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9년 남은 ‘가장 비싼 지명타자’ 영입한 샌프란시스코, 다저스 넘을 수 있을까[슬로우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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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승부수를 던졌다. 데버스는 과연 샌프란시스코를 다저스를 넘어설 팀으로 만들어줄 수 있을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6월 16일(한국시간) 보스턴 레드삭스와 빅 딜을 단행했다. 보스턴의 심장과도 같은 선수였던 라파엘 데버스를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메이저리그 2명과 마이너리거 2명을 내주는 4:1 트레이드로 데버스를 품었다.
샌프란시스코가 내준 선수는 투수 3명과 야수 1명이다. 4년 4,400만 달러 FA 계약의 2년차 시즌을 보내고 있던 1996년생 우완 파이어볼러 조던 힉스와 최근 로테이션에 재합류했던 빅리그 3년차 2001년생 좌완 기대주 카일 해리슨, 그리고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1라운더인 2002년생 야수 제임스 팁스 3세와 2005년생 우완투수 호세 베요다. 팁스는 싱글A, 베요는 루키리그 소속 선수였다.
무게추가 샌프란시스코 쪽으로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것처럼 보이는 트레이드다. 데버스는 현역 최고의 타자 중 한 명. 그리고 힉스와 동갑내기인 1996년생으로 아직 28세다. 올시즌 보스턴에서 73경기에 출전해 .272/.401/.504 15홈런 58타점을 기록 중이었고 빅리그 9시즌 통산 성적도 1,053경기 .279/.349/.510 215홈런 696타점으로 뛰어나다. 올스타 3회, 실버슬러거 2회, MVP 투표 득표 5회 등 굉장한 성과를 계속 쓰고 있는 전성기의 거포다.
반면 샌프란시스코가 내준 선수들은 전부 애매하다. 힉스는 좋은 공을 가진 투수지만 샌프란시스코 입단 후에는 2년간 42경기 평균자책점 4.83으로 부진했다. 올해는 1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47에 그친 뒤 부상을 당한 상황이다. 해리슨은 재능있는 투수지만 빅리그 3시즌 동안 39경기 182.2이닝, 9승 9패, 평균자책점 4.48로 뛰어난 모습은 보이지 못했다. 최대 빅리그 2선발급 재능을 가졌다는 평가로 로테이션을 이끌 에이스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마이너리거들은 재능은 있지만 프로 무대에서 아직 보여준 것이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트레이드의 승패가 올해 곧바로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트레이드는 장기적으로 평가를 해야한다. 데버스의 계약 때문이다.
데버스는 2024시즌에 앞서 10년 3억1,500만 달러 연장계약을 맺었고 계약기간이 채 2년도 지나지 않아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역대 10년 이상 장기계약을 맺은 선수들 중 가장 빠르게 팀을 옮긴 선수가 됐다. 알렉스 로드리게스(TEX→NYY), 지안카를로 스탠튼(MIA→NYY) 등 10년 이상 장기계약을 맺고 이적한 선수들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계약 2년차 시즌에 팀을 옮긴 선수는 없었다.
데버스의 계약은 명목 금액으로 2억5,000만 달러 이상, 약 6,500만 달러의 디퍼 금액을 감안하면 약 2억3,000만 달러 정도가 남아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일체의 연봉보조 없이 데버스의 모든 잔여 계약을 떠안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올해 포함 9년간 데버스에게 2억3,000만 달러 정도를 지출해야 한다.
데버스의 합류로 샌프란시스코는 또 하나의 장기계약을 떠안게 됐다. 윌리 아다메스와 맺은 7년 1억8,200만 달러 계약, 맷 채프먼과 맺은 6년 1억5,100만 달러 계약, 이정후와 맺은 6년 1억1,300만 달러 계약에 데버스와 약 9년 2억3,000만 달러 계약을 더한 것이다. 가장 먼저 계약이 만료되는 이정후와 계약이 끝나는 2029년까지 이 선수들에게만 약 1억 달러를 지출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2028시즌까지 5년 9,000만 달러 계약이 이어지는 에이스 로건 웹도 있다.
장기계약은 양날의 검이다. 스타를 오래 보유할 수 있지만 그 선수가 전성기가 지나 생산성이 떨어진 후에도 큰 돈을 계속 지급해야 한다. 사치세 패널티를 두려워하는 빅리그 구단들 입장에서 장기계약이 많은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샌프란시스코는 올시즌 포함 5년 이상은 페이롤을 두고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데버스는 연평균 3,000만 달러 이상을 받는 선수. 얼마나 오래 기량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아직은 기량 저하의 조짐이 없다. 올시즌 초반 부진했지만 곧 성적을 회복했다. 커리어 내내 꾸준했던 선수인 만큼 불안요소는 적지만 '무조건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28세인 데버스는 곧 30대가 되는 선수. 그리고 이미 메이저리그에는 20대에 전설적인 성적을 쓴 후 30대에 접어들며 급격히 추락한 스타들이 있다. 20대에 기록한 성적만으로도 명예의 전당을 예약한 알버트 푸홀스, 마이크 트라웃(LAA)이 그렇다. 이들은 20대에 데버스보다 훨씬 뛰어난 성적을 썼지만 30대에 접어든 후 추락했다. 푸홀스는 기량을, 트라웃은 건강을 급격히 잃었다. 만약 데버스가 이들의 뒤를 따를 경우 샌프란시스코는 에인절스처럼 장기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될 수도 있다.
데버스가 보스턴을 떠난 결정적인 이유는 결국 포지션을 둘러싼 갈등이었다. 데버스의 포지션 문제는 샌프란시스코에서도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지금 부상 중이지만 샌프란시스코 3루에는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력을 가진 채프먼이 있다. 데버스가 3루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전망. 1루 이동을 거부해 모든 프로 커리어를 몸담은 보스턴에서 사실상 '퇴출'을 당한 데버스가 샌프란시스코에서 1루를 맡을 가능성도 높지 않아보인다. 결국 데버스는 '풀타임 지명타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투타겸업 선수'인 오타니 쇼헤이를 제외하면 데버스는 역사상 가장 비싼 '전문 지명타자'다.
문제는 샌프란시스코 1루 상황도 그리 좋지 않다는 점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주전 1루수였던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가 올시즌 부진하자 그를 트레이드했다. 그리고 FA 시장에서 도미닉 스미스를 영입했다. 스미스는 현재 페이스가 좋지만 샌프란시스코 1루의 장기적인 대안은 아니다. 샌프란시스코는 팀 최고 유망주인 브라이스 엘드릿지를 기다리고 있다. 거포 1루수인 엘드릿지는 최근 트리플A에 올랐고 빠르면 올시즌 후반, 늦어도 내년이면 빅리그 무대를 밟을 전망이다.
하지만 엘드릿지는 수비력에 큰 문제가 있는 선수. 지난해 싱글A, 더블A, 트리플A를 모두 거친 엘드릿지는 1루수로 872이닝을 수비하며 실책 18개를 범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1루수 최다실책은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TOR)가 1,026.1이닝을 수비하며 기록한 10개였다. 메이저리그 최악의 1루 수비로 악명이 높았던 페드로 알바레즈를 떠올리게 하는 수비력을 선보이고 있는 엘드리지는 포구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엘드리지가 데뷔한다고 해도 샌프란시스코는 1루에 대한 고민을 계속할 수 밖에 없다.
샌프란시스코는 최대의 라이벌인 다저스를 넘어서야 한다. 올시즌 마운드가 조금 주춤하지만 다저스의 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막강한 수준. 샌프란시스코는 결국 다저스를 넘어서야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가 데버스에게 바라는 것은 '특급 스타로서 다저스를 넘어설 구심점이 돼 달라는 것'이다.
당장은 한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어 보이는 트레이드지만 샌프란시스코도 장기적인 모험을 감행했다. 과연 샌프란시스코와 데버스의 만남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자료사진=라파엘 데버스)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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