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후배의 도발이냐, 참지 못한 선배들의 오버냐...한화-KT 벤클, 누구 잘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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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삼진 세리머니로 촉발된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 간 벤치클리어링,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불문율을 어긴 한화가 원인 제공을 한 것일까, 패배와 부진에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KT가 필요 이상의 대응을 한 것일까.
수원 케이티위즈파크는 한화 김경문 감독의 복귀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구장. '김경문 효과' 속에 한화가 연패를 끊고 2연승을 달린 가운데 5일에는 예기치 못한 벤치클리어링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날 양팀의 충돌은 볼썽사나웠다.
5-2로 앞서던 한화는 8회초 대거 7득점 하며 승기를 잡았다. 사실상 KT가 수건을 던진 상황.
하지만 한화는 8회 올시즌 부침을 겪은 필승조 박상원을 올렸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경기 상황 관계 없이 여러 선수들을 눈으로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박상원이 김상수, 로하스를 삼진 처리한 뒤 격한 세리머니를 펼쳤다는 것이다. 10점 차였고, 상대가 사실상 경기를 포기한 상태에서 본인 의도와 관계 없이 자칫 조롱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야구 뿐 아니라 종목 불문 사실상 패한 상대를 배려하는 불문율이 있다. 여기에 박상원은 세리머니 뿐 아니라 소리까지 내지르며 포효했다. 이미 2020년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질 때 지나치게 고함을 질러 이슈의 중심에 섰던 선수.
즉각 반응이 왔다. 8회말 종료 후 KT 벤치에서 불편함을 노출했다. 노련한 류현진이 바로 눈치를 채고 적극적으로 사과 표시를 했다. 베테랑 안치홍과 채은성도 벤치에서 박상원에게 이것저것 설명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문제는 경기 종료 후 KT 황재균과 장성우가 분을 참지 못했다는 점이다.
황재균이 "야, 너 이리로 와봐"라며 위협적인 모습으로 박상원을 불렀고, 장성우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달려가려는 등 거친 모습으로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양 팀 간 싸움이 났다기 보다는 다른 선수들이 두 사람을 적극적으로 말리는 모양새. 김 감독도 KT 이강철 감독을 찾아가 포옹을 하며 양해를 구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두 가지 시선으로 볼 수 있다. 먼저 박상원의 잘못. 불문율을 어겼다면 어긴 것이다. 그러니 한화 고참들이 먼저 움직였다. 자신들도 과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잘못을 안 했는데, 사과할 이유는 없다. 김 감독도 경기 후 "잘 가르치겠다"는 코멘트를 했다. 상대 배려가 부족한 불필요한 행동이었음을 어느 정도 인정한 것이다.
다만, 박상원 개인으로 볼 때는 이해할 수 있는 측면도 약간은 있다. 올시즌 마무리로 시작해 보직 강등을 당하는 등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감독이 바뀐 가운데 자신의 의욕과 의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터. 또, 시대가 많이 변했는데 프로 선수가 감정 표현도 하지 못하느냐고 억울할 수도 있다. 이닝 종료 후 격앙된 KT 더그아웃을 본 박상원도, 불만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는 이미 4일 경기부터 적극적인 감정 표현을 했다.
정작 삼진을 당한 당사자들인 김상수와 로하스는 별 반응 없이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공교롭게 크게 화를 낸 황재균은 이날 1회 실책성 플레이를 하고, 문책성 교체를 당했다. 경기 내내 덕아웃에서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장성우도 최근 부상이 이어지며 주춤하고 있다.
야구가 잘 안되는 두 사람이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하고 화풀이를 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을 수 있다. 한화 쪽에서 이미 사과 제스처를 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사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두 선수는 KT 더그아웃 중심을 잡는 최고참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고참들이 나서는 게 당연한 일이기는 하다.
어찌됐든 박상원이 원인 제공을 한 측면은 분명히 있어 보인다. '꼰대'가 존중받지 못하는 시대가 되기는 했지만, 프로 스포츠에서 불문율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도 많은 팬들이 보는 앞에서 그것도 경기가 다 끝나고 관중에게 예의를 차리려던 시점에 지나치게 흥분한 모습을 보이는 건 자제했어야 한다.
한편, 박상원은 다음날인 6일 경기에 앞서 KT 덕아웃을 찾아가 정중히 사과했다. KT 선수단을 대표해 주장 박경수도 "사과를 받아들여 잘 풀었고, 더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고 말해 세리머니 논란은 하루 만에 일단락 됐다.
김용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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