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영이가 대타 나가니까” 이 존재감 무엇인가, KIA는 기다렸고 생각대로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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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대전, 김태우 기자] 5연승의 신바람, 그리고 7월 리그 최고 승률의 신바람을 타고 2위권과 경기차를 6.5경기까지 벌린 KIA는 근래 들어 조금씩 여유를 찾고 있다. 이범호 KIA 감독은 데이터를 봤을 때 타자들이 항상 7~8월에 강했다면서 6월에 최대한 버티자고 했던 전략이 어느 정도 통한 게 지금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2위권 팀들의 추격에 반 경기, 한 경기로 쫓겨 선수들의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시기보다는 여유가 생겼다. 체력 안배도 한창이다. 21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도 선수단은 무더운 날씨에 훈련량을 조절했다. 올해 쉼 없이 달려온 내야의 핵심인 김도영 박찬호는 아예 휴식차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지금 한 번 정비를 하고, 8월 일정에서 쐐기를 박겠다는 전략이다.
그런 KIA는 21일 경기에서 질 뻔했다. 경기 초반은 좋았다. 2회 서건창의 적시타와 최원준의 2점 홈런이 나왔다. 4회에는 상대 실책을 등에 업고 2점을 추가했다. 하지만 선발 황동하가 흔들리고, 임기영 곽도규라는 가장 믿을 만한 중간 카드들이 실점하며 5-7로 뒤집혔다. 그리고 상대는 9회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인 주현상이 등판을 앞두고 있었다.
어쩌면 “연승이 이대로 끝나나”, 혹은 “이 정도 했으니까 1패 정도는”이라는 분위기가 더그아웃에 감돌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KIA는 5-7로 뒤진 9회 공격을 앞두고 오히려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날 결승 홈런을 친 최형우는 경기 후 9회를 앞두고 분위기가 괜찮았다고 증언했다. 최형우는 “계속 이기고 있었고 지금은 그래도 조금 여유가 있다. 지더라도 크게 부담이 없었다”면서 “그리고 마침 또 (김)도영이가 나가니까”라고 웃었다.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올해 강력한 MVP 후보 김도영은 경기 막판 대타 준비를 하고 있었다. 김도영이 선발에서 빠진 건 분명 공격에서 손해다. 하지만 하나의 이득도 있다. 바로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팀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카드를 넣을 수 있는 선택권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날 8회까지 김도영을 아낀 이범호 감독은 5-7로 뒤진 9회 선두 타자로 대타 김도영 카드를 선택했다. 제아무리 강력한 마무리라는 주현상이라도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김도영의 등장을 지켜본 최형우는 “마침 도영익 대타로 나가니까 다들 약간 업이 돼 있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김도영은 올해 타격에 있어서는 굉장히 큰 기대감을 주는 타자다. 리그에서도 몇 안 되는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2점 열세지만 그래도 김도영이 선두 타자로 나가니 물꼬를 터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기대감은 경기력과 집중력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KIA는 생각대로 이겼다.
선두 김도영이 주현상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좌전 안타를 치고 나갔다. KIA 더그아웃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그리고 최근 성적만 놓고 보면 김도영만큼 무서운 타자인 최원준이 스트레이트 볼넷을 골랐다. 8회 종료까지 KIA의 승리 확률은 8.9%에 불과했지만, 두 타자를 거치며 26.7%까지 올랐다.
그리고 1사 후 맏형 최형우가 모든 상황을 뒤집어 놨다. 주현상을 상대로 3B-1S의 유리한 카운트를 잡은 최형우는 5구째 체인지업을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큼지막한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려 경기를 뒤집었다. KIA의 승리 확률을 무려 63.2%나 올리는 홈런이었다. 김도영이 나가면, 중심타선이 해결하고 경기를 뒤집거나 더 끌고 갈 수 있다는 KIA의 기대감이자 자신감은 현실화됐다.
최형우는 “타이밍만 앞에 두고 강하게 치자, 병살만 치지 말자고 생각했는데 2구째 체인지업이 몸쪽으로 들어왔다. 그 궤도가 내 머릿속에 그려졌나 보다. ‘이 정도면 칠 만하겠다’는 생각이 딱 들었는데 마침 마지막에 그 공이 들어왔다”면서 “1위 팀이고, 우리 타자들이 이렇게 잘하고 있는데 큰 부담이 없다. 오늘도 지면 안 좋겠지만 지더라도 어려운 경기를 했고 지금까지 잘 이겼으니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이렇게 좋은 찬스가 왔다”고 미소 지었다. KIA의 야구가 분위기라는 바람을 타고 가볍게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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