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열흘만 쉴게요”→5승 1패 반등! ‘116구 투혼’ 예비 FA 잠수함, 다승왕 경쟁 합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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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잠실, 이후광 기자] 하필이면 선발투수들이 줄부상을 당한 시기에 감독을 찾아 열흘 휴식을 요청했던 엄상백(28·KT 위즈). 이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맞았다.
엄상백은 지난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2실점 116구 투구로 시즌 7승(7패)째를 챙겼다. 팀의 4-3 신승 및 2연속 위닝시리즈를 이끈 투구였다.
2회까지 호투를 펼치다가 3회 김현수에게 2점홈런을 허용했지만, 4회 2사 1, 2루 위기를 함창건을 10구 끝 내야땅볼 처리하며 극복한 뒤 3-2로 앞선 5회 2사 1루에서 오스틴 딘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투구수가 116개에 달한 엄상백은 4-2로 리드한 6회 박시영에게 바통을 넘기고 경기를 마쳤다. 종전 2015년 6월 1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114개를 넘어 개인 한 경기 최다 투구수를 경신했다. 구종은 최고 구속 151km의 직구(31개) 아래 체인지업(42개), 커터(43개) 등을 곁들였다.
예비 FA 시즌을 맞아 부진을 거듭하던 엄상백은 지난달 14일 수원 롯데 자이언츠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반등했다.
하지만 KT 이강철 감독은 이튿날 엄상백을 1군 엔트리에서 돌연 제외했다. 이 감독은 “선수 본인이 어깨가 무겁다고 하더라. 몸도 늦게 풀린다고 해서 휴식 차원의 말소를 결정했다. 열흘 쉬고 돌아올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올 시즌 막강 선발야구를 앞세워 LG, KIA 타이거즈와 함께 우승을 다툴 것으로 예상된 KT는 토종 에이스 고영표(팔꿈치 굴곡근 미세 손상), 웨스 벤자민(팔꿈치 통증)이 줄줄이 부상 이탈하며 플랜B를 넘어 플랜C를 가동 중인 상황이었다. 그런 가운데 엄상백이 사령탑에 이례적으로 휴식을 요청했고, 이 감독은 선발 1명이 아쉬운 상황에서 이를 받아들였다.
결과적으로 열흘 휴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엄상백은 복귀전이었던 5월 25일 수원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5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승리를 신고한 뒤 31일 광주 KIA전에서도 6이닝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6월 6일 수원 한화 이글스전에서 6⅔이닝 1실점에도 패전을 당하는 불운을 겪었지만, 12일 창원 NC 다이노스전(6⅓이닝 5실점), 18일 수원 롯데전(6이닝 4실점), 23일 LG전(5이닝 2실점)에서 연달아 승리를 맛봤다.
휴식 후 5승 1패로 반등한 엄상백의 시즌 성적은 16경기 7승 7패 평균자책점 5.02. 한때 10.29까지 치솟았던 평균자책점을 낮췄고, 다승 공동 3위로 도약하며 프로야구 다승왕 경쟁에 뛰어들었다. 공동 선두(8승) 디트릭 엔스(LG),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키움)과의 격차는 불과 1승이다.
엄상백은 24일 경기 후 “날도 덥고 더블헤더였는데 공도 많이 던지고 이닝을 많이 못 끌어준 것 같다. 선수단에 미안한 마음이 컸다. 나로 인해 뒤 투수들이 많이 나왔다”라며 “힘든 여건 속에서 야수들의 수비 도움, 불펜투수들의 호투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앞으로 제구력을 더 보완해서 아쉬움 없는 투구를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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