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점차 정해영 나올 경긴가'…대투수 양현종 아니었으면 또 끔찍할 뻔했다, 1위는 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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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괜히 대투수라 불리는 게 아니다. KIA 타이거즈 베테랑 좌완 양현종(35)이 위기에 놓인 팀을 구했다. 양현종이 긴 이닝을 끌지 못했다면 자칫 또 대역전패를 당할 뻔했다.
양현종은 2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7이닝 89구 7피안타 무4사구 4탈삼진 1실점(비자책점) 완벽투를 펼치면서 시즌 4승(2패)째를 챙겼다. KIA는 6-2로 이기면서 4연패에서 벗어나 시즌 성적 30승20패1무로 1위를 유지했다. 2위 두산은 5연승을 마감하고 시즌 성적 30승22패2무를 기록했다.
양현종은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직구(53개)로 윽박지르면서 체인지업(22개)과 슬라이더(13개), 커브(1개)를 섞어 두산 타선을 요리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8㎞까지 나왔고, 평균 구속은 141㎞를 기록했다. 중요한 경기에 에이스가 얼마나 전력투를 펼쳤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89구 가운데 65구가 스트라이크일 정도로 양현종은 매우 공격적인 투구를 펼치면서 긴 이닝을 끌고 갈 수 있었다.
두산은 정수빈(중견수)-전민재(유격수)-강승호(2루수)-양의지(포수)-양석환(1루수)-김재환(지명타자)-헨리 라모스(우익수)-이유찬(3루수)-조수행(좌익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려 양현종에 맞섰다.
양현종은 1회 공 8개로 깔끔하게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선두타자 정수빈이 우익수 뜬공으로 잡은 뒤 전민재를 헛스윙 삼진, 강승호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흐름을 끊었다.
2회초는 선두타자 양의지에게 좌익수 왼쪽 2루타를 허용했다.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살짝 몰렸다. 다음 타자 양석환이 2루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1사 3루가 됐는데, 양현종은 김재환을 유격수 직선타, 라모스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으면서 실점하지 않고 버텼다.
그러자 타선이 터지기 시작했다. 2회말 김태군의 1타점 중전 적시타로 1-0으로 앞서 나갔다. 3회말에는 대거 5점을 뽑으면서 양현종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두산은 올 시즌 평균자책점 1.76으로 맹활약하고 있던 좌완 브랜든 와델을 내세워 내친김에 1위까지 올라설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KIA 타선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3회말 선두타자 이창진이 좌익수 왼쪽 2루타로 출루하면서 물꼬를 텄고, 김도영이 우전 안타를 쳐 1, 3루가 됐다. 이때 포수 양의지가 2루로 향하던 김도영을 저지하려다 악송구 실책을 저질렀고, 3루에 멈췄던 이창진이 홈까지 쇄도하면서 0-2가 됐다. 이후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우익수 희생플라이와 변우혁의 1타점 적시 2루타, 김태군의 2타점 적시타를 묶어 0-6까지 달아났다.
양현종은 안정적으로 버텼다. 3회초 2사 후에 정수빈에게 좌중간 3루타를 맞긴 했지만, 전민재를 3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하면서 이닝을 매듭지었다. 4회초에는 1사 후 양의지에게 좌익수 왼쪽 2루타를 맞은 뒤 양석환을 포수 파울플라이, 김재환을 삼진으로 잡으면서 무실점 투구를 이어 갔다.
양현종은 5회초 선두타자 라모스에게 우중간 안타를 맞았지만, 이유찬을 유격수 병살타로 돌려세우면서 2사 주자 없는 상황으로 바꿨다. 다음 타자 조수행에게 좌익수 오른쪽 안타를 맞은 것을 고려하면 앞서 병살타를 유도한 게 주효했다. 양현종은 정수빈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이닝을 마무리했다. 6회는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끝냈다.
양현종은 6회까지 투구 수가 75개에 불과했기에 7회에도 마운드에 섰다. 최근 4연패 과정에서 불펜 과부하도 걸려 있었기 때문. 양현종은 7회초 2사 후에 라모스에게 좌익수 왼쪽 2루타를 맞고, 다음 이유찬 타석 때 포수의 패스트볼로 라모스를 3루까지 보냈다. 이어 이유찬에게 우중간 적시타를 허용해 1-6이 됐으나 내상이 크진 않았다. 양현종은 조수행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으면서 이날 임무를 마무리했다.
KIA는 8회 2번째 투수로 전상현을 선택했다. 전상현은 공 7개로 1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면서 벤치의 기대에 부응했다.
9회 계속된 5점차 리드. KIA는 김대유 카드를 먼저 꺼냈다. 두산은 이미 패색이 짙어졌다 판단하고 정수빈, 강승호, 양의지, 양석환 등 주축 타자들을 모두 백업 선수들로 교체한 상태였다. 김대유는 선두타자 윤준호에게 안타를 맞고, 홍성호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면서 무사 1, 2루 위기에 놓였다. KIA는 여기서 최지민으로 마운드를 교체했다.
최지민은 첫 타자 대타 김기연을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1사 1, 2루를 만들었다. 그러나 라모스에게 좌전 적시타를 허용해 6-2로 쫓겼다. 최지민은 다음 타자 이유찬에게 볼넷을 허용해 만루 위기에 놓였고, 다음 타자 조수행과 승부 때도 3볼-1스트라이크로 몰려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조수행이 1루수 땅볼로 출루할 때 홈에서 3루주자 홍성호를 포스아웃시키면서 실점은 막았다.
결국 KIA는 마무리투수 정해영을 마운드에 올릴 수밖에 없었다. 직전 경기였던 24일 두산전에서 5-3으로 앞선 9회 양의지와 김재환에게 연달아 투런 홈런을 허용하면서 5-7로 역전패한 뼈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 정해영은 계속된 2사 만루 위기에서 김대한과 상대했다. 역시나 볼카운트 3-1로 밀렸지만, 김대한이 5구째 슬라이더를 건드려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힘겹게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양현종이 7이닝을 버텨주지 못했다면 KIA 불펜은 이날도 끔찍한 결말과 마주했을지도 모른다.
한편 양현종은 이날 개인 통산 2000탈삼진 대기록에 도전했다. 양현종은 경기 전까지 개인 통산 1991탈삼진을 기록해 2000탈삼진까지 9개를 남겨두고 있었다. 지금까지 KBO리그에서 2000탈삼진을 달성한 선수는 2008년 시즌 한화 이글스 송진우가 유일하다. 양현종은 이날 삼진 9개를 추가하면 KIA 소속 선수로는(해태 포함) 첫 번째로 2000탈삼진을 달성한 선수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5개가 부족해 이날 대기록 달성은 무산됐다.
2007년 시즌 KIA에 입단한 양현종은 같은 해 4월 12일 무등 현대전에서 첫 삼진을 잡았다. 이후 2016년 7월 24일 광주 NC 다이노스전에서 1000탈삼진을 기록하고 2019년 8월 28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1500탈삼진을 달성했다. 2010, 2014, 2017, 2019년 시즌에는 탈삼진 부문 3위에 올랐으며, 2014년 시즌에는 개인 한 시즌 최다 탈삼진(165개)을 기록했다.
양현종은 KBO리그 개인 최다 탈삼진 기록에도 근접했다. 현재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송진우의 2048개에도 53개 차로 근접해 이번 시즌 대기록 경신이 가능하다. 또한 2014년 시즌부터 2023년 시즌까지 9시즌 연속 세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한 양현종은 탈삼진 52개를 추가하면 전 해태 이강철, 전 두산 장원준과 함께 10시즌 연속 세 자릿수 탈삼진으로 이 부문 연속 기록 최다 타이를 이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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