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세 권노갑, 샷이글에 2언더파… “운동도 공부도 열심히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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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골프를 시작한 이래 가장 샷이 잘 맞은 날이다.”
25일 오전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권노갑(95) 김대중재단 이사장의 목소리는 이른 아침에도 활기가 넘쳤다.
권 이사장은 24일 정·재계 요직을 거친 지인들과 정기 라운드를 위해 경기 군포의 안양컨트리클럽을 찾았다. 고령에 일반적인 남성 골퍼가 사용하는 화이트티(6387야드)가 아닌 시니어티(6082야드)를 사용했다. 첫 홀을 파로 시작해 유난히 골프가 잘된다고 느끼던 가운데 15번 홀(파4)에서 말 그대로 ‘사건’이 벌어졌다.
약 125야드(114m)를 남긴 권 이사장은 7번 유틸리티 클럽을 사용해 두 번째 샷을 했고, 그대로 홀에 골프볼을 넣는 ‘샷 이글’을 선보였다.
단순히 샷 이글만 한 게 아니다. 권 이사장은 이글 1개와 버디 5개, 보기 5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쳐 이른바 ‘라베(라이프 베스트)’를 기록했다. 권 이사장은 시니어 골퍼들의 로망이라고 하는 ‘에이지슈트(자신의 나이보다 적은 타수를 기록하는 것)’도 종종 한다고 한다.
권 이사장은 “드라이버샷이 잘 맞았는데 세컨드 샷도 정말 잘 맞았다. 샷 이글이 나왔을 때는 동반자도, 캐디들도 다 같이 소리 지르고 만세를 부르며 기뻐해 줬다”면서 “70타를 친 건 처음이다. 샷이 다 잘 맞아서 파3 홀에선 네 번이나 홀인원을 할 뻔했다”고 전했다.
권 이사장은 어려서부터 복싱 외에도 야구, 유도, 농구 등 다양한 운동을 했다. 이때 다져진 체력 덕분에 여전히 건강하다. 최근에도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건강을 다지고 일주일에 두세 번씩 골프 라운드를 즐긴다. 골프를 즐길 때는 어쩔 수 없이 카트의 도움을 받아 이동하지만 아직도 18홀을 걷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골프 입문은 늦었다. 정치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할 당시에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곁을 지키느라 골프를 가까이할 수 없었다. 그래서 60세가 넘어 골프채를 잡았다. 야구 경력에 3일 만에 연습장을 벗어나 라운드에 나섰을 만큼 운동신경이 좋았지만 야구와 골프는 달랐다.
기대만큼 실력이 크게 늘지 않았어도 지인과 골프를 즐겼다. 하지만 90세가 넘어 지인과 찾았던 한 골프장에서 만난 캐디의 ‘원 포인트 조언’에 권 이사장의 골프가 확 달라졌다. 드라이버 백스윙을 위로 바로 들지 말고 옆으로 빼면서 몸통 회전과 함께 쳐보라는 내용이었다. 150∼160m 나가던 드라이버샷이 200m를 훌쩍 넘겨 버린 것. 평소 골프를 자주 즐겼던 이들도 쉽사리 믿기 어려운 반전의 결과다.
쇼트게임과 퍼트 실력이 좋았던 권 이사장은 드라이버까지 받쳐준 덕에 90세가 넘어 골프 실력이 급상승했다. 권 이사장은 “골프는 늦게 배웠지만 지금도 내가 골프장에 가면 70대, 80대 동반자보다도 훨씬 잘 친다”면서 “나이는 많아도 매일 체육관에 가서 운동하고 골프 치고 활발하게 활동을 하니 건강만큼은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골프만큼이나 학업에 진심인 권 이사장은 국내 최고령 박사학위 취득도 눈앞에 뒀다. 2013년 한국외국어대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데 이어 최근에는 박사과정도 수료했다. 현재는 박사학위 취득을 위한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권 이사장은 “운동도, 공부도 하면서 바쁘게 사는 것이 내 건강의 비결”이라며 활짝 웃었다.
오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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