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순식간에 비극의 주인공으로… 스윙 하나에 당한 투수 3관왕, 누가 돌을 던지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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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현시점 지구상 최고의 투수를 뽑는다면, 아마도 타릭 스쿠발(28·디트로이트)에 표를 던지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2020년 디트로이트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스쿠발은 그간 부상으로 고전하다 올해 기량을 만개하며 리그 최고의 투수로 거듭났다.
스쿠발은 시즌 31경기에서 192이닝을 던지며 18승4패 평균자책점 2.39, 228탈삼진을 기록했다. 아메리칸리그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트리플 크라운의 대업을 이뤘다. 시즌 내내 일관적으로 좋은 투구를 했다. 100마일(시속 161㎞)에 근접하는 어마어마한 패스트볼, 그리고 체인지업과 싱커, 슬라이더까지 다양한 구종을 자유자재로 던지며 타자들을 압도했다.
그런 스쿠발은 포스트시즌에서도 굉장한 활약을 했다. 시즌 막판에도 펄펄 날았던 스쿠발은 2일 휴스턴과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디트로이트의 업셋에 기틀을 놨다. 스쿠발이라는 확실한 1승 카드가 있기에 A.J 힌치 감독은 나머지 경기에서의 불펜 운영을 할 수 있었다.
8일 클리블랜드와 디비전시리즈 2차전에서는 7이닝 3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시리즈 전적을 1승1패로 맞췄다. 리그를 대표하는 강호인 클리블랜드 타선이 스쿠발의 투구에 꼼짝도 못할 정도였다. 경기력과 전투력 모두 절정에 이른 모습이었다.
2승2패로 맞서고 5차전으로 갔지만 오히려 긴장하는 쪽은 클리블랜드였다. 5차전 선발이 스쿠발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스쿠발은 4회까지는 거의 완벽한 투구를 했다. 좌·우 타자 가리지 않고 몸쪽으로 파고드는 90마일 후반대의 강력한 패스트볼, 그리고 주무기인 체인지업의 조합은 말 그대로 언터처블이었다. 그리고 디트로이트가 5회 선취점을 뽑으면서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동료 실책성 플레이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스쿠발이 5회 무너지면서 디트로이트의 가을 야구 여정도 끝났다. 스쿠발은 5회 선두 안드레스 히메네스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했고, 1사 후 스티븐 콴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1,2루에 몰렸다. 콴의 정확한 타격이 돋보였다. 이어 데이비드 프라이에게 다소 불운한 2루수 방면 내야안타를 맞은 게 결정적이었다.
1사 만루에서 자신에게 강했던 호세 라미레스를 상대한 스쿠발은 잔뜩 긴장한 듯했다. 어쩌면 이날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몸쪽으로 붙인다는 게 몸에 맞혔다. 밀어내기로 동점이 되는 순간이었다. 라미레스만 잡으면 나머지 타자들을 상대로는 굉장히 강했는데, 그 승부에서 실패했다.
결국 레인 토마스에게 역전 만루포를 맞고 주저앉았다. 만루 상황에서 초구 스트라이크가 중요했고, 스쿠발은 싱커를 존에 넣었다. 다만 코너워크가 안 된, 가운데 몰린 공이었다. 어쩌면 스쿠발의 공 하나를 노리고 있었을 토마스가 이를 힘껏 잡아당겼고, 이 공은 좌측 담장을 넘어 관중석에 떨어졌다. 클리블랜드가 단번에 5-1로 도망가는 순간이었다.
기초 체력이 클리블랜드보다 강하지 않은 디트로이트는 만회할 만한 힘이 없었다. 스쿠발 하나만 믿고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5차전에서 스쿠발이 무너지자 방법이 없었다. 스쿠발은 이날 6이닝을 던졌으나 5회에만 5실점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디트로이트는 3-7로 졌고, 뉴욕 양키스가 기다리는 챔피언십시리즈에는 클리블랜드가 진출했다.
하지만 스쿠발에게 돌을 던질 사람은 없었다. 어차피 스쿠발이 없었다면 디트로이트가 여기까지 올라올 수도 없었다. 이날 5실점을 했지만 스쿠발의 이번 포스트시즌 3경기 평균자책점은 2.37은 불과했다. 다만 실투 하나가 모든 것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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