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보다 잘했지만 마이너 간 김혜성, 이유는 '타구속도와 신분차이'…긴 시간과의 싸움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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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애리조나(美) 이상희 기자) 다저스 김혜성이 예상대로 마이너리그에서 20205년 정규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다저스는 12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로스터를 정리하며 김혜성을 옵션을 이용해 마이너리그 캠프로 이동시켰다.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일본에서 열리는 '도쿄시리즈' 참가는 커녕 올 정규시즌을 메이저가 아닌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하게 됐다.
올 초 다저스와 계약하며 미국으로 건너간 김혜성은 12일 현재 스프링캠프 총 1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07, 1홈런 3타점에 그쳤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도 0.613에 그쳤다. 이 기간 볼넷은 단 4개를 얻은 반면 삼진은 11번이나 당했을 만큼 타석에서 고전했다.
김혜성이 이날 마이너리그 캠프로 내려가게 된 것은 우선은 표면적인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리그에서 한정된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역량을 모두 보여주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보였다. 때문에 선수 본인이 느끼기엔 억울한 면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게다가 과거 오타니 쇼헤이와 김하성도 메이저리그 첫 스프링캠프에선 김혜성보다 더 부진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전 소속팀 LA 에인절스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오타니는 자신의 첫 빅리그 스프링캠프에서 총 13경기에 나와 타율 0.125, 1타점에 그쳤다. OPS는 김혜성보다 훨씬 못한 0.347에 그쳤다. 홈런은 단 1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타니는 그해 메이저리그 개막전 로스터에 포함됐다.
김혜성과 함께 한국프로야구(KBO)리그 키움에서 뛰었던 김하성도 오타니와 비슷한 길을 걸었다.
전 소속팀 샌디에이고와 지난 2021년 4년 계약을 맺으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하성의 첫 스프링캠프도 몹시 부진했다. 그는 당시 총 19경기에 나와 타율 0.167, 1타점에 그쳤다. 홈런은 단 1개도 치지 못했다. OPS도 0.481에 그쳤다. 볼넷은 9개를 얻었지만 삼진도 무려 15번이나 당했다. 그럼에도 김하성 역시 오타니처럼 개막전 로스터에 포함됐다.
제이스 팅글러 당시 샌디에이고 감독은 MHN스포츠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김하성처럼 외국에서 뛰던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오면 새로운 문화와 언어 그리고 투수 등 적응해야 할 것이 많다. 오타니도 미국에 처음 왔을 때는 고전했다"며 "김하성도 지금은 고전하고 있지만 현재의 적응기를 잘 거쳐 나가면 분명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신뢰를 보냈다.
마이너가 아닌 메이저리그에서 출발한 김하성은 결국 샌디에이고에서 4년간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었고, 그 결과 지난해 어깨수술을 했음에도 올 초 탬파베이와 2년 FA 계약을 맺으며 성공적인 빅리그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오타니와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첫 스프링캠프 성적은 김혜성보다 더 초라했다. 그럼에도 이 둘은 개막전 로스터에 포함됐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신분'과 '경기내용' 차이였다.
오타니와 김하성은 모두 마이너 거부권을 가지고 있었다. 아울러, 스프링캠프에서 표면적인 성적은 김혜성보다 좋지 않았지만 좋은 타자를 선별할 때 요구되는 '타구 속도'가 좋았다.
타구속도는 메이저리그에서 타자의 능력을 평가할 때 OPS와 더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로 꼽힌다. 그래서 타구속도가 95마일 이상인 것을 '하드 히트(Hard hit)'라고 부르며 타자가 이를 얼마나 자주 생산하는지를 중요하게 평가한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MLB.com)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23년 리그에서 나온 하드 히트의 안타가 된 확율은 0.506이었다. 하드 히트 2개 중 하나는 안타가 됐다는 뜻이다. 반면 하드히트가 아닌 타구가 안타가 된 것은 2할대로 낮았다. 비록, 야수정면으로 가서 아웃이 되더라도 타자가 하드 히트를 자주 생산해 낸다는 것은 그 만큼 자기 스윙을 하면서 타구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김혜성이 올 스프링캠프에서 12일 기준 생산한 6안타 중 하드 히트는 단 3개에 그쳤다. 나머지는 내야 땅볼 때 발로 만든 안타와 외야 어중간한 위치에 떨어진 행운의 안타였다. 타자로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든 배경이었다. 결국, '야수는 수비보다 타격이 우선'이란 말이 다시 한 번 더 입증된 셈이다.
빅리그 로스터 합류가 좌절된 김혜성은 올 시즌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 A에서 출발하게 된다. 트리플 A의 경우 간혹 비행기로 원정을 가기도 하지만 가까운 거리는 대부분 버스로 이동한다. 그래도 대략 3~5시간은 달려야 한다. 쉽지 않은 여정이다.
또한, 다저스 주전 라인업에 포함된 선수들에게 부상이나 부진 등의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언제 빅리그로 콜업될지도 모른다. 또한 변수 발생 시 콜업되기 위해서는 마이너에서 항상 잘하고 있어야 하는 부담도 따른다. 때문에 트리플 A에 머무는 선수들은 이를 가리켜 '시간과의 지루한 싸움'이라고 부른다.
때론, 이 지루한 싸움에 지쳐 스스로 유니폼을 벗는 선수들도 있다. 지난 2013년 다저스 소속으로 빅리그에 데뷔한 외야수 닉 버스는 2017년 샌디에이고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 A에서 뛰었다. 빅리그 복귀를 갈망했던 버스는 그해 타율 0.348(1위), 11홈런 55타점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샌디에이고는 버스를 외면했다. 지루한 기다림과의 싸움에 지친 버스는 결국 이듬해 스스로 유니폼을 벗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려면 야구도 잘해야 하지만 앞서 언급한 버스의 경우처럼 타이밍도 중요하다. 마이너로 내려간 김혜성이 제2의 고우석 케이스가 될지 아니면 이를 극복하고 빅리그 무대에 당당하게 서게 될지는 전적으로 그의 배트에 달렸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다면 타자는 무조건 잘쳐야 한다.
사진=MHN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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