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세계 신기록 막은 혼신의 3이닝, 장현식만은 정신이 있었다… 잔뜩 얼었던 KIA 구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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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IA는 2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경기에서 시작부터 타격이 대폭발하며 일찌감치 승리의 기운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1회 시작부터 터진 소크라테스의 투런을 포함, 1회에만 5점을 냈다. 그리고 2회에 3점, 3회에 1점을 보탰다.
롯데 선발 나균안이 일찌감치 강판된 가운데 롯데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따라가길 바라야 했지만 또 하필 이날 KIA 선발이 올 시즌 리그 평균자책점 1위인 제임스 네일이었다. 뒤집을 확률이 떨어지는 경기, 그것도 주중 첫 경기부터 불펜을 다 쏟아부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KIA는 9-1로 앞선 4회 5점을 더 뽑으며 14-1까지 달아났다. 롯데로서는 백기를 들 판이었다. 실제 경기 중반 양쪽 모두 1루 주자가 있을 때 1루수를 베이스에 붙이지 않았다. 점수차가 크니 서로 도루를 하지 말자는 의미였다. 그만큼 KIA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경기였다. 어쩌면 롯데로서는 현명하게 잘 져야 하는 한 판이었다.
실제 스포츠투아이가 집계한 4회초 직후 KIA의 승리 확률은 무려 99.8%였다. 롯데는 0.2%의 확률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롯데가 이후 맹렬하게 추격하기 시작했다. KIA가 실책, 그리고 네일의 난조로 틈을 보이자 롯데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4회 6점을 만회하며 7-14까지 쫓아갔다. 5회 2점을 더 추격하자 이제 롯데 더그아웃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롯데는 6회 3점을 뽑으며 2점차까지 추격한 것에 이어 7회 기어이 역전에 성공하며 대업을 이루는 듯했다. KBO리그 역사상 가장 큰 점수차를 뒤집은 역전승은 2013년 5월 8일의 SK(현 SSG)로 10점이었다. 당시 SK는 두산과 홈경기에서 10점을 뒤지고 있다 기어이 역전승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2점 역전승이 세 번 나왔다. 한·미·일 프로야구 역사에서 13점을 뒤집은 승리는 없었다. 롯데가 세계 신기록을 쓸 판이었다.
여유 있는 승리를 예감하고 있었던 KIA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당황한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 반대로 열광적인 사직 팬들의 목소리를 등에 업은 롯데 선수들의 기세는 등등해졌다. 이는 KIA 선수들이 더 긴장하고 침체에 빠지는 고리로 이어졌다. KIA 타자들은 타석에서 힘을 쓰지 못했고, 수비에서도 몸에 힘이 들어갔다.
KIA는 8회 홍종표의 적시타로 간신히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롯데의 기세는 여전했다. 이를 막아설 선수가 필요했다. 곽도규는 이미 소모했고, 마무리 정해영은 어깨 통증으로 1군에서 빠진 상황이었다. 지난 23일 광주에서 열린 한화와 더블헤더 두 경기에 모두 뛴 최지민 전상현의 경우 트레이닝파트에서 되도록 하루를 쉬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전달한 판이었다. 여기서 KIA 벤치의 선택은 하나로 좁혀졌다. 예상대로 우완 장현식(29)이 등판했다.
일단 롯데의 기세부터 막아내야 했다. 8회 점수를 허용해서는 안 됐다. 장현식은 8회 등판해 시작부터 전력으로 공을 던졌다. 완급 조절을 할 여유가 없다는 것을, 장현식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렇게 8회 박승욱 서동욱 황성빈을 범타로 막아내고 1이닝을 정리했다. 단순히 1이닝 정리가 아니라 달아올랐던 롯데의 기세를 식히는 투구였다.
그 상황도 계속 압박이 이어졌다. KIA가 점수를 내지 못했고, 즉 장현식이 실점하면 롯데의 끝내기 승리가 완성되는 상황이었다.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었다. 더 집중한 장현식은 9회 윤동희와 고승민을 삼진으로 처리한 것에 이어 김동혁을 2루 땅볼로 처리하고 2이닝을 막아섰다.
최지민 전상현을 투입하기 애매한 상황에서 장현식은 연장 10회에도 또 마운드에 섰다. 선두 나승엽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고, 이정훈이 희생번트를 댔다. 여기서 오선진에게 우전 안타를 맞고 1사 1,3루에 몰렸다. 박승욱을 고의4구로 걸러 만루 작전을 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끝내기 위기였다.
하지만 장현식은 혼신의 힘을 다해 던졌다. 결국 서동욱을 루킹 삼진으로 처리했고, 황성빈을 2루 땅볼로 잡아내며 자신의 몫을 다했다. 위기의 KIA를 3이닝 연속 구해낸 것이다. KIA 이적 후 249경기에 나간 장현식이 3이닝을 던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 장현식의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153.3㎞, 평균은 150.5㎞가 나왔다. 하지만 모든 이들의 체감적인 구속은 그 이상이었을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 던졌다.
결국 최지민이 연장 11회 들어와 남은 두 이닝을 막아냈고, 두 팀은 15-15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롯데의 세계 신기록을 막은 건 장현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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