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소통해라" 염경엽 작심 발언에 "LG 사장보다 위에 있나, 월권 그만" [박연준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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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박연준 기자) "싸우자는 게 아니다. KBO가 현장과 소통하길 바란다"
올스타전 휴식기 단축을 두고 감독들과 KBO의 갈등이 점점 더 깊어진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을 비롯한 구단 사령탑들은 KBO에 소통 요구를, 반면 현장 관계자들은 월권행위 자제를 바랬다.
KBO와 현장 감독 갈등...왜?
갈등의 시작은 올스타전 휴식기 단축으로부터 시작됐다. 앞서 지난해 10월 KBO는 "이사회를 거쳐 2024시즌 개막일이 3월 23일로 결정, 더블헤더가 시행과 동시에 올스타 휴식기를 기존 7일에서 4일로 단축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우천순연이 늘어나 정규시즌 막판 10개 구단 대부분이 잔여 일정 소화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오는 11월 개최될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일정까지 고려해 올해 일정을 논의했다. 실제로 2023시즌 KBO리그는 우천 취소로 인해 무려 72경기가 순연됐다. 2022시즌 기록인 42경기 우천 취소와 비교해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수치적으로도 69%가 증가했었다.
4월 1일 개막한 지난 정규 시즌 일정은 10월 17일이 돼서야 끝났고, 10월 19일부터 포스트시즌 일정이 시작되어 11월 13일에 포스트시즌 마침표인 한국시리즈가 끝났다. 포스트시즌엔 가을 야구가 아닌 일명 '겨울 야구'라고 불릴 정도로 날씨가 쌀쌀하기도 했으며, '야구가 너무 길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에 각 구단 단장들과 사장단은 입 모아 '일정 축소'를 외쳤고, 실행위원회(단장 참석)와 이사회(사장 참석)의 만장일치로 올스타전 휴식기 단축과 피치클락(제한 시간 내 공을 던지고 타석에 들어서야 하는 제도/ 올 시즌 시범 운영, 내년 시즌 정식 도입),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 도입이 결정됐다.
다만 현장 감독들은 이 모든 것이 KBO의 일방적인 통보라고 주장하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 중심에는 LG 염경엽 감독이 있었다.
염경엽 LG 감독 "KBO, 현장과 소통해야" 감독 대표로 발언
염경엽 감독은 2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에 앞서 스포츠조선 등 현장 취재진과 만나 "감독들이 일정을 바꿀 때 실행위원회에서 의논된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라며 "우리가 얘기하는 것은 구단만 얘기하는 게 아니고 현장과 소통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같은 경우도 일정에 대해 감독 대표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감독들이 무조건 안 된다고 하겠는가. 그런 소통이 전혀 없이 따르기만 하라고 하므로 감독들이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라며 "KBO와 싸우자는 게 아니다. 그러나 KBO 운영팀장이나 기술 위원장, 규칙 위원장 등이 감독과 소통을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ABS와 피치클락 도입에 관해서도 KBO의 소통 부재를 비판했다. 염경엽 감독은 "ABS를 시행한지 시범경기부터 4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한 번도 KBO에서 감독이나 선수들에게 ABS에 대해 물어본 적이 없다"면서 "선수들의 불만이 언론을 통해 나오면 매번 문제없다는 식의 답변만 나올 뿐"이라고 말했다.
또 "피치클락 역시 한 번도 얘기를 들으러 오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 왜 위반이 많이 나오는지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한 번도 소통하지 않고 나중에 그냥 하겠다고만 하면 어떤 감독이 찬성하겠나. 장담하는데 10개 구단 모든 감독이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답답해했다.
결국 염경엽 감독과 현장 감독들은 제도 시행 이후 현장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듣지 않는 KBO의 행동이 안타깝다고 전하고 있다.
"월권 행위 그만해야, 우리가 경기 작전 지시 관여 안하지 않나"
반대로 현장 관계자들은 오히려 염경엽 감독이 월권행위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관계자는 MHN스포츠를 통해 "선수단을 대표하는 단장, 구단을 대표하는 사장분들이 전원 찬성을 외쳤던 얘기다"라며 "단장을 비롯해 프런트가 경기의 작전이나 선수 기용에 개입하지 않지 않나. 만약 개입한다면 말이 되는 내용인가. 지금도 똑같다. 일정 조정과 새로운 제도 도입 등 행정절차는 우리가 하는 것이다. 서로 맡아야 할 영역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그 일정에 관한 것은 단장과 구단 사장의 몫이다. 아니면 감독분들이 (일정에 관여하고 싶다면) 직접 실행위나 이사회에 참석하면 된다"라며 "특히나 LG 사장도 이를 찬성했다. 사장보다 위에 있다는 것인건가. 월권행위를 그만하길 바란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사회에서 만장일치가 나왔다는 것은 LG 구단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인석 사장 역시 찬성표를 던졌다는 것. 해당 현장 관계자는 염경엽 감독이 구단 대표이사의 결정에 대해 반문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봤다. 또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은 현장의 몫, 경기 일정 및 행정을 다루는 것은 내부(실행위·이사회)의 몫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또 KBO 역시 "올스타전 휴식기 단축, ABS와 피치클락 도입은 사장분들께서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고 인정하면서 "올스타 휴식기의 경우 기존 7일이어도 대부분 구단들이 계속 자체 훈련과 연습 경기를 병행하기에 단축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천만 관중 기대' KBO리그, 갈등 지속되어선 안된다
올 시즌 KBO리그는 천만 관중을 향해 달리고 있다. 20~30 젊은 팬과 여성 팬들의 유입, 가족 단위로 팬들이 야구장을 찾으면서 역대급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특히나 이번 올스타 팬 투표는 역대 최고 투표수를 기록하면서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휴식 부족'과 '누가 열심히 뛰겠나'라는 발언들은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 현장 감독들의 의견 역시 이해가 된다. 잦은 불펜 데이 운영, 주축 선수들의 부상 이탈로 여러 구단이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휴식기까지 줄어들다 보니 여유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염경엽 감독은 "KBO와 우린 공동체다. 적이 아닌, 함께 가는 사람들이다"라고 외쳤다.
맞는 말이다. 지금처럼 리그가 많은 팬들에게 사랑받고 한국 야구가 발전을 거듭하려면 현장과 내부의 소통이 중요하다. KBO는 현장 의견에 경청을, 반대로 현장에선 실행위와 이사회에서 결정한 것을 존중하고 이 결정을 바탕으로 움직인 KBO를 이해할 줄도 알아야 한다. KBO와 현장의 갈등이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된다.
사진=연합뉴스, MHN스포츠 DB, SSG 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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