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불행 중 다행이다… MLB 상위 2% 이것은 지켰다, 이겨냈던 시련 또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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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마지막까지 조기 복귀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던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가 아쉽게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지금은 선수에게나 구단에나 쓰라진 일이지만, 남은 5년 계약을 생각하면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어깨를 다쳤지만 다행히 던지는 어깨가 아니었고, 올해 기대 이상의 강견을 보여줬던 오른 어깨는 온전하다.
샌프란시스코는 19일(한국시간) 이정후를 60일 부상자 명단에 올렸다. 수술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신시내티와 홈경기에 선발 1번 중견수로 나선 이정후는 1회 2사 만루에서 제이머 칸델라리오의 홈런성 타구를 잡기 위해 날아올랐다가 펜스와 크게 부딪혔다. 그 자리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한 이정후는 왼 어깨 탈구 소견을 받아 의료진과 향후 일정을 놓고 계속 논의해왔다.
샌프란시스코 구단 의료진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필름을 유심하게 살핀 결과 이정후의 왼 어깨 조직에 구조적인 손상이 있다는 판단을 했다. 17일 팔꿈치와 어깨의 권위자인 닐 엘라트라체 박사를 만난 자리에서도 같은 소견을 받았다. 이 부위에 수많은 수술 경험과 재활 추이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엘라트라체 박사 또한 수술을 권유했고, 이정후는 결국 그 뜻을 따르기로 했다.
이정후는 마지막까지 조기 복귀에 대한 의사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재활로 버텨 후반기 일정에 대비하고, 시즌이 다 끝나면 수술을 받는 옵션도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팀에 최대한 보탬이 되기 위해서다. 이정후는 한 차례 이를 이겨낸 경험도 있다. 2018년 시즌 막판 비슷한 수술을 받았고, 시즌 뒤 수술을 받고 2019년 개막전에 정상적으로 나선 사례가 있다. 한 번 겪어본 만큼 그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에 계약한 만큼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었다. 이정후가 재활을 거쳐 라인업에 돌아오면 팀 전력에는 보탬이 되겠지만, 자칫 재발할 수도 있었다. 또 시즌을 마치고 수술을 한다고 해서 내년 개막전에 멀쩡하게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었다. 차라리 지금 수술을 받고, 천천히 재활을 한 뒤 올해 연말부터 내년 준비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게 낫다고 여겼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그나마 던지는 어깨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정후는 우투좌타다. 수비나 타격 모두에서 오른 어깨의 비중이 큰데 이번에도 왼 어깨다. 던지는 어깨를 다치면 당연히 재활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이정후가 2019년 개막전에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왼 어깨였기에 가능했다.
어깨는 수술을 받으면 그 기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조직이 팔꿈치보다 훨씬 더 복잡해 수술 난이도도 높다. 투수들에게 어깨 수술이 사형선고라는 말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그러나 이정후는 오른 어깨의 기능을 그대로 지켰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도 수준급의 송구 강도를 보여주고 있어 기대가 컸는데 이 기능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스탯캐스트’의 집계에 따르면 이정후의 올해 송구 평균 속도는 94.2마일(약 151.6㎞)로 메이저리그 상위 2%에 속하는 최정상급 수치였다. 외야수라 전력으로 던질 수 있는 상황이 적지 않은데 이정후는 분명 수준급 어깨를 뽐냈다. 올해 이정후의 수비력이 기대 이상의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만약 오른 어깨를 다쳤지만 장기적으로 좌익수 이동을 고려해야 할지도 모를 상황이었지만 최악의 상황은 넘긴 셈이 됐다.
성적이야 어쨌든 경기에 최대한 많이 뛰며 메이저리그에 적응해야 했던 이정후다. 많은 투수들의 공을 보고, 메이저리그의 문화와 분위기에 적응하는 시간이 날아간 게 아쉽다. 어쩌면 내년에도 루키의 심정으로 경기에 나서야 할 수 있다. 올 시즌 타격 성적이 썩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보완점을 충분히 확인했고, 기대 타율이나 타구 속도 등이 나쁜 것도 아니었다. 수비와 베이스러닝은 오히려 기대 이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를 건강하게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정후도 아쉬움 속에 미래를 기약했다. 이정후는 시즌 아웃이 확정된 뒤 현지 취재진과 만나 "루키 시즌을 이렇게 마무리할 줄은 몰랐다. 내 야구 인생에서 가장 실망스런 시즌이 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지금은 과거를 생각하기보다 미래를 낙관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감한 펜스 플레이가 돋보였던 수비 스타일에 대해서는 “(김)하성이 형은 어떤 플레이를 하든 항상 100% 노력을 한다. 나 역시도 어떤 플레이든 100%로 하려고 하는데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는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덧붙였다.
이정후 스카우트의 주역이었던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야구 부문 사장은 아쉬워하면서도 이정후와 팀을 위해 수술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자이디 사장은 “이정후는 올 시즌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는) 그의 장점을 많이 봤고, 계속 더 좋아질 것 같다고 느꼈다. 이정후는 역동적인 활약을 보여줬고, 중견수로서 공격과 수비에서 우리 팀 성공에 점점 더 중요한 선수가 되는 중이었다. 정말 안타깝다”면서 "스프링 트레이닝 첫 날부터 이정후는 조금도 어색한 게 없었다. 이미 훌륭한 빅리거였다. 아무리 올스타라고 하더라도 다른 리그에서 온 선수라면 바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정후는 내가 본 다른 어떤 훌륭한 선수들보다도 그런 면(적응)에서 인상적이었다"고 아쉬워했다.
자이디 사장은 "이 문제를 즉시 해결하고, 2025년 준비를 최대한 당기는 게 합리적이다. 우리는 이정후가 완전히 회복되길 바라고 있다. 이정후가 2025년 다시 강인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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