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팀 오퍼 거절하고 한화행, 감독 교체 사인에 한 타자 더…이것이 ML 22승 클래스, 두 종류 슬라이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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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대전, 이상학 기자] 메이저리그 통산 22승 투수의 클래스는 확실히 달랐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공들여 영입한 우완 투수 하이메 바리아(28)가 지난주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로 승리하며 거물 외국인다운 존재감을 드러냈다.
바리아는 지난 16일 대전 SSG전에 선발등판, 6이닝 3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한화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김경문 감독이 부임한 뒤 6경기 만에 대전 홈에서 첫 승을 신고했는데 바리아의 호투가 결정적이었다.
앞서 지난 11일 잠실 두산전에도 바리아는 6이닝 3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KBO리그 데뷔 2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당시 승리로 김경문 감독의 개인 통산 900승이 이뤄졌는데 대전 홈경기 첫 승까지 바리아가 선물했다. 데뷔 3경기 만에 2승을 따낸 바리아는 평균자책점 1.69로 거물다운 적응력을 보이고 있다.
두산전에서 삼진을 2개밖에 잡지 못한 바리아는 “다음 경기에선 삼진을 더 많이 잡고 싶다”고 말했는데 이날 SSG전에서 탈삼진 8개로 위력을 떨쳤다. 2회까지 아웃카운트 6개 모두 삼진으로 만들었다. 주무기 슬라이더에 SSG 타자들이 맥을 못췄다.
이날 바리아의 총 투구수 96개 중 55개가 슬라이더였다. 바리아의 공을 받은 한화 주전 포수 최재훈은 “슬라이더가 워낙 좋다. 두 가지 종류로 던지는데 다 좋다”고 말했다.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43km, 평균 138km로 측정된 바리아의 슬라이더는 각 크게 종으로 떨어지는 것과 커터처럼 횡으로 짧게 휘어지는 게 있다.
슬라이더 움직임도 좋은데 커맨드까지 뒷받침됐다. 보통 슬라이더는 좌우를 활용하는 구종인데 바리아는 위아래까지 폭넓게 쓰면서 SSG 타자들의 헛스윙을 계속 이끌어냈다. 이날 탈삼진 8개의 결정구가 전부 슬라이더로 7개가 헛스윙 삼진. 바리아는 “좋은 변화구라고 자신한다. 내게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 구종이라 자신감이 있다. 어느 카운트에서든 존으로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국내 타자들의 눈에 익지 않은 영향도 있겠지만 슬라이더가 거의 ‘마구’ 수준이었다. 직구 구속도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51km, 평균 148km로 힘이 있었다.
이런 기술만큼 주목할 부분이 멘탈, 책임감이었다. 6회 투아웃을 잡자마자 바리아는 1루 덕아웃을 향해 검지 손가락을 들었다. 투구수 95구가 되자 김경문 감독이 양손을 돌리며 교체 사인을 보냈다. 2022년부터 최근까지 미국에서 주로 불펜으로 던진 바리아는 투구수를 늘리는 과정을 밟고 있다. 데뷔전이었던 지난 5일 수원 KT전에서 4이닝 64구로 시작한 뒤 11일 두산전에서 6이닝 79구로 늘렸고, 이날은 최대 95구를 계획하고 올라갔다.
6회 투아웃에 95구가 되면서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보였지만 바리아는 김 감독에게 직접 ‘한 타자 더’ 사인을 보내며 투구 의지를 보였다. 다음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초구에 기습 번트를 댄 것이 포수 파울플라이가 되며 이닝이 끝났다. 바리아는 6이닝 96구로 임무를 마치며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했다.
경기 후 바리아는 “1년 반 동안 불펜으로 던졌기 때문에 솔직히 100% 회복된 느낌은 아니었다”면서도 한 타자 더 상대 의사를 보인 것에 대해 “(박승민) 투수코치와 상의해서 상황을 보며 95구까지 던지기로 하고 6회에 올랐다. 투아웃에 95구가 됐지만 한 타자만 더 내가 마무리하고 싶었다”고 승부 근성과 책임감을 보였다.
바리아는 지난 2018년 LA 에인절스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부터 26경기 모두 선발등판해 10승을 거둔 클래스가 있는 선수. 2023년까지 6시즌 통산 134경기(62선발·462⅔이닝) 22승32패7홀드 평균자책점 4.38을 기록했다. 지난해 시즌 후 에인절스에서 논텐더 방출로 풀릴 때부터 한화가 바리아에게 오퍼했지만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위해 고사했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마이너 계약한 바리아는 그러나 투수진이 워낙 견고한 팀에서 콜업 기회를 잡지 못했다. 펠릭스 페냐가 구위 저하를 보인 한화가 5월부터 다시 접촉했다. 대체 외국인 투수를 찾은 국내 다른 팀의 오퍼도 있었고, 같은 조건이었지만 바리아는 지난겨울부터 지속적인 러브콜을 보낸 한화를 택했다. 그는 “작년 12월부터 한화에서 연락이 왔다. 그때는 메이저리그가 목표라 미국에 남기로 했지만 이번에 한화가 또 오퍼가 와서 (다른 팀 말고) 한국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화의 정성을 잊지 않으면서 의리를 발휘했고, 데뷔 3경기 만에 메이저리그 22승 투수다운 클래스를 뽐내며 기대감을 한층 더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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