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오타니 가을 끝났다고 했나… 오타니 3출루 반등+AI 로버츠 모드, 다저스 4차전 승리 ‘5차전 끝장 승부 성사’ [N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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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13년부터 시작된 LA 다저스의 질주는 항상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어 미완으로 끝나곤 했다. 2020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당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단축 시즌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근래 들어서도 항상 최강 전력을 자랑한다고 했지만 유독 가을에는 힘을 쓰지 못했다. 2021년에는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애틀랜타에 졌고, 2022년에는 디비전시리즈에서 샌디에이고에 먼저 1승을 거두고도 내리 3패를 하며 탈락했다. 2023년에는 애리조나와 디비전시리즈에서 3전 전패라는 충격의 탈락을 당해 구단 외부의 비판이 높아졌다. 가을 다저스의 약세는 조롱거리였다.
다저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오타니 쇼헤이(10년 총액 7억 달러), 야마모토 요시노부(13년 총액 3억2500만 달러)를 영입하며 총액 기준 10억 달러 이상을 썼고, 타일러 글래스나우,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제임스 팩스턴 등을 영입하며 시장에 어마어마한 돈을 풀었다. 여기에 7월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는 마이클 코펙, 잭 플래허티, 토미 에드먼 등 즉시 전력감을 영입하면서 대권 도전의 뜻을 분명히 했다. 결국 내셔널리그 1번 시드로 포스트시즌에 나갔다.
그러나 샌디에이고와 디비전시리즈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접전 끝에 1차전에서 이긴 다저스는 2차전에서 샌디에이고 선발 다르빗슈 유의 역투와 상대 홈런 파워에 밀려 완패했다. 9일(한국시간) 열린 3차전에서는 2회 6점을 내주며 무너진 끝에 결국 5-6으로 졌다. 또 업셋 위기였다. 게다가 선발도 없었다. 샌디에이고가 시리즈를 조기에 끝내기 위해 1차전 선발 딜런 시즈를 4차전 선발로 당긴 반면, 다저스는 한 경기를 책임질 선발이 없어 불펜데이를 선택해야 했다. 시즌 최대의 위기였다.
그러나 “이제 2연승을 하면 된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된다”는 오타니 쇼헤이의 말대로 다저스는 저력을 보여줬다. 10일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샌디에이고와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 8-0으로 완승하고 시리즈를 5차전까지 끌고 갔다. 5차전은 다시 장소를 옮겨 다저스의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에서 12일 열린다.
시리즈를 끝내려고 한 샌디에이고는 루이스 아라에스(1루수)-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우익수)-주릭슨 프로파(좌익수)-매니 마차도(3루수)-잭슨 메릴(중견수)-잰더 보가츠(유격수)-데이비드 페랄타(지명타자)-제이크 크로넨워스(2루수)-카일 히가시오카(포수)가 선발로 나갔다. 선발로는 1차전 선발로 나갔으나 생각보다 부진했던 딜런 시즈가 명예 회복을 위해 나섰다. 올 시즌 정규시즌에서 33경기에서 14승11패 평균자책점 3.47의 인상적인 성적을 남긴 시즈는 1차전 당시 오타니에게 동점 3점 홈런을 맞는 등 3⅓이닝 6피안타(1피홈런) 5실점으로 부진했었다.
벼랑 끝에 몰린 다저스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악재가 있었다. 팀의 핵심 타자인 프레디 프리먼이 오른쪽 발목 부상으로 경기 출전이 어려웠던 것이다. 주전 유격수인 미겔 로하스도 내전근 부상 문제에 발목이 잡혀 이날 출전을 못했다. 이에 다저스는 오타니 쇼헤이(지명타자)-무키 베츠(우익수)-테오스카 에르난데스(좌익수)-맥스 먼시(1루수)-윌 스미스(포수)-토미 에드먼(유격수)-개빈 럭스(2루수)-키케 에르난데스(3루수)-크리스 테일러(중견수) 순으로 타순을 짰다.
1차전에서 야마모토 요시노부, 2차전에서 잭 플래허티, 3차전에서 워커 뷸러를 쓴 다저스는 4차전 선발 투수가 마땅치 않았다. 타일러 글래스나우, 개빈 럭스, 클레이튼 커쇼가 모두 부상으로 쓰러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불펜데이를 선언했다. 불펜 투수들을 잘 조합해 샌디에이고 강타선을 9이닝 동안 막아내야 하는 굉장한 고난이도의 작업이었다. 매년 가을마다 투수 교체로 도마 위에 올랐던 로버츠 감독의 역량에도 큰 관심이 모였다.
그런 다저스의 긴장이 일찍 풀렸다. 1회 선두 타자로 나선 오타니 쇼헤이가 2루 땅볼에 그쳤지만 무키 베츠가 중월 솔로홈런을 치며 선취점을 뽑았다. 최근 2년간 포스트시즌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던 베츠는 1·2차전도 부진했지만 3차전 홈런 이후 살아나는 모습이 있었는데 이날도 홈런을 치며 자신의 이름값을 증명했다. 다저스는 후속 타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안타를 쳤지만 시즈도 후속타를 막아내고 1실점으로 1회를 마쳤다.
다저스 선발로 나선 라이언 브레이저는 1회 세 타자를 잘 잡아내면서 보조를 맞췄다. 다저스가 가장 중요한 1회를 수월하게 마친 셈이었다. 그리고 다저스가 2회 시즈를 무너뜨리며 승기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1사 후 개빈 럭스의 볼넷이 시작이었다. 이어 키케 에르난데스가 중전 안타를 치며 1사 1,3루를 만들었다. 크리스 테일러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여기서 오타니 쇼헤이의 방망이가 빛났다.
오타니는 초구 바깥쪽 스위퍼가 들어오자 이를 노렸다는 듯이 잡아당겨 1·2루간을 빼는 우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그러자 샌디에이고는 흔들리는 시즈를 교체하고 브라이언 호잉을 투입해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다저스 방망이는 건재했다. 이어진 2사 1,2루에서 무키 베츠가 샌디에이고 투수 교체를 비웃는 우전 적시타를 쳐 3-0을 만들었다.
브레이저는 2회 선두 타자인 마차도까지 잡아내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샌디에이고는 2사 후 잰더 보가츠의 볼넷, 데이비드 페랄타의 안타로 추격 기회를 잡았으나 다저스 두 번째 투수 앤서니 반다는 제이크 크로넨워스를 잡아내고 위기에서 벗어났다.
위기를 넘긴 다저스는 3-0으로 앞선 3회 2점을 추가했다. 그간 침묵하던 맥스 먼시가 선두 타자로 나서 2루타를 치고 나갔고, 역시 침묵하던 윌 스미스가 호잉의 싱커가 가운데 몰린 것을 놓치지 않고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결정적인 투런포를 터뜨렸다. 분위기가 다저스 쪽으로 기우는 순간이었다.
다저스는 3회 샌디에이고의 상위 타선을 겨냥해 주로 마무리나 필승조로 뛰던 마이클 코펙을 3회에 올리는 초강수까지 선보였다. 그리고 코펙은 기대대로 3회를 실점 없이 마쳤다. 오타니는 4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볼넷을 골라 후속 타자에게 기회를 이어줬다. 오타니는 베츠의 중견수 뜬공 때 스타트를 끊어 성큼성큼 2루까지 들어가며 주력을 과시했다.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도루는 없는 오타니지만 발로 한 베이스를 더 갔다.
오타니는 이어진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3루 옆 안타 때 3루를 돌아 홈으로 뛰었다. 좌익수 방면으로 빠지는 타구였는데 하필 페어콜을 하던 3루심의 손에 맞으며 공이 앞에 떨어졌고, 3루수 매니 마차도가 홈으로 송구해 오타니를 잡아냈다. 다저스로서는 굉장히 불운한 순간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승패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다저스의 효율적인 불펜 릴레이 속에 샌디에이고의 공격은 침묵했다. 4회에는 알렉스 베시아가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정리했다. 샌디에이고는 0-5로 뒤진 5회 추격 기회를 잡았다. 선두 데이비드 페랄타가 안타를 치고 나갔고,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볼넷을 골라 무사 1,2루를 만들었다. 하지만 베시아가 더 흔들리지 않았다. 베시아는 카일 히가시오카를 삼진으로, 루이스 아라에스를 얕은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이어 다저스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타석 때 지난해 마무리였던 에반 필립스를 올려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꽤 멀리 날아간 타구였지만 담장을 넘기기는 역부족이었다. 샌디에이고의 승리 확률은 이 시점에서 4.2%까지 떨어졌다.
오타니는 6회 2사 1루 기회에서 다시 볼넷을 골라 이날 3출루 경기를 완성했다. 그리고 다저스의 쇄기점은 7회 나왔다. 5-0으로 앞선 7회 1사 후 맥스 먼시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다. 이어 윌 스미스의 타구는 유격수 잰더 보가츠가 잡을 수 있었으나 이를 가랑이 사이로 흘리면서 실책으로 1사 1,3루가 만들어졌다. 이닝을 끝낼 수 있는 기회에서 치명적인 실책이 나온 것이다. 다저스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토미 에드먼이 스퀴즈 번트를 대 1점을 추가했고, 이어 개빈 럭스가 바뀐 투수 완디 페랄타를 상대로 우월 쐐기 투런포를 치며 8-0까지 앞서 나가 승리를 예감했다. 펫코파크는 차게 식었다.
다저스는 더 무리할 필요가 없었고, 샌디에이고의 방망이도 무거웠다. 8-0이 된 시점부터 두 팀 모두 12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릴 5차전을 생각하고 있었다. 결국 다저스가 8-0으로 이겼고, 두 팀의 치열한 디비전시리즈는 4경기로 부족해 이제 5차전 끝장 승부를 준비한다. 5차전 선발로는 일본인 투수들의 맞대결이 유력하다. 다저스는 1차전 선발로 나섰으나 부진했던 야마모토 요시노부, 샌디에이고는 2차전 선발로 나서 역투했던 다르빗슈 유가 준비되어 있다.
다저스 불펜 운영은 대단히 돋보였다. 로버츠 감독의 승리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라이언 브레이저가 1⅓이닝 무실점으로 첫 투수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고, 앤서니 반다(⅔이닝 무실점), 마이클 코펙(1이닝 무실점), 알렉스 베시아(1⅔이닝 무실점), 에반 필립스(1⅓이닝 무실점), 다니엘 허드슨(1이닝 무실점), 블레이크 트라이넨(1이닝 무실점)으로 이어졌다. 이날 벌크가이로 나설 가능성이 있었던 랜던 낵이 9회 마지막 이닝을 닫았다.
타선에서는 오타니 쇼헤이가 1안타 2볼넷 1타점으로 3출루 경기를 하며 올 시즌 포스트시즌 OPS를 0.771로 올렸다. 무키 베츠는 3차전에 이어 4차전에서도 홈런을 치며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고, 윌 스미스가 홈런 포함 2타점, 개빈 럭스가 홈런 포함 2안타 1볼넷 2타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와 키케 에르난데스가 2안타, 토미 에드먼이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그간 부진했던 하위 타선의 선수들이 활약했다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였다.
반면 샌디에이고는 승부수 중의 승부수였던 딜런 시즈 카드가 실패했다. 1차전에서 부진했던 시즈는 4차전에서도 1⅔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3실점으로 자기 몫을 못했다. 불펜도 승부처마다 다저스에 실점을 허용하며 힘을 쓰지 못했다. 타선에서는 데이비드 페랄타가 2안타로 분전했을 뿐 전체적으로 타선에 흥이 나지 않았다. 페랄타를 제외하면 멀티히트 선수가 없었고, 결국 무득점 패배로 이어졌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영웅적인 활약을 했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도 4타수 1안타로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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