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나와서 운동해야지" 아낌 없이 주고 떠나는 페냐…한화에 잊지 못할 유산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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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지난 26일 외인 투수 펠릭스 페냐(34)에게 결별을 통보했다. 이날 문학 SSG전에 선발투수로 예고됐지만 비로 경기가 열리지 않으면서 페냐의 고별전도 무산됐다. 교체 결정을 내린 구단이 상황을 설명하며 미안함을 표했지만 페냐는 이별을 직감한 듯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오히려 감사를 표했다. 대전에 내려온 뒤 선수단과 작별 인사를 하며 짐을 쌌다. 한화는 27일 페냐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KBO에 요청하며 결별을 공식화했다.
5강 희망을 버리지 않은 한화는 지난달 말부터 외국인 투수 교체 작업을 준비했다. 지난겨울 영입을 시도했으나 불발된 메이저리그 통산 22승 우완 투수 하이메 바리아 측과 꾸준히 연락하면서 체크했고, 페냐의 부진이 깊어지자 빠르게 교체를 결정했다. 페냐의 올 시즌 성적은 9경기(37⅓이닝) 3승5패 평균자책점 6.27 탈삼진 29개 WHIP 1.63 피안타율 2할7푼5리로 방출이 돼도 할 말이 없다.
직구 평균 구속이 PTS 기준 지난해 144.8km에서 올해 143.1km로 감소하며 구위 저하가 뚜렷했다. 직구 구속이 살아야 빛을 보는 체인지업도 위력이 뚝 떨어졌다.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날이 풀린 5월 이후에도 반등하지 못했다. 30대 중반으로 에이징 커브가 올 만한 나이다. 하위권으로 처지면서 반등에 몸부리치는 한화는 길게 지켜볼 여유가 없었다.
비록 시즌 도중에 팀을 떠나게 됐지만 페냐는 한화의 외국인 선수 역사에서 나름 큰 족적을 남겼다. 지난 2022년 6월 닉 킹험의 대체 선수로 한화에 온 페냐는 13경기(67⅔이닝) 5승4패 평균자책점 3.72 탈삼진 72개로 재계약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풀시즌을 돌며 32경기(177⅓이닝) 11승11패 평균자책점 3.60 탈삼진 147개로 활약하며 1선발 에이스 역할을 했다. 19번의 퀄리티 스타트는 2019년 워윅 서폴드(20회)에 이어 구단 외국인 투수 역대 2위 기록이었다.
뎁스가 두껍지 못한 한화는 선발진이 늘 헐거웠다. 크고 작은 부상과 부진으로 선발진 구성이 계속 바뀌는 와중에도 페냐가 로테이션을 빠지지 않고 한 자리를 든든히 지키며 이닝이터 임무를 완수했다. 손톱이 깨져서 출혈이 생겨도 유니폼 바지에 피를 닦아가면서 계속 투구할 만큼 책임감이 투철했다.
이런 꾸준함과 남다른 워크에식을 인정받아 페냐는 2년 연속으로 한화와 재계약에 성공했다. 한화에서 3년 이상 뛴 외국인 선수는 1999~2006년(2003년 제외) 외야수 제이 데이비스(7년), 2011~2013년 투수 데니 바티스타(3년), 2018~2020년 외야수 제라드 호잉(3년)에 이어 페냐가 4번째였다.
메이저리그 6시즌 통산 15승 경력의 베테랑답게 페냐는 젊은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수였다. 붙임성이 좋은 파이어볼러 문동주를 특히 아낀 페냐는 지난해 시즌 초 월요일 휴식일에도 그를 따로 불렀다. “선발투수라면 월요일에도 준비를 해야 한다. 같이 운동하자”며 야구장에서 캐치볼과 웨이트를 하며 선발투수로서 지켜야 할 루틴을 알려주기도 했다. 문동주는 “프로 선수로서 마인드도 그렇고 페냐에게 배운 게 많다. 경험이 부족한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고 고마워했다.
같은 팀이지만 잠재적 경쟁자이기도 한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에게도 자신의 주무기 체인지업을 가르쳐줬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체인지업을 집중 연마하며 구종 가치를 끌어올린 산체스는 올 시즌 성적 상승을 이뤘다. 그는 “페냐가 상당히 많은 도움을 줬다. 이 부분에 있어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비록 페냐는 3번째 시즌을 완주하지 못하고 떠나지만 문동주에게 선발로서 루틴을, 산체스에게 체인지업이라는 유산을 남겼다. 페냐는 이제 한화 선수가 아니지만 그가 남긴 유산은 앞으로도 팀에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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