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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리 와봐" 황재균의 분노, 김경문 감독 먼저 고개 숙였다…박상원도 '눈치'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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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야! 너 이리 와봐."

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끝난 직후였다. 경기 결과는 한화의 12-2 대승. 양팀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나온 순간. kt 내야수 황재균이 한화 투수 박상원을 노려보며 크게 소리쳤다. 황재균 바로 옆에 있던 외국인 선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즉각 몸을 막으며 말릴 정도로 박상원을 향한 분노로 가득한 목소리와 몸짓이었다. 황재균이 먼저 분노를 표출하자 포수 장성우 등 kt 베테랑들이 단체로 움직이면서 벤치클리어링이 시작됐다. 황재균과 박상원의 주변에 있던 선수들과 코치진이 빠르게 둘을 떨어뜨려 놓으면서 물리적 충돌까지 일어나지 않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꼴사나운 벤치클리어링은 왜 시작됐을까. kt 측의 설명에 따르면 10점차 리드를 잡은 상황에서 8회말 등판한 우완 박상원의 세리머니가 과했던 것이 선수들을 자극했다. 박상원은 선두타자 김상수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오른 다리를 차는 시늉을 하면서 세리머니를 했다. 이어 멜 로하스 주니어를 삼진으로 잡은 뒤에도 동작 큰 세리머니는 반복됐다. 대패를 눈앞에 둔 kt는 접전도 아닌 상황에서 박상원이 필요 이상으로 큰 세리머니를 하니 기분이 나빴을 수는 있다.

박상원에게 눈치가 없었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악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박상원은 원래 마운드에서 기합을 크게 넣는 선수로 유명하다. 게다가 올해 마무리투수로 시즌을 맞이하며 기대감이 컸는데, 20경기에서 2패, 1세이브, 2홀드, 17⅔이닝, 평균자책점 7.64로 부진했다. 지난 4월 13일부터 22일까지 열흘 동안 재정비 시간을 보냈고, 그 시간도 부족해 지난달 12일부터 27일까지 16일 동안 2군 생활을 했다. 그리고 다시 1군에 복귀한 지 열흘이 채 되지 않았다. 시즌 내내 안 좋던 와중에 최근 3경기 연속 무실점 호투를 펼쳤으니 흥이 올랐을 수 있다.

어쨌든 박상원의 세리머니가 과했다는 것을 한화 측에서도 인정했다. 벤치클리어링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사령탑이 움직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이강철 kt 감독에게 먼저 다가가 사과의 뜻을 전달했고, 이 감독도 김 감독과 포옹하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뒤에서는 앙금이 남은 선수들이 여전히 설전을 벌이고 있었으나 사령탑이 포옹을 하고 정리를 하니 선수들도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김경문 감독은 경기 뒤 "야구는 하면서 배워야 할 것은 배워야 한다"라면서 "오늘 경기 후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서는 내가 더 가르치도록 하겠다"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또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화 베테랑 선수들도 kt 선수들을 향해 사과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에이스 류현진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류현진과 황재균은 친구 사이이기도 하다. 류현진은 이미 8회를 마치고 흥분해 있는 kt 선수들을 향해 '미안하다. 내가 이야기하겠다'라고 신호를 보냈다. 그래도 분을 삭이지 못한 황재균이 경기 뒤 박상원을 따로 부른 것이다.

박상원도 그냥 물러나진 않았다. 억울했는지 황재균을 비롯한 kt 선수들을 향해 '무엇이 문제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김경문 감독이 "잘 가르치겠다"고 한 만큼 박상원도 이제는 마운드에서 경기 상황에 맞게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워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최근 2연승으로 시즌 성적 26승32패1무를 기록해 7위로 올라섰고, 8위 kt는 최근 2연패로 26승33패1무를 기록하고 있다. 두 팀의 경기차는 0.5에 불과하다. 두 팀 모두 5강 진입을 위한 치열한 순위 싸움을 펼치고 있는 상황. 불필요한 감정싸움으로 더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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