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슨 운명의 장난' 중국의 월드컵 목숨줄을 쥔 한국.."설렁설렁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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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지난 2017년 6월,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국제 축구계의 거물'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마주 앉았다. FIFA가 연초 FIFA 월드컵 참가팀을 종전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16개국 늘리겠다고 발표를 한지 5달이 지나서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향후 중국이 남자월드컵을 개최할 기회를 갖길 희망한다"고 말했고, 인판티노 회장은 "오늘은 축구의 미래를 위해 중국과 FIFA가 새롭고 더 긴밀한 협력을 시작한 날"이라고 화답했다. 이후 장젠 당시 중국축구협회 부회장이 FIFA 집행위원으로 선출되고, 2018년 러시아월드컵과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다수의 중국 기업이 스폰서로 참여하는 등 FIFA 내 중국 축구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됐다. 인판티노 회장은 또한 2021년 여름, 24개팀으로 확대되는 첫 번째 클럽월드컵을 중국에서 치르겠다고 공표했다. 코로나팬데믹 여파로 결국 클럽월드컵은 예정대로 중국에서 열리지 못했지만, FIFA는 14억 인구를 보유한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인판티노 회장의 '픽'을 받은 중국이 2030년 혹은 2034년 월드컵 개최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FIFA가 2026년 북중미월드컵부터 참가팀을 16팀 늘리는 새로운 시스템을 발표할 당시, 결국은 중국을 월드컵 무대로 끌어들이기 위한 '설계'라는 게 축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중국은 같은 아시아 국가인 한국과 일본이 공동개최해 아시아축구연맹(AFC)에 할당된 쿼터가 늘어난 2002년에 유일하게 월드컵을 경험했다. 이후 5번의 월드컵에선 실력에 밀려 본선 진출권을 따지 못했다. 한국, 일본, 이란,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의 벽은 높아도 너무 높았다. 하지만 다가오는 월드컵부터 아시아에 배정된 티켓이 기존 4.5장에서 8.5장으로 4장 늘어나면서 일말의 희망이 생겼다. 월드컵 예선에 일종의 '패자부활전' 제도도 만들었다. 2차예선을 통과해 3차예선에 오르는 18개팀 중 3개조 1~2위 총 6개팀은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는데, 각 조 3~4위를 한 6개팀이 남은 티켓 2장을 두고 2개조로 나눠 또 조별리그를 치르도록 했다. 3차예선 1위와 2위에 오르지 못했더라도 재도전할 기회를 잡게된 것이다. 이렇게 '친절한' 대륙은 아시아가 유일하다.
한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중국이 차려진 밥상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에서 각각 2위를 차지하며 3차예선에 올랐던 중국은 북중미월드컵 2차예선에서 2승2무1패 승점 8점에 그치며 가까스로 2위에 올라있다. 3위 태국(5점)에 승점 3점차, 득실 3골차로 앞서있어 1~2위에 주어지는 3차예선 티켓을 딸 확률이 크지만, 문제는 중국이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대한민국(13점)과 원정경기를 펼치고, 태국이 같은날 조 최약체 싱가포르(1점)를 홈으로 불러들인다는데 있다. 중국은 비기기만 해도 2위를 확보하지만, 만약 중국이 한국에 패하고, 태국이 싱가포르를 상대로 대승을 거두면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조 3위는 월드컵 실패를 뜻한다. 더군다나 중국 입장에서 한국이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김도훈호는 이미 싱가포르전 7대0 대승을 통해 3차예선 티켓을 조기에 획득했지만, 한-중전에 집중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3차예선에서 톱시드를 받기 위해선 FIFA 랭킹을 유지해야 한다. 9월 시작하는 3차예선 조 편성은 6월 FIFA 랭킹을 기준으로 시드가 배정된다. 한국의 6월 랭킹은 23위로, 아시아축구연맹(AFC) 국가 중 일본(18위) 이란(20위)에 이어 3번째다. 현재 순위를 유지해야 3차예선에서 이란, 일본 등과 같은 강호를 피할 수 있다. 아시아 랭킹 4위 호주(24위)와 FIFA 랭킹 포인트가 단 0.96점 차에 불과해 방심할 수 없다.
지난 7일 중국 포털 소후닷컴에 따르면, 중국의 유명기자 바이궈화는 "태국이 홈에서 싱가포르를 만나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 원정에서 승점을 따야 하는 상황이 벌어져 숨이 막힐 지경"이라며 "한국이 이미 예선을 통과했다고 중국팀을 봐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 축구를 공격하고, 조롱하는 것이 한국 축구의 가장 큰 특징이기 때문이다. 관건은 중국이 원정에서 승점을 따낼 용기가 있느냐이다"라고 자조 섞인 푸념을 늘어놓았다. 일부 중국 매체는 경기 전부터 승부조작설을 제기하는가 하면 한국전에 배정한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심판에 대한 우려를 제시하고 있다. 중국 축구의 운명줄은 한국이 쥐고 있다. 김도훈 임시감독은 7일 귀국 인터뷰에서 "우리가 이뤄야 할 마지막 목표가 남았다. 홈에서 하는 경기이고, 싱가포르전 결과가 우리 팬들에게 즐거움을 줬듯이 2차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라고 필승 각오를 전했다. 미드필더 황인범은 9일 "설렁설렁하지 않겠다. 경기력과 결과를 모두 가져오겠다"고 목소릴 높였다.
윤진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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