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범 돌아오면 KIA 행복한 고민? 이 선수 자리 만들어줘야 해요, 교통정리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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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였다. 큰 타구는 경기장을 딱 반으로 쪼개며 중앙 담장을 넘겼다. '트랙맨' 기준 추정 비거리는 무려 135m였다. 올해 KIA의 히트 상품이 아직은 처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올 시즌 주축 선수들의 부상을 틈타 1군에 올라온 오선우(29·KIA)는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경기에서 1-0으로 앞선 7회 대형 솔로홈런을 치면서 결과적으로 팀의 5-4 승리에 공헌했다. 오선우는 이 홈런 외에도 1회 첫 타석에서는 깔끔한 우전 안타를 때렸고, 5회 2사 2루에서는 차분하게 볼넷을 골라 후속 타자 위즈덤의 타점 기회를 열어주는 등 이날 경기에서 맹활약했다. 수비에서도 몇 차례 어려운 포구 상황을 아웃카운트로 이어지며 힘을 냈다.
‘아무리 어려워도 죽으란 법은 없다’는 말을 실감나게 하는 선수가 바로 오선우다. 올 시즌 KIA는 시즌 시작부터 야수진의 부상 선수들이 속출했다. 공격력이 크게 빠졌다. 어떻게든 ‘칠 수 있는 선수’를 찾아야 했고, 당시 퓨처스리그(2군)에서 성적과 감이 모두 좋았던 오선우가 올라왔다. 그게 4월 12일이었다. 타격 코치 시절부터 오선우의 잠재력을 잘 알고 아까워했던 이범호 KIA 감독도 오선우에게 기회를 줬다.
선수가 이 기회를 잘 잡았다. 가장 큰 고비였던 콜업 초기에 인상적인 타격으로 눈도장을 받았다. 2군행에 대한 위협이 사라지자 부담을 덜고 꾸준하게 팀 공격에 기여하는 양상이다. 오선우는 23일까지 시즌 54경기에서 타율 0.293, 8홈런, 2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41을 기록하며 경력 최고 시즌을 열어가고 있다. 유형상 비슷한 나성범의 부상 공백을 잘 메우고 있다고 봐야 한다.
KIA도 오선우의 컨디션 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쓸 정도로 이제는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1군에서 이처럼 길게 중용되는 게 처음인 만큼 체력적으로 힘든 시기가 오기는 왔다. 최근 타율이 조금 떨어졌던 하나의 이유일지 모른다. 이에 트레이닝파트에서는 상대 선발이 좌완일 때 한 번은 쉬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 감독도 이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관리에 나서고 있다. 그 덕인지 22일 경기에서의 타구질은 모두 힘이 있었다.
타격 재능이 있었지만 자리가 없었던 대표적인 선수다. 1군에 올라오면 그 좋았던 퓨처스리그 성적이 안 나왔다. 1군에 자리를 잡지 못하는 전형적인 케이스로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타율도 안정적이고, 2루타 이상의 장타 비율도 34% 수준으로 괜찮다. 부드럽고 예쁜 스윙을 보면 전형적인 거포 유형의 선수처럼 느껴지지 않을 때도 있지만, 타구 속도 시속 170㎞ 이상의 총알 타구를 곧잘 만들어낸다. 힘도 있고, 기술도 있다는 게 이 ‘170㎞’라는 숫자에 다 녹아 있다.
당분간 오선우의 자리는 굳건할 것으로 보인다. 1군에서 어떻게든 한 타석이라도 만들기 위해 외야와 1루를 병행했던 게 도움이 된다. 때로는 외야수로, 때로는 1루수로 나간다. 팀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이 1·3루를 병행할 수 있기 때문에 팀의 야수 운영에도 도움이 된다.
오선우의 이런 존재감은 후반기 들어서는 ‘행복한 고민’으로 이어질 수 있다. KIA는 후반기가 시작하면 나성범 김선빈 김도영이라는 주축 부상병들이 차례로 돌아온다. 현재 KIA는 최형우라는 확실한 지명타자가 있다. 가끔 좌익수를 보기도 하지만 사실상 고정 지명타자라고 봐야 한다. 체력 소모가 상대적으로 덜하고, 최형우의 활약이 워낙 좋아 라인업 고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KIA는 ‘수비를 볼 수 있는’ 나성범이 필요하고, 나성범도 이런 구상 속에 완벽한 치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나성범의 하체가 불안하다고 해도 나성범 최형우를 모두 지명타자로 넣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오선우에게 코너 외야 한 자리를 주면 되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다만 오선우 나성범이 양 코너에 서면 공격력은 극대화되는 반면 수비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김도영까지 돌아오면 위즈덤도 1루로 고정될 가능성이 크다.
나중에 생각할 문제지만, 이런 교통정리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오선우의 존재감이 커졌다는 것을 상징한다. 예전 같았으면 부상 및 부진 선수를 대체하다 그 선수들이 돌아오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던 선수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대우할 수 없는 선수가 됐다. 올해 후반기 교통정리는 내년 구상에도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만큼 생각보다 중요한 일이 될 수 있다. 오선우가 좋은 활약을 이어 가며 구단을 계속 행복한 고민에 빠뜨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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