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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나의 빚’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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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오태식 서울경제 골프선임기자)

슬슬 '윤이나의 빚' 얘기가 흘러나온다. 2022년 6월 국내 골프계를 충격에 빠트린 '오구 논란'으로 3년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윤이나. 하지만 너무 가혹하다는 팬들의 요구와 여론을 반영해 이를 1년 반으로 줄여줬으니, 내년까지는 국내 무대에서 더 뛰어야 한다는 얘기다. 윤이나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에 도전하기로 하면서 미국 진출 시기를 1년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윤이나가 미국 무대로 빠질 경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흥행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만큼 윤이나의 존재감이 커졌다.



‘윤이나의 빚’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다




상금·평균 타수·평균 버디 1위 'KLPGA 평정'

지난 4월 복귀전을 치를 때까지만 해도 윤이나가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1년 반'이라는 징계의 시간은 결코 그의 편이 될 수 없었다. 실전 감각이 떨어졌을 것이고 일부 팬의 곱지 않은 시선도 견뎌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윤이나는 국내 투어에서 흥행과 돌풍의 중심에 서있다.

KLPGA투어 3승을 거둔 선수들이 4명(이예원·박현경·박지영·배소현)이나 되지만 현재 상금랭킹 1위는 '1승의 윤이나'다. 준우승을 네 차례 기록하고 3위도 세 번을 하는 등 항상 우승권에 머물면서 상금을 차곡차곡 쌓은 덕이다. 얼마나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는지 알 수 있는 평균 타수 부문에서도 70.04타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대상 포인트에서도 현재 2위(485점)지만 1위(487점) 박현경과의 차이가 불과 2점밖에 되지 않는다. KLPGA투어 성적으로 선수 순위를 매기는 K랭킹에서 윤이나는 6개월 전 102위에서 현재 1위로 올라섰고, 세계랭킹에서도 32위를 기록해 KLPGA 선수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했다.

윤이나의 골프가 특히 주목받는 건 화끈한 버디 사냥 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윤이나는 평균 버디 부문에서 라운드당 4.13개를 잡으면서 1위에 올라있다. 2008년부터 통계를 내기 시작한 평균 버디 부문에서 4개 이상 버디를 잡은 선수는 4명에 불과하다. 2016년 박성현이 처음 4개 이상 버디를 잡았고 2017년 이정은, 2018년 오지현과 최혜진이 평균 버디 4개 이상의 기록을 갖고 있다. 최근 6년 동안 나오지 않았던 평균 버디 4개 이상 기록을 윤이나가 세우고 있는 것이다. 2022년 윤이나가 평균 버디 1위에 올랐을 때도 라운드당 버디 수는 3.91개였다.

윤이나가 화끈한 버디 사냥을 할 수 있는 건 남다른 장타 능력 덕분이다. 윤이나는 현재 드라이브 거리 부문에서 3위(253.42야드)에 올라있다. 1위 방신실의 255.09야드, 2위 이동은의 253.48야드와 큰 차이가 없다. 

장타 능력만 뛰어난 것이 아니다. 그린적중률 부문에서는 장타 순위보다 오히려 높은 2위를 달리고 있다. 78.46%를 기록하고 있는 윤이나는 79.73%의 김수지와 1·2위 다툼을 하고 있다. 윤이나는 징계 탓에 시즌 도중 마감하기는 했지만 2022년 장타와 그린적중률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장타와 아이언 샷만을 갖고 윤이나의 능력을 모두 평가할 수 없다. 윤이나는 종합능력지수 부문에서도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종합능력지수는 평균 타수, 평균 퍼팅, 이글 수, 평균 버디, 벙커 세이브율, 그린적중률, 드라이브 거리 그리고 페어웨이 안착률 순위를 모두 더해 그 선수가 얼마나 골프 종합 능력이 뛰어난지를 가리는 통계다.

윤이나는 평균 타수와 평균 버디뿐 아니라 벙커 세이브율에서도 1위(74.07%)에 올라있다. 이글 수 부문에서는 4위(3개)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 퍼팅 32위(29.95개), 페어웨이 안착률 58위(69.97%)를 기록하고 있는 윤이나는 종합능력지수 '102'를 기록해 '162의 황유민'을 큰 차이로 제치고 1위에 올라있다.

윤이나가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뒤 단독 인터뷰를 했을 때 가장 자신 있는 클럽이 무엇인지 물은 적이 있다. 그때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 나왔다. 우드 샷이 가장 자신 있다는 것이다. 장타를 치는 선수가 우드까지 잘 친다면 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드라이버 샷은 멀리 칠수록 빗나가기 쉽다. 조금만 각도가 빗나가도 러프나 페널티 구역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다른 선수들의 드라이버 샷만큼 우드로 똑바로 멀리 칠 수 있는 선수가 윤이나인 것이다.



‘윤이나의 빚’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다




"한국 골프 다시 빛나게 하는 게 '빚 갚는 길'"

아무리 기술적인 능력이 뛰어나도 정신적인 면에서 약점을 드러낸다면 최고의 선수가 되기는 힘들다. 정신적인 면에서도 윤이나는 최고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징계의 시간을 겪으면서 그 정신력은 더 단련됐을 것이다. 징계가 시작되고 나서 윤이나는 석 달 정도를 밖에 나가지 못하고 두문불출해야 했다. 사람 많은 장소에 나가는 걸 힘들어했다. 얼굴이 하얘지고 숨이 잘 안 쉬어졌다. 일종의 공황장애였다. 한동안은 왜 골프를 하고 있는지, 열심히 해야겠는데, 왜 열심히 해야 되는지 잘 몰랐던 시간도 있었다고 했다.

윤이나는 자신의 최고 강점으로 인내심을 꼽는다. 어릴 때부터 인내심 강하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지만 흔히 예상할 수 있는 보통의 인내심이 아니다. 어린 나이에 징계 기간을 견뎌내고 짧은 시간에 예전의 능력을 다시 끌어낸 '극강의 인내심'이다.

무엇보다 윤이나의 최고 무기라고 할 수 있는 건 바로 그 인내심을 통해 극복한 고난의 시간일 것이다. 인내심으로 단련하고 단련한 강철의 시간이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그 고난의 시간을 견뎌내는 게 결코 만만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스스로 자초한 고난의 시간이었지만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윤이나는 도전정신 역시 무척 강하다. 윤이나의 목표는 명확하다. LPGA 무대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이다. 징계 기간에도 미국 미니 투어에서 뛰면서 준비했고 진작부터 올해 퀄리파잉 토너먼트에 도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물론 LPGA 무대에 도전하겠다는 건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다는 야심 찬 목표를 가슴에 품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다시 '윤이나의 빚' 얘기다. 윤이나는 지금 경기할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분명 골프팬에게, KLPGA 동료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하지만 그 빚을 갚는 게 KLPGA투어에서 1년 더 뛰는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골프팬도 많다. 오히려 하루빨리 LPGA투어로 무대를 옮겨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는 게 그 빚을 갚는 진정한 방법일 수도 있다. 윤이나가 빚을 갚는 최고의 방법은 세계 무대에서 대한민국 골프를 다시 빛나게 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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