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현 덕에 2등, 김서현 탓에 2등… ‘김서현 시리즈’ 그 이후, 내년에야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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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대전, 김태우 기자] 지난해 정규시즌 8위 팀인 한화는 올해 정규시즌을 2위로 마감하며 7년 만의 포스트시즌, 그리고 무려 19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뤘다.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이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물론 눈높이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기는 한다. 한화의 올해 목표는 ‘가을야구 복귀’였다. 새 구장 개장에 모든 시계를 맞췄고, 올해는 반드시 가을야구를 한다는 일념 하에 모든 것을 준비했다. 그렇게 따지면 지난해 8위에서 올해 2위로의 점프는 분명 큰 성과일 것이다. 구단의 애당초 목표는 어쩌면 초과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즌 중반 1위까지 치고 나간 것에 ‘눈높이’를 둔다면, 지금은 아쉬운 성과가 맞는다. 아직 준우승의 아쉬움과 실망감이 남아 있는 현시점에서 평가한다면 이 눈높이가 더 많을지 모른다. 이런 두 가지 잣대는 올해 팀의 마무리로 활약한 김서현(21·한화)에게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팀의 정규시즌 2위 점프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선수이지만, 반대로 팀이 2위에 머문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한화는 올해 주현상을 마무리로 두고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시즌 초반 주현상이 부진하자 마무리 교체를 고민했고, 현재의 구위와 팀의 미래를 모두 종합해 김서현을 새 마무리로 낙점했다. 마무리 경험은커녕 풀타임으로 한 시즌을 뛰어본 적도 없는 선수였다. 구위는 모두가 인정하지만 제구 이슈가 있었고 그래서 이 선택을 불안하게 보는 이들도 있었다.

“아직 준비가 다 안 된 선수에게 중요한 보직을 맡겼다가 실패하면 선수의 성장만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었다. 하지만 김서현은 올해 69경기에서 66이닝을 던지며 33세이브를 기록하며 자신이 마무리 자격이 있음을 증명해냈다. 이글스 프랜차이즈에서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선수도 몇 없는데, 21세에 기록한 것은 분명 특별한 일이었다.
김서현이 33세이브를 하지 못했다면 한화의 정규시즌 1위 도약도 없었을지 모른다. 그런 측면에서 한화 더그아웃에서는 ‘김서현 덕에 2등을 했다’는 분위기가 아주 뚜렷하게 읽힌다. 코칭스태프도 옹호하고, 선배들도 마찬가지다. 팔이 안으로 굽을 수는 있지만 올해 한화의 성적 상승에 큰 지분을 차지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반대로 시즌 막판 1위로 올라갈 수 있었던 찬스에서 무너지며 ‘2등 고착화’가 된 원인을 김서현에게서 찾는 성난 민심도 있다. 10월 1일 인천 SSG전에서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4실점, 팀의 역전패 주범이 되며 결국 한국시리즈 직행 가능성이 싹 사라졌다. 명백한 김서현의 실책이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결정적인 대목에서 무너지며 찜찜함을 남겼다. 화살이 집중됐다. 잔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의 난조는 팀이 이겼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4차전에서 김영웅에게 동점 3점 홈런을 허용한 것은 결국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고전한 원인이 됐다. 4차전에서 끝냈다면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를 한국시리즈 1·2차전에서 쓸 수 있었지만, 5차전까지 가는 바람에 두 선수를 한국시리즈 직전 모두 소모한 까닭이다. 그리고 1승2패로 뒤진 한국시리즈 4차전 당시 4-1로 앞선 9회 3실점을 하며 충격적인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한 것도 아쉬웠다. 한화의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은 사실상 여기서 끝났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한화의 포스트시즌 내내 김서현은 잘 던지든, 그렇지 못하든 화제의 중심에 섰다. 어린 선수에게는 가혹한 일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만회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시리즈가 끝났다. 한화는 5차전에서 지며 그대로 탈락했고, 김서현의 올 시즌 기억도 4차전에서의 비극적인 ⅔이닝 3실점에서 끊겼다. 아마도 내년 시즌이 개막될 때까지, 이 기억은 끊임없이 김서현과 한화를 괴롭힐지 모른다.
결국 내년이 중요하다. 시즌 막판 멘탈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를 이겨내고 내년에 보란 듯이 잘 던질 수 있다면 선수 경력에 큰 자양분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김경문 한화 감독도 5차전 후 김서현을 비롯한 어린 선수들을 보며 “나중에 그 선수들이 더 좋은 모습으로 팀을 더 좋은 자리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대로 이겨내지 못한다면 한화는 내년 마무리를 또 바꿔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한화의 믿음은 굳건한 가운데 모든 것은 김서현 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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