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넘어 세계로 질주” 전교생 48명, 산골학교 단성중 ‘인라인롤러부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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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이 48명에 불과하고, 번듯한 연습장 하나 없는 충북 단양의 단성중학교 인라인롤러부가 국제무대를 휩쓸며 주목받고 있다.
지난 7월 제천에서 열린 제20회 아시아롤러스케이팅선수권대회 주니어 여중부 P5000m에서 이 학교 3학년 권세진(16), 이태희양(16)이 각각 금, 은메달을 차지했다. 2010년 창단해 올해로 15년이 된 단성중 인라인롤러부는 현재 1학년 1명, 2학년 1명, 3학년 4명 등 총 6명으로 단출하다.
“처음엔 그냥 인라인을 타며 노는 곳인 줄 알았어요. 제가 이렇게 선수까지 될 줄은 몰랐어요.”
지난 23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현암동 충북도학생인라인롤러경기장에서 만난 이양이 인라인롤러 입문 계기를 밝혔다. 이양은 초등학교 2학년 때 ‘가정통신문’을 보고 처음 롤러를 시작했다. 이후 꾸준히 연습한 그는 지난해 대만에서 열린 ‘2024 대만국제롤러오픈대회’에서 여중부 3000m 계주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전국소년체전에서도 금메달(3000m 계주)과 동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인라인이라면 무엇이든 재미있다는 그는 “인라인 경기를 보는 것도 재밌고, 시합을 뛰는 것도 스릴이 넘친다”며 “인라인롤러 세계 챔피언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단양에는 인라인롤러 명문 학교가 여럿 있다. 관내 대강초 등 초등학교 5곳과 단성중, 한국호텔관광고 등 총 7개 학교에 인라인롤러부가 있다.
이들 7개 학교의 인라인롤러부가 전국소년체전에서 획득한 메달은 1995년부터 올해까지 136개(금메달 69개, 은메달 43개, 동메달 24개)에 달한다.
2015년부터 10년간 국제대회에서 수확한 메달도 금메달 16개, 은메달 2개, 동메달 9개 등 27개다. 지역 롤러 명문으로 이름이 나면서 타 시도에서 단양으로 전학오는 사례도 있다.
단양이 롤러 명문으로 성장한 데는 신영식 단성중 롤러부 코치의 역할이 컸다. 롤러 국가대표와 전북 완주군청 감독을 역임한 그는 2006년 대강초 코치를 시작으로 단양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초등학교와 단성중, 한국호텔관광고에 롤러부를 창단하며 연계 훈련 시스템을 구축해 선수를 육성하고 있다.

신 코치는 “선수들이 지도자를 전적으로 믿어주고 있다”며 “아직 성장 중인 학생들이어서 고된 훈련보다는 롤러에 재미를 붙여주려 노력한다. 즐겁게 열심히 하는 게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성과에 비해 선수들의 훈련 환경은 열악하다. 단양에는 선수들이 제대로 연습할 수 있는 전용 롤러장이 없다. 주 훈련장으로 대강초 강당을 사용 중이지만, 이마저도 공인 규격(200m)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크기다. 좁은 공간에서 부딪치면 부상으로 이어질까 걱정돼 맘껏 속도를 낼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강당을 벗어나 단성체육공원이나 차가 다니는 농로, 시멘트 길에서 훈련을 이어가기도 한다.
신 코치는 “100m도 채 되지 않는 좁은 트랙을 7개 학교 선수들이 나눠 쓴다”며 “좁은 코스를 돌다 보니 학생들이 어지럼증을 호소하거나 한 명이 넘어지면 연쇄적으로 넘어지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양군은 현재 전국 첫 국제 공인 규격 인라인롤러경기장을 건립 중이다. 총 147억원을 투입해 단성면 상방리에 다목적 경기장으로 지을 예정이다. 새 경기장은 충북 도내 24개 학교 운동부와 전국의 실업팀 선수들을 위한 사계절 전지훈련장이자 각종 국내·국제 대회를 유치하는 시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 코치는 “단양에 실내 인라인롤러 경기장이 만들어지면 단양 선수들이 한국 인라인롤러를 이끌어 나가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인라인롤러 경기장이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인구 소멸을 막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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