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너한테 돌을 던져" 모두가 에이스를 감쌌다…"야수들 고마워" 원태인이 전하는 진심 [PO4]

(엑스포츠뉴스 대구, 유준상 기자)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이 4실점을 기록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코칭스태프도, 동료들도 원태인을 감쌌다.

원태인은 22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화 이글스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3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원태인은 경기 초반부터 흔들렸다. 1회초 1사에서 루이스 리베라토에게 안타를 맞았고, 1사 1루에서 문현빈에게 1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2회초부터 3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간 원태인은 또 한 번 위기에 몰렸다. 5회초 최재훈의 안타 이후 무사 1루에서 심우준의 번트 때 1루주자 최재훈을 잡기 위해 2루로 송구했다. 결과는 세이프였다.

무사 1, 2루의 위기를 자초한 원태인은 아웃카운트 2개를 채웠다. 손아섭의 희생번트 이후 1사 2, 3루에서 리베라토를 2루수 땅볼 처리했다. 하지만 2사 2, 3루에서 문현빈에게 스리런 홈런을 헌납했다. 결국 삼성은 6회초를 앞두고 원태인을 내렸다.

원태인이 패전 위기 속 교체된 가운데, 삼성은 6이닝 만에 첫 득점을 올렸다. 6회말 김지찬의 3루타, 김성윤의 볼넷 이후 무사 1, 3루에서 구자욱이 1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르윈 디아즈의 2루수 땅볼 이후 1사 1, 3루에서는 김영웅이 동점 3점포를 치면서 원태인의 패전을 지웠다.

삼성은 7회말에도 점수를 뽑았다. 1사에서 구자욱과 디아즈가 각각 몸에 맞는 볼, 볼넷으로 출루했고, 1사 1, 2루에서 김영웅이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역전 3점포를 터트렸다. 김영웅의 홈런 2개로 분위기를 가져온 삼성은 마지막까지 3점 차 리드를 지켰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원태인은 "5회초 마지막 고비를 잘 넘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구위가 떨어졌다기보다는 상대 타자가 잘 쳤다고 생각한다. '아, 이제 내 기운이 여기까지인가'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기운이) 남은 것 같다. 솔직히 홈에서 (한국시리즈 진출 실패) 현수막을 들고 싶지 않았는데, (김)영웅이에게 고맙다"고 밝혔다.

원태인은 준플레이오프 3차전 이후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다만 원태인의 휴식이 길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원태인의 몸 상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원태인은 "아픈 것보다는 (근육이) 많이 뭉친 상태였기 때문에 팔을 들 수 없었다. 감독님이 2~3차전 선발 등판에 관해 물어보셨을 때 3차전이 하루 밀리면 던질 수 있었는데, 후라도 선수가 자기가 던져도 된다고 배려해 줬다. 2차전에서는 나보다 이전 경기에서 좋은 투구를 했던 (최)원태 형이 더 좋은 투구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상을 당한 건 절대 아니었다. 회복 속도가 좀 느렸다. 감독님과 코치님, 또 아리엘 후라도 선수도 날 배려해 줘서 4차전에 등판했다"며 "1회부터 150km/h를 찍기도 했고 (상태가) 안 좋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아직 힘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몸 상태는) 회복됐고 몸 상태도 괜찮았는데, 이닝이 지날수록 날씨도 추웠고 확실히 힘이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원태인은 5회초 심우준의 번트 때 수비 상황을 돌아보기도 했다. 원태인은 "내가 던질 때만큼은 타격에서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것 같았고 1루주자(최재훈)가 느리다고 생각했다"며 "사실 무조건 콜을 들었어야 하는데, 송구하기 전부터 '내가 잡으면 무조건 2루로 던져야겠다'고 생각하고 무리하게 시도했다"고 아쉬워했다.

또 원태인은 "차라리 안정적으로 1루로 송구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는데,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그 선택에 내게는 승부수였는데, 통하지 않았다. 실패하긴 했지만, 야수들이 도와줬기 때문에 정말 고맙다"고 전했다.

원태인은 마운드에서 내려온 뒤 치료를 받았다. 그러던 중 김영웅의 동점 3점포가 터졌다. 원태인이 치료를 마치고 나왔을 때는 김영웅의 역전 3점포까지 나왔다.

원태인은 "야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컸다. 내가 더 맞고 내려왔을 때 모두가 내게 와서 고생했다고 하더라. '누가 너한테 돌을 던져'라고 하면서 고맙다고 얘기했다. 그 이후 (치료를 받기 위해) 들어갔는데, 동점을 만들더라. '이 팀이 더 강해질 일만 남았구나'라고 생각했다. 정말 대단했다. 올가을에 팬들께 최고의 경기로 (성원에) 보답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미소 지었다.

시리즈 전적 2승2패로 균형을 맞춘 삼성은 24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을 소화한다. 4차전에 이어 5차전까지 잡는다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게 된다.

원태인은 "어제(21일)도 홈에서 상대 팀이 환호하거나 함성을 외치는 모습을 (홈 팬들께) 보여드리는 게 좀 죄송했다. 홈에서 탈락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조금이나마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팀에) 도움이 된다는 기도는 들어주지 않았고 홈에서 올해 마지막 경기를 하기 싫다는 기도만 들어줬다. 하나라도 (기도를) 들어줘서 엄마한테 고맙다"고 얘기했다.

원태인은 팀의 상승세가 5차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일단 기세는 다시 우리 쪽으로 온 것 같다. 후라도 선수와 '앞으로 우리가 두 경기만 더 던지면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한국시리즈에서) 언제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당연히 한국시리즈에 올라간다고 생각하고 회복하면서 몸을 잘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모든 선수들이 5차전에서 (활약해서) 후라도와 내게 한 번 더 (등판할)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사진=대구, 김한준 기자

유준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