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현 학폭 인정이 야구계에 던진 질문, 물리적 폭력만 폭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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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KBO 트라이아웃 때였다. 현장에서 몇몇 구단 스카우트를 만나 박준현(천안북일고)에 관해 물었다. 한겨레21이 박준현의 학교폭력(학폭) 의혹에 대해 보도한 직후라서 그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대부분 반응이 “(보도된 것 말고) 더 없어요?”였다. 물리적 가해 같은 ‘더 큰’ 폭력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알려진 바는 따돌림(왕따) 주도, 언어폭력, 그리고 알몸 촬영이었다. 야구계 ‘학폭’하면 떠오르는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이나 김유성(두산 베어스)의 경우 명백한 물리적 가해가 있었다.
신인드래프트 이전이라 지명 여부도 궁금했다. “기업 이미지 때문에 못 뽑을 것 같다”는 스카우트도 있었지만 “학폭 관련 서류가 깨끗한데 안 뽑을 이유가 없지 않으냐”는 스카우트도 있었다. 더불어 이런 말도 들었다. “그 피해자라는 애가 이상한 애라던데요?” 전형적인 2차 가해였다. 구단 스카우트는 보통 선수 출신이 맡기에 박준현의 아버지, 박석민 삼성 라이온즈 코치(당시에는 두산 코치를 사직한 상태)나 천안북일고 코칭 스태프와 이래저래 친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한겨레21 보도 이후 박준현 학폭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들)에게 직접 문의한 구단은 없었다고 한다. 1순위 지명이 유력했던 키움도 마찬가지였다.
박준현은 9월 신인 드래프트 때 예상대로 첫번째로 키움에 호명됐다. 함께 단상에 오른 박석민 코치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박준현은 학폭과 관련해 “제가 떳떳하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키움과 계약금 7억원을 받고 계약을 했다. 장재영(9억원) 다음으로 많은 팀 신인 계약금이었다. 그와 관련된 학폭은 그대로 잊히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반전됐다. 충남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는 천안교육지원청이 박준현에게 내렸던 ‘학폭 아님' 처분을 취소하고 학폭 행위로 인정한 뒤 1호 처분인 서면사과 명령을 결정했다. 지난 5월 천안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는 박준현에 대해 ‘학폭 아님' 처분을 내렸던 터. 이에 미국 진출 등을 고려하던 박준현은 국내 드래프트 참가를 결정했었다.
학폭이 인정됐는데도 일부에서는 1호 처분을 근거로 박준현을 옹호하는 여론이 있다. 하지만 1호(서면 사과)든, 9호(퇴학)든 학폭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게다가 박준현에게 괴롭힘을 당해 야구를 아예 관뒀다는 다른 학생도 있다. 야구가 너무 좋아서 앞에 나서지는 않지만 그에게 더 심한 괴롭힘을 당한 야구부 2학년 후배도 있다는 사실은 한겨레21 보도로 이미 알려져 있다.
청소년 시절의 일로 주홍글씨를 새겨서는 물론 안 된다. 하지만 해당 일로 누군가 상처를 받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면 진정성 있게 사과부터 하는 게 우선이다. “떳떳하다”는 말 등으로 피해자에게 더 큰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 물리적으로 몸에 새겨지는 것만이 폭력이 아니다. 따돌림, 언어폭력 등에 따른 정신적 상처가 오히려 더 깊고 오래 갈 수 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에서도 박준현의 학폭 사건을 조사 중이다. 곧 결과가 나올 예정인데 스포츠계 정서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바뀔 필요가 있다. 스포츠계는 아직도 눈에 보이는 물리적 폭력만 폭력이라는 낡은 인식이 있다. 더불어 아마추어 선수들도 경각심을 갖기 바란다. 평생 감출 수 있는 것은 없다. 그게 학폭이든, 뭐든.
김양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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