈러가 못 던지는 것도 아니다. 14경기 82⅓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4.15, WHIP(이닝당 출루 허용) 1.28 등을 기록했다. 'A급'은 아니어도 부진하다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타선이다. 올 시즌 피츠버그 타선은 전미 최악을 두고 경쟁하는 수준이다. 팀 OPS가 고작 0.649로 내셔널리그(NL)에서 콜로라도 로키스(0.643) 다음으로 낮다. 팀 득점(218점)도 MLB 전체에서 뒤에서 2등이다.

자연스레 켈러를 위한 득점 지원이 적을 수밖에 없다. 켈러는 이번 마이애미전에서도 단 한 점의 지원도 받지 못했다. 피츠버그가 뽑은 2점은 모두 켈러가 마운드를 내려가고 나서야 나왔다.

켈러는 올 시즌 14경기에서 단 19점을 지원받는 데 그쳤다. 9이닝당 득점 지원은 고작 2.08점으로 MLB 전체에서 가장 적다. 켈러가 마운드에 서는 날이면 피츠버그 타선이 상대팀 선발 투수를 스킨스 수준의 에이스로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이날도 마찬가지다. 이날 마이애미의 선발 투수는 샌디 알칸타라였다. 한때 사이 영 상을 받은 선수지만, 부상 복귀 후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89로 부진했다.

그런데 그런 알칸타라를 상대로 피츠버그 타선은 6회까지 3안타 1볼넷 무득점으로 침묵했다. 덕분에 알칸타라는 4월 13일 워싱턴 내셔널스전 이후 2달여 만에 시즌 3번째 승리를 따냈다. 타선이 아군이 아닌 적군의 승리를 도운 셈이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켈러는 자칫하다간 이런 불운을 3년 반이나 더 겪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켈러는 2022시즌 몰락한 피츠버그의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2023시즌에는 32경기 13승 9패 평균자책점 4.21로 분전하며 NL 올스타에도 뽑혔다. 이에 피츠버그는 2024시즌을 앞두고 켈러와 5년 7,700만 달러(약 1,055억 원)의 장기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지난 시즌에도 31경기 11승 12패 평균자책점 4.25로 승보다 패가 많았다. 올 시즌은 한술 더 떠 역대급 패전 페이스를 쓰고 있다. 시즌 21패 페이스다.

켈러가 만약 장기 재계약을 맺지 않았다면 올 시즌을 끝나고 FA 자격을 얻을 예정이었다. FA로 시장에 나서거나, 혹은 그 전에 피츠버그가 켈러를 트레이드 카드로 쓸 수도 있었다. '탈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일찌감치 맺은 장기 계약 때문에 켈러는 침몰한 해적선에서 조금 더 고통받아야 한다. 보통 대형 장기 계약은 선수와 에이전시가 구단을 상대로 소위 '사기를 친다'는 표현이 자주 나오는데, 켈러는 반대다. 이 정도면 피츠버그한테 사기당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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