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팀정보

'세상에 이런 선수 없습니다'...김혜성, 엿새 만에 나와도 불방망이

작성자 정보

  • 최고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세상에 이런 선수가 없다. 선발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가장 먼저 경기장에 나와 개인 훈련을 한다. 계속 벤치를 지키다 엿새 만에 출전 기회를 잡았는데 그 경기에서 멀티히트를 때렸다. 불규칙한 출전 속에서도 타율은 4할을 육박한다. LA다저스에서 활약 중인 김혜성(26) 얘기다.



'세상에 이런 선수 없습니다'...김혜성, 엿새 만에 나와도 불방망이




팀은 초반에 대량실점을 내줘 5-9로 패했지만 김혜성은 ‘혜성’처럼 빛났다. 더 놀라운 것은 김혜성이 엿새 만에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는 점이다. 지난 23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 2루타를 때린 이후 지난 4경기에서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26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 대수비로 잠깐 투입됐지만 타석에는 들어서지 못했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감각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런데 김혜성은 예외다. 첫 타석에서 볼넷을 얻은데 이어 6회초에는 2사 1루에서 내야 안타를 때렸다. 팀이 1-9로 끌려가던 9회초 마지막 타석에서도 선두 타자로 나와 우전 안타를 쳤다. 김혜성의 안타는 다저스 타선이 한 이닝 4득점을 뽑는 발판이 됐다.

현재 다저스 선수단에서 김혜성의 역할은 백업 멤버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주전들의 휴식이 필요할 때 김혜성을 제한적으로 선발 출전시킨다. 상대 선발이 좌투수일 때는 좌타자인 김혜성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김혜성은 출전 기회가 날 때마다 제 몫을 해낸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한 뒤 지난 5월 초 빅리그로 콜업된 이후 36경기에 출전해 타율 0.383(81타수 31안타) 2홈런 12타점을 기록 중이다. 도루는 7번 시도해 모두 성공했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OPS는 무려 0.968에 이른다.

경기 출전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아 기록 자체가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김혜성처럼 띄엄띄엄 출전 기회를 얻는 선수가 이 정도 성적을 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경기 감각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혜성은 답답하고 아쉬울 수 있는 상황에서 묵묵히 자기 몫을 해내고 있다. 지난 27일 일본 매체 스포니치의 사진 기자인 야나기하라 나오유키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주목할 영상 하나를 공개했다.

영상 속에선 콜로라도 로키스와 원정경기를 앞두고 다저스 선수 한 명이 이른 시간에 야구장에서 나와 트레이너와 함께 훈련하고 있었다. 김혜성이었다. 스타팅 라인업은 경기 전날 저녁에 선수단에 통보된다. 이날 김혜성은 벤치를 지켰다. 자신이 선발에서 제외될 것을 알면서도 가장 먼저 나와 땀을 쏟은 것이다. 꾸준한 훈련과 철저한 준비는 김혜성이 불규칙한 출전에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현지 매체도 이처럼 열심히 노력하는 김혜성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저스 전문 매체인 ‘다저스 웨이’는 “김혜성이 간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다저스는 여전히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그를 외면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김혜성을 외면하는 지금의 기용 방식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야후스포츠’는 “김혜성은 매일 선발 라인업으로 나서지 못하지만 기회를 잡았을 때 팀을 위해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며 “그는 내셔널리그 최강 팀인 다저스에서 조용히, 그러나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극찬했다.

최근에는 현지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신인왕 모의 투표에서 김혜성이 내셔널리그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출전 기회는 많지 않지만 팀공헌도는 뒤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당장은 지금과 같은 기용 방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감독 입장에선 그동안 팀을 이끌어온 베테랑 선수들을 외면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저스는 몸값 높은 선수들이 즐비한 ‘스타 군단’이다.

김혜성은 앞으로도 제한된 기회 속에서 치열한 생존 싸움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런 험난한 여정을 극복하고 살아남는다면 그의 미래는 훨씬 밝아질 것이 틀림없다.



'세상에 이런 선수 없습니다'...김혜성, 엿새 만에 나와도 불방망이




이석무 ([email protected])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