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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준비해" 한화 싹 바꾼 김경문표 야구…20살 대타의 생애 첫 스퀴즈, 기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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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경기 전이나 연습할 때, 감독님께서 '나갈 거니까 계속 준비하고 있어'라고 하세요. 계속 용기를 주세요."

한화 이글스 내야수 문현빈(20)의 말이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1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3-3으로 맞선 9회초 1사 1, 3루 기회에서 대타 문현빈 카드를 꺼냈다. 두산 마무리투수 홍건희가 흔들리고 있을 때였다. 두산은 좌완 이병헌으로 마운드를 교체하면서 변화를 줬는데, 김 감독은 타석에 문현빈을 그대로 뒀다. 믿고 쓸 테니 한번 보여 달라는 사인이었다.

이제 프로 2년차인 문현빈은 자신에게 주어진 한 타석에서 일을 냈다. 이병헌의 초구 직구 볼을 기다린 뒤 2구째 직구에 파울을 쳤다. 그러다 3구째 승부를 앞두고 벤치에서 스퀴즈 번트 사인을 냈다. 문현빈에게는 데뷔 첫 스퀴즈 번트의 기회가 왔는데, 과감하게 성공했다. 3루쪽으로 번트를 댔는데, 당황한 투수 이병헌이 포구를 하지 못하고 공을 더듬었다. 그사이 3루주자 하주석이 득점했고, 타자주자 문현빈까지 1루에서 살았다. 한화는 4-3으로 달아났고, 문현빈이 이 귀중한 한 점을 뽑은 덕분에 2연승을 달릴 수 있었다.

문현빈은 "대타로 나갔을 때 번트를 치기 전까지는 계속 히팅 사인이라 가볍게 치자고 생각했다. 갑자기 스퀴즈 번트 사인이 나와서 많이 긴장했던 것 같다. 강공보다 조금 더 어려운 상황이고, 한번에 성공을 해야 하는 작전이라 조금 더 긴장했던 것 같다. 성공해서 안도의 웃음만 나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어차피 나는 아웃돼도 되는 상황이라 계속해서 타구를 지켜봤던 것 같다. 스퀴즈 번트는 처음이었다. 번트가 조금 셌던 것 같긴 한데, 코스가 다행히 괜찮아서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문현빈은 올해 롤러코스터와 같은 시즌을 보내고 있는 선수다. 개막 주전 2루수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하나 싶었는데, 시즌을 치를수록 공수에서 실수가 잦아지면서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사이 신인 황영묵이 공수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치고 나오면서 문현빈이 설 자리가 없어졌고, 냉정히 백업으로 밀려났다.

문현빈은 2023년 2라운드로 한화에 입단해 올해 2년차인 선수지만, 입단할 때부터 구단에서 꽤 중용한 선수였다. 데뷔 시즌인 지난해 무려 137경기에 나가 114안타를 치면서 구단 최초 고졸 신인 100안타의 주인공이 됐다. 2021년 골든글러브 2루수 정은원을 밀어내고 주전을 차지하는 등 탄탄대로만 걸었다. 그러다 갑자기 백업으로 밀렸으니 어린 선수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었다.

김경문 감독이 부임하고도 문현빈은 한번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채 벤치를 지켰다. 김 감독은 대신 문현빈에게 꾸준히 교체 출전 기회를 줬고, 문현빈은 대타로 꽤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김 감독 부임 후 6경기에서 대타로 6타석에 들어가 5타수 4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했다.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김 감독이 문현빈을 계속 쳐다볼 수 있도록 본인이 만들었다.







김 감독은 어린 선수가 흔들리지 않고 마음을 잡을 수 있도록 계속 믿음을 심어줬다. 문현빈은 "감독님은 카리스마 있고, 멋진 분이신 것 같다"고 말한 뒤 "나한테 좋은 말도 많이 해 주시고, 덕담도 많이 해 주신다. 경기 전이나 연습할 때 '나갈 거니까 준비하고 있어라. 언제든지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오면 나갈 수 있으니까. 준비하고 있어라'라고 계속 이렇게 용기를 주셨다"며 감사를 표했다.

문현빈뿐만 아니라 한화 선수들은 전반적으로 김 감독의 세밀한 야구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작전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김 감독은 과거 두산과 NC 다이노스 지휘봉을 잡았을 때는 강공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특히 김 감독 시절 NC에는 에릭 테임즈, 나성범(현 KIA), 이호준(현 LG 코치) 등 홈런을 펑펑 칠 수 있는 타자들이 즐비해 작전이 자주 필요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한화는 다르다. 지난해 홈런왕 노시환이 있긴 하나 13일 현재 팀 홈런 60개로 리그 7위에 머물러 있다. 그중 노시환(16개)과 요나단 페라자(15개)의 지분이 절대적인데, 페라자가 부상 여파로 현재 2군에 내려가 있으니 더더욱 작전이 필요했다. 안치홍, 채은성, 최재훈 정도를 제외하면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대부분이라 지금은 감독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 감독은 "지금은 번트를 대야 한다. 지금은 몇몇 베테랑을 빼면 아직 상대 투수들하고 싸워서 이기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찬스가 왔을 때는 어떻게 해서든 우리가 모든 것(작전)을 동원해서 점수를 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나는 그래서 당분간 내 야구를 떠나서 번트는 조금 필요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나중에 팀이 조금 더 힘이 생기면, 그때는 또 내 야구를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 감독은 이날도 문현빈을 비롯해 작전을 잘 수행한 선수들을 칭찬했다. 김 감독은 "9회에 이기든 지든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찬스에서 작전을 잘 수행해 준 우리 선수들 덕에 연승을 이어 가게 됐다. 선발 류현진부터 마무리 주현상까지 우리 모든 불펜 투수들, 그리고 모든 야수들이 힘을 합쳐 승리를 만들었다"고 총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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