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이 된 거 같다 했더니 김택진 구단주가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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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0일 광주 KIA전, NC는 4-5로 패했다. 9회말 밀어내기 볼넷으로 끝내기 점수를 내줬다. 모두가 NC의 2025년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불과 9경기를 남기고, 5위와의 거리는 3경기까지 벌어졌다. 가을 야구를 꿈꾸기 어려운 격차였다.
기적이 벌어졌다. NC는 시즌 마지막을 9연승으로 장식했다. 선수단 누구 하나 몸을 사리지 않고 투지를 불살랐다. 최근 한 시상식을 마치고 만난 이호준 NC 감독은 “제가 원하던 야구, 제가 원하던 분위기가 나왔다”고 연승 기간을 돌아봤다. 이 감독은 “시즌 끝나고 순위표가 나오면 올해 우리 팀 점수는 몇점인지 판단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는 게 우선이었다. ‘5위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사실 없었다. 그런데 선수들이 먼저 뭉치는 게 눈에 보였다. 잘하면 끝날 때까지 다 이길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5강 막차를 탄 NC는 와일드카드 1차전까지 이겼다. 그러나 이 감독은 웃지 못했다. 경기 후 트레이닝 파트에서 받은 보고가 절망적이었다. 포수 김형준의 손바닥뼈가 부러졌다. 마무리 김진호는 허리가, 필승조 김영규는 어깨가 아팠다. 김진호는 침을 맞고 오겠다고 했다. 김영규도 주사를 맞고 던지겠다고 했다. 사령탑이 말렸다. 그동안 쌓인 애틋하고 짠한 감정이 복받쳤다. 이튿날 2차전을 앞두고 이 감독은 회견장에서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프로야구에 가장 이름난 ‘상남자’가 눈물을 보인 순간이었다.
이 감독은 “올해만 야구 경기를 할 것도 아닌데, 감독은 말리는 것 말고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한번 감정이 올라오니까 경기 시작하고 나서도 한 3회까지 사실 진정이 잘 안 됐다. 그런 걸 보면 내가 초짜이긴 한 것 같더라”며 웃었다.
이 감독은 감독 부임 후 팀 문화를 가장 강조했다. 잘되는 팀은 특유의 문화가 있다는 걸 야구 인생을 통해 체득했다. 현역 시절 SK(현 SSG) 왕조의 4번 타자로 활약했고, NC에서는 주장으로 신생팀 돌풍을 이끌었다. 지도자 변신 후에는 LG 코치로 우승을 경험했다. 감독 부임 일성으로 “불만이 있더라도 경기장 나와서 유니폼을 입으면 티를 내지 말라. 정 하고 싶은 말은 감독실 와서 직접 하라”고 했다. 정말로 찾아온 선수가 있었느냐고 했더니 “두어 명 정도 있었다. 불만이라기보다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려고 왔었다. 하지만 타협은 안 했다. 해야 할 이야기를 정확하게 했다”고 했다.
사실 누구보다 스트레스가 큰 이는 이 감독 본인이었다. 준비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코치와 감독의 시야는 또 달랐다. 선수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도 없었다. 이 감독은 “50%는 나를 이해해 줄 거고 50%는 또 내가 엄청 밉고 싫지 않겠는가. 나도 선수 때 그랬다. 감독 되면서 모두가 행복한 야구를 생각했지만, 그건 안 되는 거더라. 그래도 믿고 따라와 준 선수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감정 조절도 쉽지 않았다. 경기 중 화를 내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고스란히 잡히기도 했다.
이 감독은 “방송으로 안 나간 게 사실 훨씬 더 많다”면서 “코치들한테 화를 많이 냈다. 옆에 있는 서재응 수석코치한테 험한 소리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했다. 감독 부임 후 점점 더 성격이 나빠지고 있다는 걱정도 했다. 이 감독은 “한번은 김택진 구단주님과 식사 자리에서 ‘제가 폭군이 된 것 같다. 화를 잘 참지를 못한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구단주님이 그래도 웃으면서 ‘시간이 해결해 줄 거다’라고 하시더라”고 웃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힘들었던 감독 첫 시즌을 보냈다.
코치진과 선수들 외에도 고마운 이들이 많다. 이 감독은 “민동근 운영팀장과 권태은 데이터팀장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이 감독은 “제가 화를 낼 때마다 민 팀장이 와서 ‘참으셔야 한다’며 여러 번 진정을 시켜줬다. 스카우트팀장 출신이라 어린 선수들 장단점에 대한 조언도 많이 구했다. 권 팀장은 딱 데이터를 가지고 와서 이야기를 한다.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초보 감독으로서 시행착오를 거친 이 감독은 내년엔 팀도 자신도 더 강해지길 기대한다.
최근 끝난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는 대단히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했다. 경기장 한 곳에 배팅 케이지만 7군데를 설치해 놓고 혹독하게 몰아붙였다. 코치들이 “현역과 코치 생활을 통틀어 가장 힘들었다”고 혀를 내두를 만큼 강훈련이었다. 이 감독은 “더는 못 치겠다 싶을 때 한 번 더 방망이를 돌려보고 거기서 얻는 느낌을 선수들이 느꼈으면 했다”고 말했다. 더 나은 내년을 위한 기초공사였던 셈이다.
감독으로서 첫 시즌을 마친 이 감독은 “올해는 감독 때문에 5패는 한 것 같다. 그 5패가 없었다면 정규시즌도 3위 정도는 했겠더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년 목표도 3위로 잡았다.
이 감독은 “올해보다 2단계는 더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기대 못한 선수들이 튀어나와 준다면 더 위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심진용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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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작성일 2025.12.08 2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