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의 네 번째 굴욕? 아무도 찾지 않는다, 그런데 오히려 전화위복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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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BO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로 각광을 받았던 고우석(26·마이애미)은 2024년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했다. 2023년 시즌 성적이 경력 평균보다 크게 처졌기에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고우석은 꿈을 향해 직진했다.
포스팅 막판 샌디에이고가 고우석에게 손길을 내밀며 2년 보장 450만 달러, 2+1년 최대 940만 달러에 계약했다. 인센티브와 옵션이 복잡하게 섞인 계약이었지만 2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의 기량을 증명하면 2026년 시즌을 앞두고 인생의 대박을 노려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그런 고우석이 2024년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크게 네 번 정도의 자존심이 상할 만한 일이 있었다. 우선 2024년 시즌 개막을 앞두고 26인 현역 로스터에 들어가지 못했다. 샌디에이고의 시즌 개막전이 열린 서울까지 동행했는데 개막 하루를 앞두고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후 고우석은 트리플A보다는 더블A로 내려가 구위 담금질에 들어갔다. 아무래도 조금 더 편한 환경에서 구위를 올리라는 샌디에이고의 배려로 보였다. 하지만 고우석의 컨디션 상승은 생각보다 더뎠고, 결국 샌디에이고는 고우석을 한 번도 쓰지 않고 트레이드했다. 샌디에이고는 지난 5월 5일(한국시간) 내셔널리그 타격왕 출신인 루이스 아라에즈를 얻기 위해 유망주 패키지 세 장에 고우석을 마이애미에 내밀어 트레이드를 성사했다.
고우석에게 2년 보장 450만 달러를 제안했고, 포스팅 금액을 합치면 실질적으로 쓴 금액은 더 많았다. 고우석을 영입했던 단장이 바뀐 것도 아닌데 한 경기도 써보지 못하고 그냥 트레이드한 것이다. 고우석의 두 번째 굴욕이자 시련이라고 할 만했다.
마이애미로 이적한 이후에도 시련은 계속됐다. 트리플A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음에도 콜업은 없었고, 오히려 5월 31일 고우석을 양도선수지명(DFA)했다. 40인 로스터에 빼버린 것이다. 40인 로스터에 들어갈 선수(숀 앤더슨)의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누군가 한 명은 제외해야 했는데 그 타깃이 고우석이었다.
네 번째 굴욕은 고우석을 원하는 팀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웨이버 과정 중이라 클레임을 하는 팀이 있다면 이적도 가능한 상황인데 나흘이 지난 지금까지도 별다른 소식이 없다. 보통 클레임을 하는 구단이 있다면 빨리 발표가 나는 게 통상적이다. 지금까지 팀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웨이버 절차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고우석은 결과적으로 구단 산하 트리플A팀에 신분이 이관돼 계속 트리플A에서 뛸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직 절차가 다 끝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상황만 보면 그렇다. 하지만 이게 꼭 나쁜 건 아니다. 마이매이의 팀 사정상 고우석이 자기 실력만 보여주면 언제든지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타 팀에 비해 기회를 얻기 더 쉬울 수 있다.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최하위에 처진 마이애미는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크게 떨어졌다. 구단도 올해보다는 내년 이후를 바라보고 있다.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는 주축 선수들을 대거 팔아넘길 가능성이 있다. 자연스럽게 로스터 자리가 비고, 고우석이 기량만 보여준다면 언제든지 다시 40인 로스터에 들어가고, 또 26인 현역 로스터에 들어갈 수 있다. 지금 40인 제외는 시련이지만, 2년의 계약 기간을 길게 보면 하나의 거쳐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마이애미도 잔여 연봉을 계속 지불해야 할 의무가 있는 만큼 고우석을 유심히 지켜볼 전망이다. 마이너리그에 남겨두기에는 꽤 고액 연봉이라 어떻게든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우석으로서도 올해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포함돼 26인 로스터 내에서 시즌을 마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마이너리그 신분으로 시즌을 마치면 내년 시작에도 40인 로스터에 들어간다는 장딤이 어렵고, 그렇다면 마이너리그 거부권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 아직 젊은 나이인 고우석이다. 지금 이 순간을 버티면 또 다른 밝은 상황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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