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구 8K 혼신의 완투승...7년 만에 복귀 신고합니다, '에이스' 김라경 [아시안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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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구 8K 혼신의 완투승...7년 만에 복귀 신고합니다, '에이스' 김라경 [아시안컵]](/data/sportsteam/image_1761523218271_15511586.jpg)
가장 찬란한 무대 위에서 가장 어두웠던 시절을 떠올렸다.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고마움을 한 국가대표 야구 선수는 자신의 모자 안쪽에 새겨 넣고 마운드에 올랐다. 공 하나하나를 던질 때마다 떠올린 이는 자신을 누구보다 아껴주고 믿어주었던 외할머니 최영자 씨와, 야구 인생의 동반자인 친오빠 김병근(전 한화 이글스 투수)이었다.
한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간판'이자 '에이스' 김라경(25)은 그 마음을 공에 실어 109구 동안 마운드를 지켰다. 지난 26일 중국 항저우 샤오싱 과리 야구장에서 열린 아시아야구연맹(BFA) '제4회 아시안컵'에서 여자야구 정규이닝 7회를 홀로 책임지며 5-1 완투승을 거뒀고, 이는 조별예선 최대의 고비였던 필리핀전에서 거둔 결정적인 승리였다. 단순한 1승이 아닌, 대표팀의 슈퍼라운드(4강) 진출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성과였다.
김라경은 경기 후 전화 통화에서 "사실상 결승전이라 생각했다. 그 마음으로 던졌다"고 밝혔다. 마운드에서의 다짐은 단순한 승리에 그치지 않고, 내년 세계여자야구월드컵 출전권과 함께 메달을 품고 돌아오겠다는 의지로 이어졌다.
![109구 8K 혼신의 완투승...7년 만에 복귀 신고합니다, '에이스' 김라경 [아시안컵]](/data/sportsteam/image_1761523218315_25510581.jpg)
김라경은 2015년 최연소 국가대표로 태극마크를 처음 달았고 6년간 대표팀의 중심 선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2021년부터는 학업과 부상으로 인해 대표팀에서 멀어졌고, 2022년 일본 '아사히 트러스트' 입단 직후 인대 파열 부상을 입어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당시 그는 첫 경기만에 부상을 당해 귀국해야 했다.
이후의 시간은 '재활'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됐다. 2년 넘는 지루하고 혹독한 재활을 거쳐 김라경은 지난 2월 일본 세이부 라이온즈 산하 여자팀인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즈'에 입단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지난 5월에는 그토록 꿈에 그리던 일본 무대에서 첫 승을 기록했고, 최고 구속은 시속 122km까지 올랐다. 목표인 125km에 근접했으며, 장기적으로는 아시아 여자 선수로서 상징적인 구속인 130km를 향해 도전 중이다.
재활 기간 동안 가장 많이 떠오른 얼굴은 가족이었다. 직접 곁에 있지는 못했지만, 어려운 시기마다 기도로 응원해준 외할머니는 여전히 그의 정신적 지지대였다. 재활 과정과 일본에서 홀로 있는 시간에는 야구의 길로 이끌어준 오빠 김병근의 존재가 큰 위로가 돼 주었다. "괜찮아, 너는 다시 던질 수 있어"라는 격려가 김라경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줬다.
![109구 8K 혼신의 완투승...7년 만에 복귀 신고합니다, '에이스' 김라경 [아시안컵]](/data/sportsteam/image_1761523218341_24040004.jpg)
김라경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았을 때, 지난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고 말했다. 한층 성숙한 표정으로 그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모자 안쪽에 새긴 할머니의 이름이 다시 떠올랐고, 한국에서 지켜보고 있을 오빠에게는 "드디어 내가 해냈다"고 속삭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마운드에 혼자 서 있는 것 같았지만, 그는 그 시간 동안 언제나 가족과 함께였다고 느꼈다.
김라경은 현재 또 다른 무대를 준비 중이다. 2026년 창설 예정인 미국 여자 프로야구 리그(WPBL) 진출을 목표로 지난 8월 트라이아웃에 참가해 최종 지명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김현아, 박주아, 박민서와 함께 오는 11월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기다리고 있다.
야구는 인내의 시간이다.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도 자신의 공 하나를 믿고, 팀을 믿으며, 자신을 믿어준 사람들의 사랑을 기억해야만 버틸 수 있다. 김라경은 그 모든 시간을 견디고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그의 투구 하나하나에는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그것은 바로 믿음, 헌신, 성장, 그리고 한국 여자야구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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