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154㎞’ 고우석이 50구를 던지다니… 도대체 마이애미 속셈은 무엇일까, 콜업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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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 시즌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하고 있는 고우석(26·마이애미)은 KBO리그 시절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였다. 주로 9회가 고우석의 무대였다. 경기 상황상 8회에 등판하는 경우도 있기는 했지만, 투구 수는 관리를 했다. 많아도 40구였다. 그런데 그런 고우석이 50구를 던졌다. 자신의 잘못도 있기는 했겠지만, 마애이미의 구상과 속셈에도 관심이 몰리는 대목이다.
마이애미 구단 산하 트리플A팀인 잭슨빌 점보 쉬림프에서 뛰고 있는 고우석은 15일(한국시간) 홈구장인 121 파이낸셜 볼파크에서 열린 내슈빌 사운즈(밀워키 산하 트리플A팀)와 경기에서 1-9로 뒤진 8회 1사 상황에서 등판해 1⅔이닝 동안 50구를 던졌다. 이날 4개의 피안타와 1개의 볼넷을 내주며 1실점했다. 더블A와 트리플A를 오가며 최근 6경기 동안 한 점도 실점하지 않았던 고우석은 모처럼 실점했고, 트리플A 평균자책점은 2.25가 됐다. 최고 구속은 154㎞까지 나왔고, 포심·커터·커브 등 자신이 던질 수 있는 구종을 두루 던지며 실험에 나섰다.
최근 루이스 아라에스를 골자로 한 마이애미와 샌디에이고의 1대4 트레이드 당시 마이애미 유니폼을 입은 고우석은 트리플A팀으로 이관되며 메이저리그 콜업을 향한 재도전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마이애미 이적 후 트리플A 두 경기에서는 모두 무실점을 기록하며 희망을 남겼고, 이틀을 쉬고 이날 다시 등판했다. 잭슨빌은 이날 투·타가 모두 힘을 쓰지 못하며 끌려갔고, 고우석은 1-9로 뒤진 8회 1사 1,2루 상황에 등판해 진화에 들어갔다.
다만 첫 타자 승부에서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경기가 어렵게 흘러갔다. 아이삭 콜린스를 상대로 한 고우석은 첫 타자 승부에서의 긴장감 때문인지 공이 날렸고, 결국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고 1사 만루에 몰렸다. 이어 타일러 블랙과 승부에서는 1B-2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4구째 커브로 1루 땅볼을 유도했다. 빗맞은 타구로 아웃카운트 처리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그 사이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승계주자 실점을 허용했다.
그 다음 승부가 아쉬웠다. 웨스 클락을 상대한 고우석은 2B-2S에서 5구째 바깥쪽 낮은 코스에 커터를 던졌다. 고우석은 삼진이라고 생각한 듯 더그아웃으로 잠시 발걸음을 옮겼으나 주심의 콜이 선언되지 않았다. 게임데이 그래픽 상으로도 조금 빠진 공이었다. 고우석은 풀카운트에서 6구째 커브를 낮은 코스에 던졌지만 이번에는 블랙이 잘 대처했다. 날카롭게 방망이를 돌려 3루수 키를 살짝 넘기는 2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3루수가 공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 점프했지만 살짝 못 미쳤다. 이 승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고우석은 초구부터 95.5마일(약 154㎞)의 빠른 공을 던졌지만 결국 허탈하게 실점을 허용했다. 경기는 1-12가 됐다.
고우석은 이후 브루어 히크렌을 3루 땅볼로 잡아내고 추가 실점을 하지 않은 채 이닝을 마쳤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고우석은 선두 요니 에르난데스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했다. 4구째 몸쪽으로 낮은 커터를 던졌지만 에르난데스가 대처를 잘했다. 고우석의 실투라기보다는 타자가 잘 친 코스였다.
고우석은 이어 크리스 롤러와 11구까지 가는 승부를 벌이며 투구 수가 불어났다. 파울만 7개가 나올 정도로 끈질긴 승부였다. 결국 풀카운트에서 11구째 포심패스트볼을 가운데 던져 힘으로 롤러를 이겨냈다. 타구는 크게 뻗지 못한 채 중견수 뜬공이 됐다. 이어 에릭 하세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고 아웃카운트를 불려나갔다. 3B-1S의 카운트에서 6구째 높은 쪽 포심으로 파울을 유도한 뒤 7구째 높은 쪽 커터로 방망이를 유인해냈다.
다만 이어진 2사 1루에서 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프레디 자모라에게는 우전 안타를 맞았고, 비니 카프라에게는 좌전 안타를 허용했다. 코스가 나쁘지 않은 보더라인 공이었는데 상대 타자들이 마치 고우석이 무엇을 던질 줄 아는 듯 좋은 타격을 했다. 다만 이어진 2사 만루에서 아이삭 콜린스를 3루 땅볼로 요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마지막 공은 93.6마일(약 150.6㎞)가 나왔다.
이날 4개의 안타를 맞으며 1실점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대량 실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공에 힘도 있었다. 최고 구속이 154㎞까지 나왔고, 여기에 평균 구속도 150㎞를 훌쩍 넘었다. 50구째 마지막 공도 150㎞가 넘었다. 적어도 구속 자체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자기 궤도를 찾은 듯한 느낌이었다. 커브는 존 하단에 잘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커터의 움직임도 괜찮았다. 안타 4개를 맞기는 했으나 투구 내용 자체는 그렇게 나쁘지 않은 날이었다. 커맨드가 다소 들쭉날쭉한 감은 있었고 승부처에서 탈삼진이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웠지만 적어도 마이애미 이적 후 나쁘지 않은 감을 이어 가고 있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었다.
고우석은 이적 후 세 경기에 나갔다. 12일 오마하전에서는 1⅓이닝 무실점, 12일 오마하전에서도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선전했다. 그리고 이날은 1⅔이닝을 던졌다. 멀티이닝이 많다. 마이애미가 고우석의 활용도를 테스트하고 있고, 이날 50구를 던지면서 이 정도 투구 수까지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리빌딩 팀인 마이애미는 불펜 체계가 타 팀에 비해서는 다소 헐겁다. 고우석이 어디에 들어갈지 모른다. 필승조나 마무리가 아니라면 30구 이상의 멀티이닝도 가능해야 콜업 가능성이 높다. 고우석은 이날 그런 가능성을 보여줬다.
앞으로도 이틀 휴식 이후 계속해서 많은 투구 수 실험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마이애미는 최근 주축 선수 몇몇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의 트레이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보도된 바 있고, 7월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로스터 이동도 빈번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잭슨빌에는 마이애미의 40인 로스터에 들어간 선수가 고우석을 포함해 몇몇 있는데 이중 선발 자원을 빼면 불펜 자원은 고우석을 포함해 세 명 정도다. 이중 우선권을 얻으려면 좋은 경기 내용은 물론 다양한 활용성도 보여줘야 한다. 고우석이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구속은 이미 거의 다 오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커맨드의 안정성이 마지막 관건이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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