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커피·콜라 다 끊었어요” 최경주, 30년 습관 바꿔 시간 되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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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54번째 생일날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극적인 연장 우승을 차지한 최경주. 우승의 여운을 즐길 틈도 없이 바로 다음 날 미국으로 건너갔다.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는 미국 집에 잠시 들러 옷을 갈아입고, 다시 비행기를 타고 20일 밤 11시쯤(현지 시각)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공항에 도착했다.
23일부터 나흘간 미 미시간주 벤턴하버 하버 쇼어스 리조트 코스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시니어 대회) 메이저 대회 키친에이드 시니어 PGA 챔피언십에 나선다.
공항에서 이 대회장 숙소로 가는 동안 그와 전화로 1시간가량 대화했다. 6시간 뒤인 새벽 5시 골프장에 가 대회 직전 벌어지는 프로암(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 연습 라운드를 도는 것)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사투리 섞인 구수한 말투는 여전했다. 이번에 우승한 뒤 휴대전화로 축하 문자 수백 통을 받았다고 했다. “2011년 PGA 투어 제5의 메이저라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 때보다 많은 것 같았다”고 전했다.
-대회 끝나고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쉬기는. 잡아 놓은 일정대로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항상 그랬으니까. 어제 인천 공항 가선 오래전부터 후원해 준 골프웨어 슈페리어 광고도 촬영했다. 그 자리에서도 너무 많은 분이 우승을 축하해 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하루 만에 다시 미국에서 경기해야 해서 시차 적응이 어떨지 자신 없긴 하지만 대회를 치르면서 극복해 가겠다.”
그는 지난 10~13일(한국 시각) 미 PGA 챔피언스투어 리전스 트래디션를 공동 6위로 마친 뒤 16~19일 한국에서 SK텔레콤오픈을 멋지게 마무리하고 다시 미국으로 왔다.
-그 아일랜드에서 한 웨지 샷이 대단한 화제다.
“연장 1차전에서 뒤 땅을 친 두 번째 샷이 개울 위에 그 작은 아일랜드(잔디 구역 기준 가로 2m 세로 1.5m)에 올라갈 줄 누가 알았겠나. 페어웨이에서는 보이지도 않는 작은 섬이었는데. 오직 하늘에서만 보인다. 그래서 하나님의 은총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그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골프 인생을 통틀어도 그 아일랜드를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사실 이번뿐 아니라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백프로(100%) 운이 따라줘야 한다. 항상 겸손해야 하는 이유다.”
그 웨지 샷에 대해선 이렇게 설명한다. “54도 웨지로는 앞에 돌에 부딪힐 것 같았다. 오르막 경사라서 59도 웨지로 평범하게 샷을 하면 스핀이 걸려서 99%는 홀 4~5m 앞에 멈췄을 거다. 샷을 하면서 클럽 페이스를 들어 올리는 동작으로 스핀이 걸리지 않게 공이 계속 굴러가도록 쳤다.”
그의 캐디가 꼽은 승부처는 4라운드 17번 홀. 홀 1m 안에 붙인 25m 벙커샷이었다. 그는 “일리 있다. 내가 벙커샷을 잘한다 해도 20~40m 거리 벙커 샷은 정말 힘들다. 17번 홀에서 보기를 했으면 그냥 졌을 것”이라고 했다.
-50대 중반인데 너무 힘든 일정 아닌가.
“최경주 재단 골프 꿈나무들을 비롯해 어린 친구들에게 늘 롱런하는 선수가 되라고 강조한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선수가 되지 말고 오래 참고 견디다 보면 좌절도 딛고 일어서서 우승도 하게 되고 인생에 좋은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고. 그렇게 오랜 시간을 통해 성장하는 값진 선수가 되라고 실컷 얘기해 놓고 싹 은퇴해 버리면 뭐가 되겠나(웃음). 이번 우승처럼 내게 주어진 골프라는 재능을 통해 하나님 은혜를 보여줄 수 있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
미국 댈러스 자택 인근에는 클레이 코트로 만들어 놓은 훈련장이 있다. 어린 시절 그가 아이언샷을 익혔던 완도 백사장처럼 ‘맨땅’에서 아이언을 훈련할 수 있게 한 곳이다. 최경주 골프 꿈나무 장학생이 동계 훈련을 하는 곳인데 소문이 나면서 대여섯명 이상 상시 훈련하는 유망주들이 있다고 한다.
-아들뻘인 20~30대들과 나란히 겨룰 수 있는 비결은 뭔가.
“건강한 식단과 체계적인 트레이닝에 집중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살도 많이 빠지고 근육량도 예전 같지 않아서 걱정이 많았다. 2년 전부터 미국 댈러스 집 근처 트레이닝 전문 센터에서 몸 관리를 체계적으로 받고 있다. 전문가 검사를 통해 코어와 하체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근육 운동을 한다. 스트레칭으로 유연성 훈련도 많이 하고. 근육 운동을 할 때는 무리하게 중량을 올리지 않고 들 수 있는 무게에서 조금씩 올려 간다.“
-매일 루틴(routine)으로 하는 운동이 있다면.
“아침에 일어나면 40분가량 스트레칭과 마사지 세러피를 한다. 그리고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덤벨 등을 이용한 근력 운동, 플랭크 등 다양한 코어(근육) 강화 운동을 한다. 최근엔 ‘체력 관리의 달인’으로 통하는 (선배 골퍼) 베른하르트 랑거(67) 얘길 듣고 나선 플랭크를 좀 더 하고 있다.”
-술과 탄산음료, 커피 등 세 가지를 끊었다고 들었다.
“젊을 때만큼 말술은 아니지만 친한 지인을 만나면 소폭(소주 폭탄주)으로 열 잔 스무 잔은 너끈히 마셨다. 하지만 3년 전부터 공도 잘 못 치면서 몸에 해로운 술을 먹는 게 잘하는 짓인가 싶어서 한 방울도 안 대고 있다. (가끔 행사 때 주는) 와인도 입에 안 댄다. 못 믿겠다면 시험해 봐라(웃음). 탄산음료도 딱 끊었다. (투어 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햄버거를 먹어야 할 때도 있는데 그때도 콜라 대신 생수를 마신다.”
-식단도 과거와 달라진 게 있나.
“전에 즐기던 튀김과 탕 등을 멀리한다.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기 위해 밥은 전보다 3분의 1을 덜어냈다. 국 종류도 시금치국이나 전복 미역국 등 담백하게 먹고 삼겹살은 수육으로 요리한다. 대회장에서도 같은 원칙이지만 아침엔 오믈렛을 즐기고 스테이크를 통해 단백질을 보충한다. 술과 탄산음료를 끊자 절제된 식사습관을 갖게 됐다. 하루 세끼 외에 군것질은 거의 안 한다.”
-기분이나 몸이 달라지는 걸 느끼나.
“속도 편해지고 몸이 좋아지는 느낌이 온다. 전에는 커피를 마시면 몸이 예민해지곤 했는데 안 마시니 더 좋더라. 녹차를 비롯해 차 음료가 좋다고 하니까 앞으로 차를 한번 배워 보려고 한다.”
-하루 500개씩 샷 연습을 한다던데 힘들지 않나.
“경기할 때 힘이 빠진 상태에서 샷을 하려면 평소 연습을 충분히 해둬야 한다. 젊었을 때는 하루 1000개씩 쳤다. 벙커샷부터 아이언샷, 어프로치까지 매일 연습하지 않으면 근육이 빠진다.”
그는 드라이버 거리가 260~270야드 정도로 젊었을 때보다 20~30야드 줄었다. 하지만 정확한 아이언에 퍼팅 능력을 높여 짧아진 거리를 극복하고 있다. 그는 “사실 6년 전부터 허리 협착증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4번과 5번 디스크가 붙어 무리하면 진통이 심하고 근육통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는 자생한방병원으로부터 꾸준히 약침을 맞고 있고 몸을 꾸준히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몇 년 전 노안(老眼)이 왔다더니 퍼팅이 많이 좋아졌다.
“새로운 루틴을 개발해서 연습하고 있다. 라운드 한 시간 전에 40분가량 빠짐없이 한다. 우선 10분간 1m짜리 쇠자 위에 공을 올려놓고 퍼팅을 반복한다. 이때 공이 옆으로 흐르지 않고 똑바로 끝까지 굴러가면 자신감이 생긴다. 경기 중에도 쇠자 위에서 공이 똑바로 굴러가던 장면을 떠올리면 집중력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10분간 홀 컵 사방에서 1m 거리를 시작으로 30cm씩 뒤로 물러나며 2m 거리까지 퍼팅을 한다. 3번 성공하면 끝낸다. 이런 건 짧은 거리 퍼팅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준다. 그다음은 거리감 훈련으로 6m, 8m, 10m, 12m 거리에서 2m 간격으로 퍼팅 거리를 맞춰보는 연습을 20분가량 한다.”
-남은 골프 인생 목표는 뭔가.
“소셜미디어가 있어서 그런지 미국에서도 많은 분이 SK텔레콤 우승 장면을 봤더라. 막내아들 강준(20)이가 미국 듀크대 골프부인데 친구들이 ‘너희 아빠 정말 대단하다’고 했다 하더라. 골프를 통해 아직도 이렇게 큰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게 정말 축복이다. 이제 PGA 투어 500경기(대회) 출전에 두 경기만 남겨 놓고 있다. 그건 금방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올 시즌 목표는 PGA챔피언스 투어 상금 랭킹 10위 안에 드는 건데, 전에 세계 5위까지 해봤지만 상금 10위 안에 든 적은 없다. 그걸 시니어 무대에서라도 이뤄보려 한다. 이렇게 목표가 확실하니 은퇴는 아직 멀었다.”
50세 이상 선수들이 참가하는 PGA 챔피언스투어에는 최경주가 ‘큰 형님’이라 부르는 베른하르트 랑거(67·독일)를 비롯해 비제이 싱(61·피지) 등 환갑 넘어서도 우승하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그는 “멋진 골프 인생을 살아가는 랑거나 싱 같은 선배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배우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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