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 5년" 韓 사랑했던 56승 외국인 컴백?…'치명적 1년 공백' 두산은 어떻게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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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나는 5년 동안 정말 환상적인 한국 생활을 했다."
지난해 6월 키움 히어로즈 장수 외국인 투수로 활약했던 에릭 요키시(35)가 한국을 떠나면서 남긴 말이다. 요키시는 2019년 처음 키움과 처음 인연을 맺고 지난해까지 5시즌 연속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6월 왼쪽 내전근 부분 파열 진단을 받으면서 방출됐다.
요키시의 KBO리그 커리어는 화려하다. 지난해까지 KBO리그 5시즌 통산 성적은 130경기, 56승36패, 773⅓이닝, 평균자책점 2.85다. 2021년 시즌에는 16승을 거두며 다승왕에 올랐고, 2020년에는 평균자책점 2.14로 부문 1위에 올랐다. 2019년과 2021년, 2022년에는 모두 180이닝을 넘기면서 이닝이터 능력도 충분히 보여줬다.
요키시는 지난해 부상으로 팀을 떠나면서도 언젠가 다시 한국에서 뛸 날을 기약했다. 그는 키움 구단이 마련한 고별 행사에 참석했을 당시 "나는 5년 동안 정말 환상적인 한국 생활을 했다. 5년이란 시간 동안 많이 뛰긴 했지만, 팬들께서 이 정도로 많이 응원해 주시는지는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기회로 팬들께 감사하다 이야기하고 싶다. KBO리그에서 뛰는 많은 외국인 투수들이 (팀을 떠날 때) 이런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감사하다. 팬들께서 다시 돌아와 달라고 해서 정말 고마웠다"고 했다.
정말 한국으로 복귀할 계획이 있는지 묻자 "지금 당장은 계획이 없다. 일단 미국으로 돌아가서 부상 회복 정도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절대'라는 말은 없기에 미래를 단언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싶다"며 결말을 열어뒀다.
키움 팬들은 요키시가 다시 키움 유니폼을 입길 원했겠지만, 당장 키움에는 요키시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 아리엘 후라도와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가 건강하게 잘 뛰고 있기 때문.
요키시에게 계약 의사를 보인 건 두산 베어스였다. 두산은 브랜든 와델이 지난달 24일 왼쪽 어깨 견갑하근 부분 손상 진단을 받자마자 대체 외국인을 알아봤다. 3주 뒤 재검진을 받기로 했으나 최초 진단은 6주가 나왔다. 후반기 초반까지 등판이 어려워진 만큼 공백을 최소화할 외국인이 필요했다.
두산은 미국 마이너리그와 독립리그는 물론이고 대만과 일본까지 외국인 투수 시장을 꼼꼼히 살펴봤다. 두산은 부상이 아닐 때는 선발진에서 가장 좋은 투구를 펼쳤던 브랜든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고, 6주짜리 대체 외국인 선수로 알아보다 보니 선택의 폭이 더 좁아졌다. 그런 와중에 한국 복귀를 희망하는 요키시와 연락이 닿았다.
문제는 요키시의 실전 공백이다. 요키시는 지난해 키움에서 방출된 뒤로는 미국에서도 소속팀 없이 지난 1년 동안 개인 훈련만 진행했다. 6주짜리 외국인 선수라 해도 1년 실전 공백은 분명 치명적인 요소고, 두산은 요키시에게 입단 테스트를 제안했다. 직접 투구하는 것을 지켜보고 계약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한 건데, 요키시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달 29일 한국에 입국했다.
요키시는 지난달 30일 곧장 두산 2군 훈련지인 이천베어스파크에서 입단 테스트에 나섰다. 두산은 현재 SSG 랜더스 외국인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와 로에니스 엘리아스까지 후보군으로 두고 있다. SSG가 조만간 시라카와와 엘리아스 가운데 한 명에게 방출 통보를 하면, 두산은 방출된 선수와 계약도 고려하고 있다. 실전 감각을 고려하면 요키시보다는 SSG에서 방출될 선수가 더 나은 건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 이들과 비교해서 빨리 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에 요키시가 입국해서 시차 적응을 하는 등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주기는 어려웠다.
요키시는 첫 입단 테스트에서는 그리 인상적인 내용을 보여주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보다 직구 구속도 나오지 않았다. 구단은 요키시가 실전 공백도 길고, 시차 적응 문제 등으로 100%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판단해 한번 더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 테스트 결과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SSG에서 누구를 방출할지까지 살펴본 뒤에 최종적으로 계약할 선수를 확정하려 한다. 그사이 후보군에 있던 선수 가운데 계약이 가능한 다른 선수가 나오면 또 급선회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요키시와 관련해 "본인은 준비를 했다고 하더라. 소속팀은 없었지만, 준비를 했다고 한다. 대체 외국인으로 한국에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팀에 소속돼 있으면 바이아웃도 있고 여러 가지를 생각했을 때 몸 상태도 문제가 없고, 자신이 있어서 팀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개인 운동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판단한 것 같다. 준비는 잘했다고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SSG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 SSG의 상황을 보고, 우리가 테스트하는 외국인의 상태를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다. (계약 기간이) 6주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그렇게 넓지는 않은 것 같다. SSG 선수도 고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여러 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요키시는 지난해 키움을 떠나면서 "누군가에게 열심히 했고, 팀 승리에 누구보다 공헌했고, KBO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 선수로 기억된다면 영광일 것이다. 나와 가족은 KBO에서 5년을 정말 즐겼고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진심을 표현했다. 요키시는 1년 만에 두산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복귀하면서 또 한번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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