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간 구단이 바보 됐네" MLB 마이너리그 기술 규제에...첨단 장비 투자한 혁신 구단들 발끈 [더게이트 M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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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MLB)가 마이너리그 구단들 간의 정보 격차를 없애겠다며 2026년부터 구장 내 데이터 수집 기술을 규제한다. 30개 구단 모두에게 공정한 출발선을 보장하겠다는 명분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욕이 나온다. 앞서가는 구단의 발목을 잡는 조치란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의 이노 새리스 기자는 15일(한국시간) 기사에서 "MLB가 내년부터 마이너리그 전 구장에서 사용 가능한 데이터 수집 장비를 리그 차원에서 승인제로 전환한다"고 보도했다. 여러 구단과 리그 관계자를 취재해서 확인한 사실이다.

공정이란 이름의 족쇄
MLB는 "30개 구단 모두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야구 운영 부문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정보 접근성에서 공정한 경쟁 환경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리그가 직접 비용을 대고 필요한 곳에 기술을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공정한 경쟁 환경. 말은 그럴듯하다. 샐러리캡이 없는 MLB에서 부자 구단이 비싼 선수를 싹쓸이하는 걸 막자는 취지라면 이해할 만하다. 리그 경쟁 균형을 위해 어느 정도 사무국 차원의 제재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차원이 다르다. 선수 영입에 돈을 쏟아붓는 것과 데이터 분석·첨단 기술에 투자하는 건 전혀 다른 얘기다. 더 많이 연구하고, 더 빨리 움직이고, 더 과감하게 투자해서 숨은 2%를 찾아낸 구단이 이득을 보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오히려 비싼 선수 사는 데 돈을 펑펑 쓰는 것보다 이쪽이 훨씬 바람직한 방향이다.

데이터 경쟁에서 뒤처진 구단 배려하기?
새 규정은 메이저리그처럼 마이너리그도 모든 팀에 똑같은 데이터와 영상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새리스는 "현재 시스템은 격차를 만들어냈다"며 "일부 구단은 호크아이 트래킹 시스템을 전 마이너리그 구장에 설치했지만, 어떤 구단들은 그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MLB가 예고한 조치가 사실상 하향평준화란 점이다. 데이터와 기술 투자에 인색하고 이 분야에서 뒤처진 구단들 수준에 맞춰주려다 보니, 먼저 투자하고 앞서간 구단들한테 족쇄를 채우는 꼴이 됐다. 리그가 어떤 기술과 업체를 승인할지도 아직 불투명하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MLB 홍보 담당자는 "구장마다 영향이 다를 것"이라며 "어떤 곳은 장비가 추가되겠지만, 어떤 곳은 그대로거나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이어 "MLB가 비용을 부담하고 기술을 관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비가 '줄어들 수 있다'는 대목이 심상치 않다.
새리스는 "과거엔 자금력 있는 구단들이 여러 기술 업체와 미팅을 갖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투자했다"며 "많은 구단이 재정적 우위를 활용해 가능한 모든 기술을 확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장 데이터 활용법을 몰라도 일단 축적하고 나중에 분석하는 방식이었다"며 "새 규정은 이런 '일단 수집하고 나중에 분석하는' 능력을 빼앗는다"고 해설했다.
여러 업체 관계자들은 이번 결정에 불만을 쏟아냈다. 한 고위급 R&D 분석 담당자는 "이 때문에 어떤 혁신을 놓칠지 우린 알 수 없다"며 "하지만 분명 뭔가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품질 저하 우려도 나온다. 키네트랙스는 마커 없이 선수 동작을 포착해 생체역학 데이터를 제공하는 첨단 기술이다. 여러 구단은 메이저리그 파트너인 호크아이보다 키네트랙스를 선호한다. 키네트랙스가 지난해 말부터 호크아이와 같은 모회사(소니) 소속이 된 만큼 승인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하지만 키네트랙스는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문제다. 새리스는 "키네트랙스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가격대가 높다"며 "MLB가 모든 마이너리그 구장을 이 비싼 기술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난색을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R&D 임원은 "우린 키네트랙스 구단인데 만약 승인을 못 받으면 기존 시스템과 장비를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노력이 죄가 되는 리그?
새리스는 "과거 사례를 볼 때 MLB가 전 구단에 메모를 보내 프런트 오피스 직원들의 의문을 해소할 것"이라며 "데이터나 기술의 정확한 정의가 무엇인지, 서비스와는 어떻게 구분하는지, 현재 구장에서 어떤 장비를 철거해야 하는지, 마이너리그 복합시설과 정규 구장의 규제 기준을 어떻게 달리 적용할지 같은 의문들이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더 투자하고, 더 연구하고, 더 앞서가려는 구단들에게 족쇄를 채우는 리그에서 과연 혁신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기술 개발과 데이터 분석에 투자하는 구단들이 왜 손해를 봐야 하나. MLB는 공정이란 이름으로 하향평준화를 택했다. 그 결과가 어떨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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