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인 모두가 개탄, 정몽규 회장 나가라"...한국축구지도자협, 홍명보 선임 관련 입장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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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신동훈 기자 = 한국축구지도자협회가 홍명보 감독 선임에 관한 입장을 전달했다.
길고 길었던 대한민국 감독 사가는 홍명보 감독 선임으로 종결됐다. 대한축구협회는 7일 "축구 국가대표팀 차기 감독에 홍명보 감독(울산 HD)이 내정됐다"고 밝혔고 8일 이임생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브리핑을 했으며 감독 선임을 공식발표했다. 외국인 감독 선임을 기조로 내세우며 수많은 인물들이 하마평에 올랐는데 돌고 돌아 홍명보 감독이었다. 2014년 이후 10년 만의 복귀다.
광주FC전을 끝으로 울산을 떠났다. 울산은 11일 구단 보도자료를 통해 "울산이 홍명보 감독과 상호 계약을 해지하고 이경수 수석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선임했다"고 공식발표했다. 홍명보 감독은 2020년 울산에 왔고 준우승 팀 이미지를 깨고 K리그1 2연속 우승을 하면서 구단의 역사를 바꿨다. 내년부터 새로 개편, 확대된 국제축구연맹(FIFA)의 클럽 월드컵 출전권까지 획득하기도 했다.
울산은 시즌 도중에 수장을 잃게 됐다. 다시 한번 K리그 무시 논란이 나왔고 K리그 축구 팬들은 무시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레 연결되어 나왔다. 새 감독이 홍명보인 걸 떠나 절차를 무시하고 5개월 동안 노력한 전력강화위원회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해할 수 없는 인터뷰와 답변으로 비판 여론을 오히려 악화했고 정당성을 얻지 못했다.
심지어 언제 부임을 할지 알 수 없었다. 홍명보는 울산 감독인데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인, 대한민국 대표팀 사령탑인데 울산 사령탑인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였다. 광주FC전 이후에도 상황을 알 수 없었는데 울산이 상황을 정리했다. 이제 홍명보 뒤엔 울산 감독이 아닌,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이 붙게 됐다.
이 상황 속에서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비판 의사를 냈다. "대한축구협회는 7월8일 울산 HD 홍명보 감독을 신임 국가대표 감독으로 발표하였다. 우리는 축구협회의 발표가 지난 5개월간의 무능과 반복되던 시행착오를 종결짓는 매듭이 될 것으로 기대하였다. 그러나 이는 더 심한 혼돈과 또 다른 기만의 서막이 되고 말았다"고 하며 입장문을 시작했다.
[이하 입장문 전문]
○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정몽규회장은 저에게 모든 기술파트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줬다"고 하면서 "그래서 홍명보 감독으로 정해졌다. 부회장에게만 보고했고, 아직 정몽규 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무엇인가 숨겨야 할 일이 없다면 모든 권한과 책임을 준 회장에게 과정과 결과를 보고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상식적이다.
○ 만약 그의 말대로 회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중차대한 국가대표 감독을 선임하고 기자회견까지 했다면 월권이다. 반면, 회장이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된 감독선임 문제를 보고도 받지 않고 기술위원장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하게 했다면 그런 회장은 있으나 마나 하여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 (사)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지난 7월 1일자 '정몽규회장에게 드리는 고언'이라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축구협회 시스템을 사유화하거나 농단하지 말라"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정 회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또 다시 대한축구협회 시스템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그리하여 합리적 결정을 해야할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과 결과가 세계적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 즉, 이번 신임 대표팀 감독 선임과 발표 과정은 역대 감독 발표와는 모든 것이 이상하고 비정상적이었다. 그리고 '보안'이란 이유로 규정과 절차적 시스템을 모두 내팽개쳤다. 축구협회는 스스로 규정과 절차를 어기는 이런 졸속행정에도 불구하고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와 지도자에게는 규정과 규칙을 준수하라며 휘슬을 불 수 있는 권위가 있는가?
○ 정몽규 회장은 2013년 취임한 이후, 국가대표 감독 선임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변경해왔다. 기술위원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전력강화위원회 다시 기술위원회로 바꾼 것이다. 이는 정몽규 회장이 얼마나 비 정상적으로 협회를 운영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 이런 행태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반복되었다. 그간 대표팀 감독 선임업무를 관장해온 전력강화위원 11명 중 절반 이상이 빠져 5명만 남았다. 그렇다면 당연히 위원장을 다시 선임하고, 위원 역시 추가하여 해당 위원회가 이 일을 매듭짓게 하는 것이 상식이다. 만약 기술위원회로 이관하려 했다면 남아있는 전력강화위원의 동의를 얻어 이사회를 거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러나 이런 절차는 철저히 무시됐다.
○ 정몽규 회장은 지난 7월 5일 "절차적 정당성보다 감독에게 필요한 덕목이 중요하다"고 했다. 상식적인 국민과 많은 축구인들은 이 말에 귀를 의심했다. 이제서야 우리 축구인들은 제대로 알게 되었다. 즉 작금의 한국축구가 겪고 있는 숱한 위기와 혼돈이 축구협회 회장의 이런 인식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 절차적 정당성은 내부의사 결정권자들에게는 예측 가능한 시스템속에서 집단지성을 발휘하게 하고 외부적으로는 국 내, 외 지원자들에게 공정하고 균등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축구지도자협회는 대한축구협회 및 정몽규 회장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 첫째, 일부 외국인 지원자는 면접에서 무려 50여 쪽에 달하는 PPT 자료를 발표하였다고 한다. 그러한 PPT 발표 및 두 외국인 감독과의 면접 결과를 선임 과정에서 누구와 공유하고 결과에 어떻게 반영하였는가?
○ 둘째, 모두에게 공평해야할 할 면접기준이 특정 후보 앞에서만 왜 갑자기 주관적이고 자의적 해석으로 바뀌어야 하였는가? 한국축구발전을 위한 선한 의도로 그러했다면, 그럴수록 선한 의도를 증명할 길은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는 것 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축구협회는 무엇이 그리 다급하여 비정상적 절차로 '밤 11시경 후보자 자택인근 카페'에서 면접 대신 '감독을 맡아 달라'고 부탁해야 했는가?
○ 셋째, 비록 스타플레이어 출신은 아니지만 현재 아마추어, 학원, 프로축구에 몸담고 있는 수많은 축구지도자들은 최고의 영예인 대한민국 국가대표 감독을 목표로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유럽에서 명장 반열에 오른 유수한 지도자들 역시 그러했다. 우리 지도자들에게는 협회 행정의 절차적 정당성이야말로 그나마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의 사다리이다. 그럼에도 정몽규 회장은 여전히 절차적 정당성이 중요하지 않은가?
○ 절차와 시스템에 의한 집단지성은 간혹 느리고 시끄럽고 때로는 비효율적으로 보여지지만 그런 시행착오 과정속에서 더욱 단단해지고 그에 따른 결과는 정당성을 부여받아 궁극적으로는 국민적 지지를 획득한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은 이런 상식을 망각하였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번 결정을 정몽규회장이 '충성스런' 부하에게 전권을 쥐어준 '독단적 결정'이라는 모양새를 갖추고 마음대로 결정하였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모든 절차는 뒤죽박죽되고 협회의 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 이로서 영예로와야 할 대한민국 국가대표 신임 축구감독이 선임되는 자리에서 팬들은 축하와 지지 대신 야유와 질책을 그리고 신임 감독은 해명과 변명을 하게 만들었다.
○ 또한, 우리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이런 일련의 과정속에서 축구협회의 무능한 행태를 비판한 특정 축구인에게 '법적 대응'하겠다고 한 대한축구협회에 실망스러움을 넘어 분노를 표한다. 이번 사태는 대한축구협회가 평소 축구인들을 어떻게 대하는 지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 보였다. 즉 선수와 지도자에게는 존중(Respect)을 강요하면서 정작 협회는 전혀 선수와 축구인들을 존중하지 않는다. 조그마한 비판도 들으려 하지 않고 견디지 못하는 협회는 발전하지 못한다.
○ 축구협회의 무능과 잘못을 비판하는 축구인에게 법적대응 운운하는 일이 향후 다시 재발한다면 우리 지도자협회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축구지도자 그리고 축구인과 함께 대응해 나갈 것이다.
○ 많은 축구인들이 개탄한다. 역대 이렇게 무능하고 무책임한 축구협회를 본 적이 없다고 한다.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이런 총체적 난국을 조장하고 더 큰 혼란만 가중시키는 책임이 전적으로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에게 있음을 명백히 밝힌다. 따라서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은 이 모든 과정과 결과에 대해 책임지고 즉각 회장직에서 사퇴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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