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는 지금 운명의 면담 중… 이정후는 조기 복귀 마지막 기대, 수술은 마지막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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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어깨를 다쳐 부상자 명단에 오른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가 올 시즌을 건 운명의 면담에 들어갔다. 이 면담 결과에 따라 다친 어깨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옵션이 결정된다. 현지 언론에서는 수술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하지만, 이정후는 조기 복귀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후의 뜻대로 최소한의 재활 기간으로 올 시즌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과 메이저리그 팬들이 모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면담이 지금 시간이면 끝날 것으로 보인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15일(한국시간) 구단 보도자료를 통해 이정후의 검진 결과를 알리면서 17일 최종적인 면담이 예정되어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왼 어깨 탈구(left shoulder dislocation)로 지난 밤 구단 주치의를 만나 MRI 촬영 결과에 대한 진단을 받았다”면서 “그의 왼 어깨에 구조적 손상(structural damage)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이 보도자료를 쓰게 만든 최악의 부상은 지난 13일 홈구장인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와 경기에서 찾아왔다. 최근 6경기 연속 안타를 치고, 9일 콜로라도전에서는 모처럼 장타까지 치는 등 완연한 타격감 상승세를 알리고 있었던 이정후는 9일 콜로라도전에서 파울 타구에 왼발을 맞아 3경기 연속 결장했다. 10일 결장 당시 상황을 보겠다고 했는데 11일도 결장한 것에 이어 가장 빠른 복귀 시점이었던 12일 경기에도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사흘을 쉰 만큼 이정후의 의욕은 충만했을 것이다. 이날 선발 1번 중견수로 출전한 이정후의 1회 수비부터 그랬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도 경기 후 이정후의 부상을 안타까워하면서 “1회부터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1회부터 타구를 처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다 다쳤다. 이정후는 누구보다 팀을 많이 생각하고 팀을 위해 뛰는 선수”라고 말문을 잇지 못했다. 실제 이정후는 경기에 몰입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그런 몰입이 불운을 만나 큰 부상을 야기했다.
2사 만루 상황에서 제이머 칸델라리오의 타구가 빠른 속도로 가운데 담장을 향해 날아갔다. 중견수인 이정후가 잡지 못한다면 우익수도 기회가 없는 상황. 타구를 재빠르게 판단한 이정후는 끝까지 날아갈 것을 예상하고 전력으로 펜스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점프 캐치로 이 공을 걷어내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하지만 정말 말 그대로 한뼘이 모자라 펜스 상단을 맞고 그라운드로 들어오는 타구가 됐다. 타구는 펜스에 맞고 안전하게 그라운드로 들어왔지만, 이정후는 그렇지 못했다.
전력으로 뛴 탓에 가속도는 100%가 붙어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글러브를 낀 왼손을 뻗다 보니 어깨와 팔꿈치, 옆구리 등이 부상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황이었다. 하필이면 타구가 신시내티 원정 불펜 쪽으로 향했고, 그 부분을 개폐해야 했기에 다른 지점에 비하면 펜스의 완충 작용도 약한 지점이었다. 결국 이정후는 세게 부딪힌 뒤 쓰러졌고, 더 이상 경기를 진행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어디를 다쳤는지 명확하게 알 수도 없었을 만큼의 큰 충돌이었다. 모든 부위에 부상 가능성이 있었다. 가장 큰 재앙인 머리를 다치지 않았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걸어 나오면서 왼쪽 어깨를 최대한 고정하며 걸으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교체 직후 어깨 부상으로 확인됐다. 당초 첫 발표는 염좌로 그래도 가정할 수 있는 부상 중 가장 가벼운 축에 속했지만, 경기 후 샌프란시스코 구단과 밥 멜빈 감독은 ‘어깨 탈구’로 정정했다. 이정후가 KBO리그에서 두 차례 정도 다쳤던 부위다.
곧바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받았고, 구단 주치의는 구조적 손상이 발견됐다고 했다. 인대나 관절 쪽에 손상됐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이 경우 두 가지 옵션이 있다. 상태가 아주 심각하지 않으면 꼭 수술을 받지 않고 재활로 이 부상을 처리할 수 있다. 상태가 심각하거나 아예 원천적인 위험 요소를 차단하려면 수술대에 오를 수도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후 추가적인 구단의 구상과 현재 상태를 밝히지는 않았다.
그래서 한 번 더 검진을 받기로 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15일 당시 “이정후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오는 목요일(한국시간 17일) 닐 엘라트라체 박사를 만나 두 번째 진단을 받을 예정이다. 그의 치료 옵션에 대한 정보는 금요일(한국시간 18일) 전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샌프란시스코 구단도 훌륭한 의료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굳이 LA로 보내는 이유는 닐 엘라트라체 박사가 어깨와 팔꿈치의 최고 권위자이기 때문이다. 류현진도 어깨 수술을 엘라트라체 박사에게 받았고,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또한 팔꿈치 수술을 엘라트라체 박사에게 맡겼다. 수많은 선수들의 팔꿈치와 어깨 수술을 담당한 경력이 있다. 경험이 풍부하다. MRI 필름만 보면 이게 수술이 필요한 상태인지, 재활로도 가능한 것인지 안다. 추후 경과에 대한 정보도 누구보다 많기에 재활을 했다가 처할 수 있는 위험 요소에 대한 데이터도 많이 쌓여있다. 이런 경험이 있기에 엘라트라체 박사에게 최종적인 결론을 맡기는 것이이다. 선수도 이 결론은 인정할 가능성이 크다.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정후는 수술보다는 최대한 빨리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찾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라트라체 박사를 만나는 것 또한 그런 의지와 연관이 있지 않겠느냐는 추론이다. 상태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수술을 하면 최소 4개월에서 최대 6개월의 재활 기간이 소요된다. 이정후도 예전에 왼 어깨에 칼을 대 본적이 있어서 안다. 4개월만 잡아도 복귀가 9월 중순인데, 재활 경기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시즌 아웃이다.
니라브 판야 박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정후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면서 “간단히 설명하면, 일반적으로 수술은 회복에 4~6개월, 비수술 방식은 6~7주 정도가 필요한 것이 핵심”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선수 어깨 상태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수술을 하면 정상적으로 경기에 나서는 데까지 8개월이 소요되기도 한다. 다저스의 신인 외야수 앤디 파헤스의 경우가 그랬다. 다만 한 가지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건 이정후가 우투좌타라는 것이다. 던지는 어깨는 아니다. 타격에서도 많이 쓰는 어깨는 오른쪽이다. 이정후가 지금까지 왼 어깨 부상을 순조롭게 이겨내고 복귀 때마다 좋은 활약을 보여준 배경일 수 있다.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 거액 계약을 한 이정후는 팀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선수다. 책임감도 있고, 스트레스라면 또 스트레스다. 그런 상황에서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접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지금까지 뛰었던 경험 또한 싹 사라질 위기다. 상황은 다르지만 두 번 정도 해당 부위에 부상을 당한 적이 있어 재활 경험이 있는 이정후로서는 어떻게든 결장 기간을 짧게 하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다. 수술은 어쨌든 마지막 옵션이라는 게 확실하다.
다만 현지 언론에서는 수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현실도 그렇고, 미래를 생각해도 그럴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역 유력 매체인 ‘NBC스포츠 베이에어리어’는 17일 ‘이정후가 수술을 받은 뒤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엘라트라체 박사와 면담에서 수술을 하는 게 유일한 길이라는 게 확인되면, 다시 LA로 가는 것보다 곧바로 그 자리에서 엘라트라체 박사에게 수술을 받는 게 시간적으로 나은 일이다.
‘NBC스포츠 베이에어리어’는 ‘샌프란시스코 중견수들의 출루율은 지난 두 시즌(2022~2023년) 동안 메이저리그 전체 28위에 머물렀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합류하며 그런 문제점들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정후가 어깨 부상을 당하면서 잔여 시즌 출전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해 공격력이 리그 최하위 수준으로 처지며 힘든 시기를 보냈고, 특히 중견수와 좌타자 타율이 문제였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에 거액을 투자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정후가 단 37경기만 뛰고 이탈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일단 어깨 상태가 중요하다. 샌프란시스코는 지금도 급하지만, 미래도 생각해야 한다. 이정후는 6년을 투자한 선수다. 이번 어깨 부상이 남은 5년의 시한폭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수술을 하는 게 낫다는 소견이 나오면 올해를 포기하더라도 건강하게 남은 기간을 뛰는 게 낫다. 던지는 어깨가 아니라 그나마 부담이 덜하다는 점도 있다. 이정후로서는 기적이 찾아오는 수밖에 없다.
수술이 확정되면 샌프란시스코는 큰 타격이다. 문제점을 메우려고 영입한 선수가 이정후인데 이정후가 부상으로 빠지면 지난해로 돌아가는 것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이정후의 빈자리는 일단 루이스 마토스가 메우고 있다. 이정후가 이탈한 이후 공·수에서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76경기, 올해 5경기 등 총 81경기밖에 경험이 없는 루키 선수다. 검증된 게 없는 변수다.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빠른 발을 가진 타일러 피츠제럴드도 경험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정후만한 기대치와 안정감을 가진 선수는 아니다. 이래나 저래나 샌프란시스코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차라리 타구가 더 뻗어 포기할 수준으로 넘어갔으면 이런 부상이 없었을 텐데, 이정후 야구 인생의 가장 큰 시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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