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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옛이 남긴 마지막 말 "심판들부터…" 그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귀담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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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옛이 남긴 마지막 말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거스 포옛 감독은 따로 만나서 인터뷰하기 쉽지 않았다. 시즌 내내 여러 매체가 신청했지만 대부분 고사했다. 그런데 한국을 떠난다는 보도가 나온 뒤 우연히 포옛 감독을 마주쳤다.

6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현대가 광주FC를 꺾고 코리아컵에서 우승한 직후, 3층 기자석에서 지하 기자회견실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였다. 다른 기자들이 대부분 계단을 택할 때 승강기 앞에서 잠시 기다렸더니 문이 열리고 포옛 감독이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다. 우승 세리머니에 동참하러 내려가는 중이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려가는 동안 짧은 대화를 나눴는데, 포옛 감독은 우승으로 흥분한 상태였다. 축하한다는 말에 이어 "전북에 남을 거냐"고 물었다. 포옛 감독은 즉답을 피하며 "수백만 달러라면 모르겠다"는 농담으로 말을 돌렸다.

하지만 이어진 말을 통해 떠날 생각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이 리그가 발전하려면 심판들부터 싹 바꿔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라는 말을 특유의 큰 목소리로 수 차례 반복하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이후 포옛 감독과 전북의 사임 논의가 마무리되고 8일 결별이 공식 발표됐다. 구단은 '팀 운영의 핵심 역할을 맡으며 16년간 함께 한 타노스 코치의 사임으로 심리적 위축과 부담을 느꼈다'는 점과 '사단 체제로 운영하며 자신의 지도 시스템을 구축해 온 감독은 지도력의 안정성 저하 등을 우려했다'는 점을 사유로 밝혔다. 타노스 코치는 올해 K리그 최대 사건 중 하나였던 인종차별 논란으로 5경기 출장정지 등의 중징계를 받은 뒤 먼저 사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어차피 해외 구단으로 갈 거였으면서 판정 문제를 핑계 삼는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러나 속마음에 들어가 볼 수는 없지만, 포옛 사단이 시즌 내내 판정에 강한 불만을 가졌던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미 포옛 사단은 소셜미디어(SNS)로 불만을 드러냈다가 징계를 받을 때부터 '인종차별'이라는 표현을 쓰며 오히려 자신들이 차별 받고 있다는 생각을 드러내곤 했다. 개별 판정에 항의하는 걸 넘어 심판진 전반과 대립하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었다. 이 리그에서 계속 뛰는 건 불편한 일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포옛 사단이 떠난다고 해서 판정을 둘러싼 논란이 끝날 리 없다. 전북의 남은 선수들도 지난 10월 전진우가 페널티킥을 받지 못했다가 나중에 오심으로 인정된 장면 등을 통해 판정 불신이 뿌리깊게 박힌 건 마찬가지다. 여러 구단 축구 관계자들과 타노스 코치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면 인종차별 여부에 대해 시각이 갈릴 뿐, 오심과 고자세에 대한 불만은 한결같았다.

인종차별이라고 판정한 것과 재심에서 '감형'되지 않은 것 모두 개별 판단만 놓고 보면 말이 된다. 인종차별 여부에 대해서는 의도보다 행위 자체를 본다는 것과 피해자의 입장을 중시한다는 것, 프로연맹에는 고등법원에 해당하는 기구가 없어 징계 전문성이 떨어지는 이사회에서 상벌위의 판단을 바꾸기 쉽지 않다는 것을 감안할 때 모두 예상할 수 있는 결론이었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점이 잔뜩 남은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인종차별 관련 징계는 10경기 이상이 기준인데 타노스 코치는 오히려 그 절반인 5경기를 받았다. 프로연맹은 '정상참작'의 이유로 '과열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나왔다'는 점을 들었는데, 흥분해서 과하게 항의했다는 건 오히려 가중처벌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징계수위를 낮춰주려면 '인종차별 동작처럼 보이지만 하지 않았다'는 타노스 측의 입장을 받아들였어야 가장 자연스러웠는데, 그러지 않았다. 상대 입장을 받아주는 제스처를 피하려 한 것처럼 보인다. 예전부터 '상벌위의 징계 수위에 아무 기준이 없고 만만한 상대에게 크게 때린다'라고 불신해 온 축구계 전반의 인식을 더 강화하고 말았다.

상벌위 결정뿐 아니라, 어느 단계에서도 사태를 봉합하고 불신을 씻으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았다. 중재와 화해를 시도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이 부분에서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가 가장 아쉬웠다. 심판협의회는 올해 첫 이사회를 갖고 이번 사건으로 처음 존재감을 드러낸 조직이다. 타노스 코치 사건 당시 잽싸게 '국제축구연맹(FIFA) 제소'를 운운하는 등 으름장 위주로 대응했다. 노동조합과 같은 이익집단조차 많은 경우 공공의 이익을 기치로 걸고 움직이는 사회 통념에 비하면, 자정노력을 전혀 보이지 않다가 강경대응부터 시작하는 심판협의회의 태도는 과도한 제 식구 감싸기로 보기 충분했다. 심판들이 모르쇠와 강경대응으로 일관하는 건 올해 내내 이어진 현상이다. 올해 최대 오심 중 하나인 전남드래곤즈 경기 오프사이드 판독에 대해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는 '기술적인 결함'이라는 황당한 해명을 했다. 타노스 논란 당사자 김우성 심판은 판정과 관련된 인터뷰가 금지됐다는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KBS와 '승리 선언' 인터뷰를 가져 논란을 키웠다.

K리그에 오심이 잦은 건 사실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오심은 많이 발생한다. 문제는 한국에서 오심이 유독 큰 논란을 남기고, 누군가가 K리그를 떠나는 계기를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소비자인 축구팬들을 피로하게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오심 자체에 못지않게 대처하는 방법이 문제다. 판정 언급이 금지된 K리그 규정을 어기고 징계를 받아가면서까지 울분을 참지 못하는 구성원이 늘어나고 있다. 판정에 대한 피드백이 더 제대로 이뤄지거나, 기자회견에 한정하는 등 발언의 장을 조금씩 열어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개별 오심에 대한 불만을 넘어 집단 대 집단의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게 중재하고 실질적인 개선 노력을 하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



포옛이 남긴 마지막 말






포옛이 남긴 마지막 말




심판위원회가 축구협회 산하에 있는 이상, 협회 차원에서 대책을 내야만 하는 시점이 왔다. 현재 협회는 유튜브에서 판정에 대해 해설해주는 VAR ON 같은 콘텐츠를 운영한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해 말 4선 공약을 내며 '국제심판 양성을 위한 영어 교육'을 약속했다. 이런 건 현시점에서 한가로운 이야기다. 심판 처우를 개선한다는 공약도 지키면서 그만큼 큰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하고, 불신을 씻을 중재자가 필요하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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