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쩐의 전쟁’ 임박… 1999년 총액 24억 → 이젠 혼자 100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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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오는 8일 막을 올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5일 FA 자격 선수 명단을 공시하고, 7일까지 신청을 받은 뒤 8일 최종 명단을 발표한다. KBO의 공시 이후부터는 선수들이 소속 구단 혹은 타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에 나설 수 있다. 올겨울 FA 시장에는 22∼23명의 선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시장에는 전성기에 접어든 주력급 선수는 물론, 우승 경험을 갖춘 베테랑 야수와 불펜을 보강할 투수들이 대거 자격을 얻는다. 이에 따라 전력 보강을 노리는 구단들 사이에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쩐의 전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1999년 제도 도입… 송진우·이강철이 첫 장을 열다= 지난 1982년 출범한 KBO리그에서 FA 제도가 처음 시행된 것은 1999년 시즌 종료 직후였다. 도입 초기에는 자격 취득 기간이 10시즌이었으며 2001년부터 9시즌, 2011년부터는 대졸 선수 기준 8시즌으로 단계적으로 단축됐다. 이후 2022년부터는 고졸 9년·대졸 8년에서 각각 1년씩 줄어 고졸 8년·대졸 7년으로 변경됐다. 국내 프로야구의 FA 제도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달리 FA 재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다시 4시즌을 채워야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KBO리그의 첫 FA 계약 선수는 한화의 송진우였다. 송진우는 1999년 11월 원소속팀 한화와 3년 총액 7억 원에 계약하며 제도 시행 이후 첫 FA 계약자로 이름을 올렸다. 계약에는 ‘10승 이상 시 1500만 원 인센티브’ 조항이 포함됐다. 며칠 뒤 해태의 프랜차이즈 스타 이강철이 3년 총액 8억 원에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KBO 최초의 ‘이적 FA 1호’로 기록됐다. 당시 삼성은 LG에서 뛰던 포수 김동수를 3년 8억 원에 영입하는 등 적극적인 FA 행보로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24억→989억 원’… 26년 만에 폭발한 KBO FA 시장= 1999년 첫해 FA 계약 총액은 24억2500만 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4시즌을 앞두고 12명의 선수가 201억7000만 원에 사인하며 프로야구는 처음으로 ‘100억대 시장’에 진입했다.
같은 해 말 삼성과 계약한 심정수는 4년 총액 60억 원에 도장을 찍으며 FA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당시 심정수가 기록한 60억 원은 2014년 롯데 강민호가 75억 원을 받기 전까지 9년간 깨지지 않은 상징적인 금액이었다.
이후 FA 시장은 급격히 팽창했다. 26년이 흐른 지금은 선수 몸값이 ‘십억’ 단위를 넘어 ‘백억’ 단위로 성장했다. 2021시즌 뒤에는 15명에게 총 989억 원이 투자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초대형 매물이 많지 않았던 지난해에도 599억 원이 시장에 풀렸다. FA 제도 도입 이후 누적 계약 금액은 7000억 원을 넘어섰다.

◇FA의 상징은 100억 원, 그 중심엔 최형우·최정= 최근 프로야구에서 특급 선수의 상징은 ‘100억 원’이다. KIA 최형우가 2016년 11월 4년 총액 100억 원(계약금 40억 원, 연봉 15억 원)에 계약하며 KBO 최초의 100억 원 시대를 열어젖혔다. 당시 박석민이 NC와 맺은 4년 96억 원을 넘어선 역대 최고 대우였다.
이후 FA 100억 원대 계약은 지난해까지 모두 14차례 나왔다. 이 가운데 김현수(LG)와 최정(SSG), 양의지(두산)는 두 차례씩 100억 원대 계약을 체결했다. 가장 최근 100억 원대 계약자는 최정으로, 2024시즌 뒤 4년 총액 110억 원(계약금 30억 원·연봉 총액 80억 원)에 잔류했다.
역대 FA 최고액의 주인공은 양의지다. 그는 2023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계약 기간 4+2년, 최대 152억 원에 사인했다. 역대 최장 계약은 NC 박민우가 갖고 있다. 박민우는 2022시즌 뒤 원소속팀 NC와 8년(5+3년) 최대 140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역대 FA 누적 총액 1위는 SSG 최정이다. 통산 518홈런으로 KBO 홈런 기록을 보유한 최정은 2014년 11월 첫 FA 자격을 얻어 4년 86억 원에 사인하며 SK에 잔류했다. 이후 2018년 12월엔 6년 106억 원, 2024년 11월엔 전액 보장 110억 원을 더해 리그 최초로 FA 누적 총액 300억 원을 돌파했다. 반면 투수 부문에서 100억 원대 계약자는 단 한 명뿐이다. 양현종이 2021년 12월 KIA와 4년 총액 103억 원에 합의하며 투수 FA 100억 원 시대의 문을 열었다.
◇FA, 전력 강화의 가장 빠른 길= 그렇다면 왜 구단들은 FA 영입에 적극적일까. 이미 리그에서 검증된 자원을 통해 단기간에 약점을 보완하고, 즉시 성적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나 신인 육성과 달리 불확실성이 적고, 전력 상승효과가 즉각적이다.
NC는 2018시즌 뒤 양의지를 4년 125억 원에 영입하며 전력을 크게 끌어올렸다. 공수에서 완벽한 기량을 자랑한 양의지가 합류한 NC는 폭발적인 공격력과 젊은 투수진의 성장세가 맞물리며 2020년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2021년 통합 우승을 차지한 KT 역시 마찬가지다. KT는 NC처럼 초대형 계약은 아니었지만 필요할 때마다 박경수·유한준·황재균 등 핵심 자원을 영입해 꾸준히 전력을 보강했다. 지방의 한 구단 단장은 “FA 시장은 리스크가 크지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며 “결국 돈의 싸움이 아니라 철학의 싸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겨울, 최소 600억 시장 예고= 올해도 FA 시장은 뜨겁게 전개될 전망이다. 강백호와 박찬호가 벌써 여러 구단의 관심을 받고 있고, 박해민·김현수·이영하 등 준척급 FA들도 대거 포진해 있다.
특히 프로야구가 사상 첫 1200만 관중을 돌파하면서 각 구단의 마케팅 수입이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샐러리캡 상한액은 지난해 137억1165만 원에서 올해 143억9723만 원으로 올라, 구단들의 투자 여력도 넉넉하다. 여기에 구단이 지정한 프랜차이즈 선수 1명의 몸값은 샐러리캡의 50%만 반영돼 구단별로 십수억 원의 여유 자금이 생겼다.
국내 프로야구는 선수층이 두터운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상위권 선수 자원이 제한적이다. 그만큼 FA 자격을 얻은 A급 선수의 몸값은 시장이 열리면 곧바로 치솟는다. 올해 역시 활황이 예상되는 배경이다.
1999년 송진우가 FA 1호 사인을 남긴 뒤 26년이 흘렀다. 그사이 FA 시장은 억대 계약의 시대를 지나 누적 1조 원 시장으로 성장했다. 8일 개막하는 FA 시장이 또 한 번 ‘돈의 겨울’을 어떻게 기록할지, 야구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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