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자른 머리, 감독님도 빵 터졌다" 군대 가는 한동희, 미소로 풀어낸 아쉬움+작별 인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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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솔직히 아직은 실감이 안난다. 내일 잠자리에 누우면 군대에 왔구나 싶을 것 같다."
롯데 자이언츠 한동희(25)가 사직구장에 나타났다.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전 선수단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서다.
9일 사직구장에서 만난 한동희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편안한 옷차림에 롯데 모자를 깊게 눌러쓴 모습이었지만, 표정에는 홀가분한 미소가 감돌았다.
지난 5월 19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이래 입대까지 3주. 다리 부상 회복에 집중한 시간이었다. 주위에 두루두루 작별인사를 하느라 전화기에 불이 났다고.
한동희는 "시즌 준비 정말 열심히 했고, 감독님도 새로 오셨다. 정말 기대되는 시즌이었는데, 자꾸 다치면서 이렇게 끝내게 되니 너무 아쉽다"고 돌아봤다.
롯데의 미래이자 '차세대 이대호'로 주목받았던 한동희다. 2020~2022년 3년간은 꾸준히 성적을 끌어올리며 평균 OPS(출루율+장타율) 0.8을 넘겼다. 총 48개(17-17-14개)의 홈런을 치며 거포의 기준이라는 '20홈런'도 눈앞에 뒀다.
반면 지난 2년은 짙은 아쉬움으로 가득하다. 대선배 이대호가 은퇴한 뒤 진정한 거포로 거듭나기 위해 변신을 꾀했다. 구단과는 성적에 따라 연봉을 받는 '퍼포먼스 인센티브' 계약까지 체결하며 야심을 불태웠다.
그렇게 맞이한 2023년, 예상과는 달리 최악의 부진에 직면했다. 타율 2할2푼3리 5홈런 32타점, OPS 0.583의 초라한 성적에 그쳤다. 손에 다 잡은 것만 같았던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 티켓도 놓쳤다. 예정에 없던 군복무의 압박이 쑤욱 다가온 순간이었다.
절치부심했다. 지난 겨울 사실상 휴식 없이 야구에만 매달렸다. 이대호와 함께 미국 LA의 강정호 아카데미에도 다녀왔다.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상무 가기 전까지 홈런 20개 치겠다"며 농담을 던질 만큼 자신감과 여유가 넘쳤다. 2월말 형제구단 지바롯데와의 교류전에서도 홈런을 쏘아올렸다. 서울시리즈에서 메이저리그 팀을 상대할 '팀 코리아'의 일원으로도 뽑혔다.
현실은 야속하기만 했다. 3월 10일 SSG 랜더스와의 시범경기에서 스윙 도중 내복사근 부상을 당했다. 치료와 재활에 한달 넘는 시간이 걸렸다. 좋았던 타격감을 그렇게 놓쳐버렸다. 5월에는 햄스트링 부상의 불운까지 닥쳤다. 결국 올시즌 2할5푼7리, 홈런 없이 3타점, OPS 0.592의 부진한 기록만 남긴채 입대하게 됐다.
이날 한동희의 까까머리를 본 선수단은 웃고 사진 찍고 난리가 났다. 김태형 감독도 터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고. 한동희는 "전 머리 자른 사진 안 찍었는데, 준우 선배님 훈이 선배님 비롯해서 이 사람 저 사람이 다 찍어갔다. 곧 여기저기 SNS예 올라올 것"이라며 웃었다.
상무가 '마당발' 한동희에겐 마냥 낯선 무대는 아니다. 군복무중인 팀동료로는 조세진과 한태양이 있다. 이강준(키움) 이정용(LG)과도 친분이 두텁다. 입대동기 중에도 이재원(LG) 김재웅(키움)과는 친하고, 윤준호와 이원재(이상 두산)는 경남고 후배들이다.
한동희는 "(이)정용이 형은 '얼른 와라. 편하게 야구해라'고 하는데, (이)강준이는 빨리 와서 시합 좀 뛰라고 난리다. 상무가 요즘 (남부리그)2위라서 그런가보다"라며 웃었다.
올해 롯데에는 'D.H.25'가 새겨진 글러브를 쓰는 선수가 2명 있다. 고승민과 나승엽이다. 한동희는 "김민호 코치님이 부탁하셔서 (고)승민이한테 새 글러브를 하나 줬다. (나)승엽이가 쓰는 1루수 미트는 작년까지 제가 쓰던 거다. 한번 써보더니 '이거 내거네' 하고 가져가선 안 돌려준다"면서 웃었다.
팀동료들에겐 격려를 건넸다. "초반부터 팀 분위기가 훨씬 좋다. 이제 난 밖에서 열심히 응원하겠다. 올시즌 롯데는 정말 잘할 것 같다"며 강조했다.
한동희는 오는 2025년 12월 제대한다. 김태형 감독의 3번째 스프링캠프, 3년차 시즌은 함께 할 수 있다.
팬들을 향한 인사, 스스로를 향한 다짐도 잊지 않았다.
"군복무 마치고 돌아와선 잘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잘 다녀오겠다. 무엇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인사드리고 싶다."
부산=김영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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