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구장 재건축 멈춰 세운 중투심 탈락…오판·과욕이 초래했나
작성자 정보
- 최고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4 조회
- 목록
본문
- 구덕 재개발 사업도 뛰어들어
- 아시아드주경기장 문제 꼬여
부산시의 사직구장 재건축 사업이 멈춘 것은 지난 4월 중앙투자심사(중투심)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중투심 반려의 원인을 따져보면 톱니바퀴처럼 복잡하게 연결된다. 우선 시가 지난해 7월 문화체육관광부 공모 사업을 놓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는 시의 오판이 부른 결과지만 내부 시스템은 끝내 바로 잡지 못했다. 거기다 비슷한 시기에 사직구장 재건축 사업에 영향을 주는데도 다른 사업을 함께 강행해 결과적으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게 됐다.
국제신문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지난해 5월 문체부가 전국 지자체에 발송한 공모 사업 안내 공문을 시로부터 받았다. 공모 사업 세부 사항 중 사직구장 재건축은 노후시설 개·보수 사업에 해당한다. 공문에는 사업비의 30%가량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적혀있다. 시가 공모 사업 신청 후 정부 설득에 공을 들였다면 30%에 해당하는 국비 299억 원 지원이 불가능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는 공모 사업으로 원하는 규모의 국비를 받을 수 없다고 오판했다. 정상적인 행정 결재 절차가 이뤄졌다면 실무진과 간부진이 잇따라 확인하는 과정에서 바로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는 문체부 문의 등 추가 확인 없이 공모 사업을 신청하지 않았다.
오판을 찾아낼 방법은 또 있었다. 시가 행정안전부 산하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1월 결과를 통보받은 타당성 조사만 제대로 살펴봤어도 공모 사업을 놓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타당성 조사 보고서에 문체부 공모 사업으로 전체 사업비의 30%를 지원받을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이뿐만 아니라 보고서에는 최근 새 야구장을 짓기 위해 공모 사업에 참여한 지자체에 지급된 국비 액수도 명시돼 있다. 결재 라인 중 누군가 타당성 조사 보고서를 한 번만 읽었다면 중투심 반려라는 최악의 결론에 이르지 않을 수 있었다. 시 관계자는 “문체부에 가서 확인했어야 했는데 잘 살피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는 2023년 3월 사직구장 재건축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마쳤다. 재건축 밑그림을 그린 뒤 같은 해 타당성 조사도 받았다. 대체구장으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을 활용하는 안으로 가닥이 잡혔다.
문제는 사직구장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던 시가 2023년 초부터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구덕운동장 도시재생 혁신 지구 사업에도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같은 해 12월 후보지로 선정된 시는 사업을 신청했다. 도시재생 혁신 지구 사업으로 재개발이 시작되면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는 구덕운동장을 사용할 수 없다. 부산 아이파크는 아시아드주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지만 아시아드주경기장에 사정이 생기면 수시로 구덕운동장에서 경기를 했다. 만약 구덕운동장이 재개발되면 부산 아이파크는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만 경기를 해야 하는데, 사직구장 재건축 사업으로 아시아드주경기장이 대체구장으로 결정되면 부산 아이파크는 홈구장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처럼 사정이 복잡하게 꼬였지만 시가 도시재생 혁신 지구 사업에 뛰어든 것은 예비타당성 조사와 중투심 등 행정 절차를 면제해 주는 혜택 때문으로 보인다. 국비 지원도 250억 원에 달해 사업성 부족으로 지지부진하던 구덕운동장 재개발을 이끌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축구 전용 구장 외에 구덕운동장 부지에 아파트가 들어설 계획이 알려지며 주민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지난해 8월 도시재생 혁신 지구에서 탈락했다. 8월까지 국토부 발표를 기다리느라 시는 7월 문체부 공모에 신청할 수 없었다.
시 관계자는 “문체부 공모 사업은 7월에 마감이었다. 도시재생 혁신 지구는 8월 말에 결정됐다”며 “도시재생 혁신 지구가 7월 초에 났으면 문체부 공모 사업에 신청했을 텐데 한 달의 시차가 있어 문체부 공모 사업에 선뜻 뛰어들 수 없었다”고 말했다.
관련자료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