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호·이영표·박지성이 적폐라고? “박 위원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에 몰두했다”는 축구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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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호 (전력강화)위원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커넥션을 통해서 굉장히 전력강화위원회 활동을 열심히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7월 10일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이 했던 말이다.
홍 감독은 박 위원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 ‘캡틴 파추호’에서 밝힌 내용을 알고 있었다. 홍 감독은 “영상도 봤고, 내용도 다 확인했다”고 했다.
‘커넥션’이란 단어가 귀에 들어왔다. ‘커넥션’이란 단어는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다. 축구계에선 보통 학연, 지연 등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을 때 ‘커넥션’이란 단어를 쓴다.
그 과정에서 박 위원이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있었던 일을 폭로한 뒤 축구계에 떠돌고 있는 소문을 들었다. 그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박 위원은 제시 마치, 후벵 아모림, 바스쿠 세아브라 등을 국가대표팀 감독 후보군에 올렸다. 박 위원은 토마스 투헬 감독 사단에도 연락을 취했다. 박 위원이 그들의 에이전시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안다. 박 위원이 자기 사람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앉히려는 데 힘썼다는 얘기가 돌았다. 그게 뜻대로 되지 않으면서 폭로로 이어졌다는 게 일부 축구인들의 주장이다.”
열심히 한다고 해서 대가가 주어지는 건 아니었다. 전력강화위원회는 일한 만큼의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 조직이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국가대표팀 사령탑 선임이란 중대한 업무지만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무보수였다.
KFA 관계자는 “회의가 있을 때마다 참석비라고 해서 교통비 쪽으로 나가는 것만 있다”고 했다. 이어 “전력강화위원회는 명예직이다. KFA에만 8개 정도의 위원회가 있다. 위원회는 원래 무보수”라고 했다.
박 위원은 그런 상황 속에서도 누구보다 열심히 한 것으로 알려진다. 복수의 전력강회위원은 “박 위원의 주장에 100% 동의하는 건 아니”라면서도 “박 위원을 비롯한 전력강화위원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한국 축구를 위해 힘썼다는 건 결코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 박 위원의 땀과 노력, 한국 축구를 위한 마음이 어떤 축구인들에겐 자신의 이익을 위한 일로 비춰졌던 것이다.
한 국가대표 출신 축구인은 이영표, 박지성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인식에 관해서도 이야기 해줬다.
“누군가에게 이영표, 박지성은 비겁한 사람이다. KFA는 오래전부터 이영표, 박지성에게 손을 내밀었다. 한국 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상징적인 인물들 아닌가. 하지만, 저들은 KFA에서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힘쓰기를 거부해 왔다. 외부에서 축구계를 비판하는 등 편한 길만 걸어가고 있다.
지금은 후배들을 하나로 뭉치게 해서 나아가게 해도 모자랄 판에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 저 사람들은 늘 자기들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목소리를 내왔다. 한국 축구가 진정 어려울 때 안에서 문제를 해결한 선배들을 향한 배려는 없다. 그게 참 아쉽다.”
“한국 축구계에서 결과보다 중요한 건 없다. 과정이야 어쨌든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이 지금으로선 가장 중요하다. 본선에서 좋은 성과를 낸다면 어떻겠나. 한국 축구 역사에서 ‘수많은 반대를 이겨내고 일군 성과’로 포장될 것이다. 한국 축구사에서 과정이 결과를 앞섰던 적은 없었다. 일부 축구인들이 결과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과정에 분노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들으려고조차 하지 않는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2월 16일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나흘 후 전력강화위원회가 꾸려졌다. 전력강화위원회는 약 5달 동안 새 감독 선임 작업에 몰두했다.
홍 감독에게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맡기는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사퇴한 뒤 전력강화위원회는 와해됐고,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정몽규 회장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았다”며 홍 감독을 국가대표팀 새 사령탑에 앉혔다.
KFA는 7월 13일 “10~12일 사흘 동안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건으로 2024년 4차 이사회 서면 결의를 했다”며 “해당 건은 23명 중 21명의 찬성으로 승인됐다”고 발표했다.
홍 감독은 15일 유럽 출장 전 취재진을 만나 “대한민국 축구팀을 어떻게 강한 팀, 좋은 팀으로 만들어 가느냐가 머릿속에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다”며 “많은 분의 걱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제 인생의 마지막 도전에 많은 분이 조금 더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18일.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주장 완장을 차고 나섰던 구자철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무조건 협회의 행정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가면 솔직히 미래는 없다. 하루빨리 협회의 행정이 제 자리를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성이 형, 주호 형의 의견을 무조건 지지한다”고 적었다.
구자철은 홍 감독과 인연이 깊은 선수다. 홍 감독이 처음 지휘봉을 잡았던 2009 U-20 월드컵을 시작으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2 런던 올림픽, 2014 브라질 월드컵을 함께했다. 그런 구자철이 현역 선수론 처음 KFA 행정을 지적했다.
지금으로부터 19일 전인 6월 3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홍 감독이 남긴 말에 답이 있다.
“클린스만 감독을 뽑을 때까지의 전체 과정과 그 이후 일어났던 일을 생각해 보면 KFA가 과연 얼마나 학습이 된 상태인지 묻고 싶다. KFA 내에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행동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은 빨리 다른 선택지를 생각했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
[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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