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주를 억지로 1군 안 올린 게 신의 한 수…급할수록 돌아간 한화, 190cm 좌완까지 발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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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대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위기 상황에서 일거양득의 효과를 봤다.
지난 12일 대전 키움전에서 한화는 신인 좌완 유망주 조동욱(20)의 6이닝 3피안타 1볼넷 1실점(비자책) 깜짝 호투에 힘입어 8-3으로 승리했다. 지난 3월29~31일 대전 KT전 싹쓸이 이후 42일, 12시리즈 만에 위닝시리즈(2승1패)에 성공하면서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원래 같으면 이날 키움전 선발투수는 문동주(21)였다. 지난달 28일 대전 두산전 3⅓이닝 10피안타(3피홈런) 1볼넷 1사구 1탈삼진 9실점 패전으로 데뷔 후 최악의 투구를 하고 2군에 내려간 문동주는 올해 6경기(26⅔이닝) 1승2패 평균자책점 8.78로 부진하다. 재정비 차원에서 2군행이 결정됐다.
당초 문동주는 로테이션을 한 차례만 건너뛸 예정이었다. 4월 이후 한 달 넘게 침체가 지속되면서 갈 길 바쁜 한화 팀 사정상 문동주를 계속 2군에 둘 여유가 없었다. 문동주 등판 차례였던 지난 4일 광주 KIA전에선 이태양을 오프너 선발로 내세우며 불펜 데이를 준비했지만 1회부터 5실점하며 2-10 완패를 당했다.
하지만 한화는 계획을 바꿔 문동주를 급하게 올리지 않았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퓨처스 코칭스태프가 봤을 때도 그렇고, 본인도 투구 밸런스가 안 좋다고 한다. 양쪽에서 전부 안 좋다고 하는데 1군에 올리기엔 리스크가 너무 컸다. 불펜 피칭을 더 하고 퓨처스에서 2이닝 정도 던진 것을 본 뒤 1군 복귀 스케줄을 잡을 것이다”고 밝혔다.
당장 급한 팀 사정을 이유로 문동주를 올려 쓸 법도 했지만 최원호 감독은 조금 더 인내했다. 서둘러 1군에 올렸다 결과가 안 좋으면 문동주 개인은 물론 팀의 남은 시즌이 휘청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대신 그 자리에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뽑아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돈 신인 조동욱을 1군에 올려 과감하게 선발 기회를 줬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조동욱이 깜짝 호투로 팀을 살렸다.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45km, 평균 143km 직구(42개), 체인지업(16개), 슬라이더(12개)를 던지며 탈삼진 없이 땅볼 아웃 7개, 뜬공 아웃 10개로 맞혀 잡는 투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6회까지 투구수가 70개에 불과했다. 190cm 큰 키에서 내리 꽂는 각도에 공을 채는 손 동작이 빨라 처음 보는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크게 벗어나는 공 없이 좌타자 상대로도 몸쪽 승부를 펼치며 먹힌 타구를 이끌어냈다.
지난 3월31일 KT전 황준서에 이어 조동욱도 고졸 신인 데뷔전 선발승 기록을 세웠다. KBO리그에서 역대 11번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인데 한 해 같은 팀에서 2명의 신인이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거둔 것은 처음이다. 고졸 신인 투수 2명에게 선발 기회가 갈 만큼 한화 사정도 좋지 않았지만 어느 팀이든 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선발진에 펑크가 나기 마련이다. 그 기회를 살린 것은 그만큼 실력이 있고, 준비가 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최원호 감독도 “조동욱이 정말 대단한 피칭을 해줬다. 실책으로 인한 실점을 하면서 흔들릴 수도 있었지만 잘 극복했고, 스스로 데뷔전 퀄리티 스타트 승리를 따냈다”고 칭찬했다.
조동욱이 팀에 부족한 좌완이라 한화로선 더욱 고무적인 결과다. 당분간 조동욱이 선발 로테이션을 돌겠지만 문동주가 재정비를 마치고 오면 불펜으로 쓰임새를 찾을 수 있다. 최원호 감독도 “나이나 몸을 볼 때 앞으로 구속이 향상될 여지가 충분하다. 140km대 중반을 던지면 기존 선수들과 비교해도 상당한 경쟁력이 있다”며 “계속 1군에 남으면 불펜으로 써도 괜찮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한 경기만 갖고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없지만 문동주를 억지로 1군에 올리지 않고 조동욱을 기용한 것이 한화에는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다. 문동주에게 조금 더 시간을 주며 선발진에 급한 불도 껐지만, 팀 내 왼손 불펜 고민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기대할 만한 카드가 하나 생겼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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