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이 선수 보고 왜 레전드가 떠올랐을까… “너무 영리하다” KS에서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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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BO리그 통산 271세이브를 거둔 최고 마무리 투수 중 하나인 손승락 KIA 수석코치는 팀 2년차 좌완 윤영철(20·KIA)의 이야기가 나오자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대견하다는 표정이었다. 손 코치는 윤영철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 바로 “너무 영리하다”라는 것이다.
손 코치는 윤영철이 경기장 안팎에서 영리한 선수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일단 경기에서 영리한 피칭을 한다. 패스트볼 구속이 아주 빠른 선수는 아니지만, 자신이 던지고 싶은 곳에 던질 수 있고 게다가 영리한 볼 배합으로 타자들을 상대한다. 같은 구종이라도 코스를 달리 하며 상대 타자에게는 다른 구종처럼 보이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손 코치는 그런 윤영철을 예전 동료이자 역시 KBO 통산 121승을 거둔 레전드 투수인 장원삼과 비교한다. 장원삼 또한 구속으로 기억되는 선수는 아니지만, 역시 커맨드가 좋고 노련하며 영리한 피칭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손 코치가 말하는 윤영철은 경기 중에만 영리한 것이 아니다. 경기를 준비하는 태도, 상대를 연구하는 태도, 심지어 재활 단계에서도 어려움을 슬기롭게 잘 극복해내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고 했다.
충암고를 졸업하고 202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IA의 1라운드(전체 2순위) 지명을 받은 윤영철은 신체적인 능력과 강력한 구속보다는 그런 영리함을 바탕으로 팀과 리그에 안착했다. 지난해 치열했던 개막 선발 로테이션 경쟁에서 승자가 된 윤영철은 신인 시즌 25경기에서 122⅔이닝을 던지며 8승7패 평균자책점 4.04를 기록해 성공적으로 1군 무대에 연착륙했다.
비록 신인상은 문동주(한화)에게 돌아갔지만 그와 별개로 KIA가 향후 선발 로테이션을 이끌 좋은 선발 재목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그런 윤영철은 올 시즌에도 18경기에서 7승4패 평균자책점 4.19를 기록하며 극심한 2년차 징크스는 피해갔다.
부상이 아쉽기는 했다. 7월 13일 광주 SSG전에서 투구 도중 허리에 통증을 느껴 2이닝만 던지고 강판됐다. 그간 허리에 통증이 있어 관리를 받으며 던지기는 했는데 갑작스러운 부상에 모두가 당황했다. 끝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이범호 KIA 감독이 “시즌을 치르면서 그때(윤영철의 부상 이탈)가 가장 위기였다”라고 돌아볼 정도였다. 선발 로테이션에 부상자가 많은 상황에서 윤영철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부상 재활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윤영철은 이 시련도 영리하게 극복했다. 급하게 복귀를 서두르기보다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의욕이 많이 앞설 수밖에 없는 어린 선수답지 않게 놀랄 정도로 의연한 태도로 재활에 임했다는 게 손 코치와 KIA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그 결과 이제는 한국시리즈 선발 출격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컨디션이 많이 올라왔다. 멀리 보고 달린 성과다.
허리 부상 재활을 마친 윤영철은 9월 23일 광주 삼성전에 선발로 나가 3이닝 동안 37개의 공을 던지며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KIA가 윤영철의 확실한 회복을 점차 확신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이어 28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62개의 공을 던지며 투구 수를 더 끌어올렸다. 정규시즌 우승이 확정된 뒤로는 윤영철의 컨디션 점검이 주요한 과제 중 하나였는데 특별한 문제 없이 이 테스트를 마쳤다.
이범호 감독은 남은 기간 윤영철이 100구를 던질 필요까지는 없다고 보고 있다. 선발로 나가더라도 대다수의 투수들은 어차피 70구 이상이면 힘이 다소 떨어질 타이밍이 온다. 시리즈 내내 모든 불펜 투수들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60~70구 정도만 힘 있게 끌어주면 윤영철의 몫은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이 말은 윤영철의 선발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강속구 투수가 유리하다는 게 정설인 포스트시즌에서 윤영철의 두뇌 피칭이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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