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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 CRITIC] "한국 축구를 위한 결정…" 협회와 홍명보 감독, 입밖에 절대 나와선 안 될 '그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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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성 기자] 프로세스는 사라졌다. 루머에 추측만 난무하던 전력강화위원회 업무 방식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제시 마치 감독 선임 불발 이후 급격하게 표류했고 톱-다운 방식에 가까운 이임생 기술본수 총괄이사 '단독 드리블'만 있었다.

파울로 벤투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만들었던 '프로세스'가 2년 만에 '사망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정몽규 회장의 톱-다운 방식으로 찍어 눌러 선임됐고,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5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대한축구협회 선택은 10년 만에 홍명보 감독 선임이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부터 6년 전 만들었던 프로세스는 붕괴였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 선임으로 사망선고를 하게 됐다. 홍명보 감독이 나쁜 지도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협회의 삼고초려가 있었겠지만 뒷맛이 썩 개운치 않은 과정 때문이다.

재택근무와 대표팀에 불성실했던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은 당연히 졸전이었다. 여론에 떠밀려 진행됐던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차기 감독 선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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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성 위원장이 키를 잡고 전력강화위원회를 꾸렸다. 차기 대표팀 감독에 필요한 6가지 선임 조언을 그들만의 프로세스로 내세웠지만 두루뭉실한 내용이었다. 전 세계 어떤 감독이 와도 충족될 만한 '코에 걸면 코걸이' 수준이었다.

정해성 위원장은 당시 코앞이었던 3월 A매치에 정식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단언했다. 외국인 감독 풀을 만들어 놨지만 턱없이 부족했던 시간, 국내파 감독 선임에 시선이 쏠렸다. 단연 유력 후보로 떠올랐던 홍명보 감독. 3월 K리그 시즌 개막을 앞둔 팬들은 크게 분노했고 축구협회에 근조 화환을 보내며 항의했다.

리그를 존중하지 않는 협회에 축구 팬과 미디어의 비판이 이어졌다. 전력강화위원회는 3월 A매치 전까지 감독을 선임하겠다던 결정을 접어두고 임시 감독 체제에 들어갔다.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은 중요하지만 2차 예선까진 선수들 개인역량으로 버틸 수 있기에 충분히 검토해 더 나은 지도자를 뽑을 수도 있겠다는 여론이 만들어졌다.

최근에 전력강화위원회에 있던 박주호가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매끄럽진 않지만 외국인 감독 선임을 위해 달려갔다. 결과론적으로 불발이었지만 제시 마치 선임 직전까지 간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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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시 마치 감독이 불발되자 전력강화위원회의 목적 의식이 상실됐다. 급격하게 표류하기 시작했고 그 기능마저 제대로 하지 못했다. 또 다른 외국인 감독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유명무실했고 국내파 쪽으로 기울었다.

홍명보 감독은 3월부터 꾸준히 리스트에 있던 지도자다. 1년밖에 주어지지 않았던 브라질 월드컵에서 실패했지만, 월드컵 본선을 경험했던 지도자이고 울산HD에 와 숙원의 과제였던 K리그 우승을 넘어 2연패까지 안겼다. 어쩌면 국내파를 거론했던 전력강화위원회 입장에선 홍명보 감독은 리스트에서 뺄 수 없는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그럴 때마다 홍명보 감독은 한결같았다. 구단 다큐멘터리에선 "불쾌하다"라고 언급했고, 부임설이 나올 때마다 "늘 똑같다. 들리는 게 있으면 나에게 알려달라"라며 거절과 같은 말을 했다. 국가대표 감독으로 내정되기 이틀 전 수원FC전에선 "내 입장에선 이임생 기술이사를 만나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고 포항스틸러스전에선 "축구협회가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하면서 어떤 학습이 돼 있었는지 묻고 싶다"라는 비판과 함께 "팬들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만에 입장이 바뀌었고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게 됐다. 사실 3월부터 축구계 안팎에서 홍명보 감독이 결국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거란 말이 심심찮게 돌았는데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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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생 기술이사는 홍명보 감독 선임에 8가지를 이유를 댔지만 굳이 홍명보 감독이 아니더라도 통용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울산이 빌드업 1위라고 강조했던 기록마저 사실과 달랐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으로 일했던 이영표 해설위원은 "외국인 감독 철학이 이식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냐"는 이임생 기술위원장 답변에 "정말 좋은 감독이 와 팀이 바뀌는 경우를 수도 없이 봤다. 외국 감독들도 많은 선수를 통제한다. 유독 한국 선수들만 한국인 감독이 통제해야 한다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에겐 거스 히딩크라는 좋은 외국인 감독이 있었다. 히딩크 감독은 우리를 완벽하게 통제했다"라고 반박했다.

이제 홍명보 감독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다. 쭉 대표팀 감독 부임설을 강하게 부정하다가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하고 지휘봉을 잡은 이유가 있었을 테다. 울산에 A매치급 관중이 몰리고 우승 경쟁을 하고 있는 중에 클럽을 박차고 대표팀을 선택했던 피치 못할 이유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한국 축구를 위한 결정"이라는 상투적인 말이 나온다면 곤란하다. 만약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승점 1~2점 차이로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을 하고 시즌 도중 갑자기 맨체스터 시티를 떠나 스페인 대표팀으로 간다면 납득 할 수 있을까. "맨체스터 시티보다 위험에 빠진 스페인 대표팀을 위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만 설명한다면 전 세계 미디어는 어떻게 반응할까.

협회의 삼고초려 끝에 결정한 일이겠지만, 홍명보 감독마저 명확한 해명 없이 "위기의 한국 축구를 위한 결정이었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면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대표팀은 결코 리그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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