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축구 흑역사' 혼자 귀 닫던 클린스만, 이유 있었네..."5600만 국민이 모두 감독이다" 英 감독에게 조언
작성자 정보
- 최고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17 조회
- 목록
본문
[OSEN=고성환 기자] 한국에서 대실패는 그새 다 잊은 걸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번지르르한 말을 늘어놓고 있다.
클린스만은 3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더 선'을 통해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에게 몇 가지를 제언했다. 그는 "다른 걸 시도해 봐라.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자신의 직감을 믿고 과감하게 포메이션을 바꿀 필요가 있다. 스위스 상대 패배는 용납되지 않는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클린스만은 최근 더 선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미국 'ESPN' 방송에 꾸준히 출연하는 등 이제는 방송인이 된 모습이다. 그는 지난 2월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경질된 지 5개월이 되어가지만, 아직 불러주는 팀을 찾지 못했다.
최근 클린스만의 최대 주제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에 출전 중인 잉글랜드 대표팀. 더 선에서 활동하는 만큼 잉글랜드의 행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잉글랜드는 천신만고 끝에 8강에 올랐다. 16강전에서 슬로바키아를 상대로 무너질 뻔했지만, 종료 직전 주드 벨링엄의 극적인 동점골과 연장전 해리 케인의 역전골로 기사회생했다. 이제 잉글랜드의 다음 상대는 이탈리아를 꺾고 올라온 스위스. 두 팀은 오는 7일 준결승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8강전을 앞두고 클린스만이 또 입을 열었다. 그는 "잉글랜드가 이번 유로에서 뭔가 다른 걸 시도할 때가 됐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사우스게이트는 스위스와 8강전에서 4-4-2 포메이션으로 시작하고, 아이반 토니-해리 케인을 최전방에 두고 싶어 할 것"이라며 잉글랜드에 충고를 건넸다.
이어 클린스만은 "내 생각엔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사우스게이트도 같은 생각이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토너먼트에 임하는 감독이라면 자기 본능을 믿고, 인기 없는 결정이어도 절대 주저하지 말아야 하는 시기다. 8강이면 승리 혹은 탈락이다. 이기면 4강이고, 모두의 존중을 받을 수 있다. 잉글랜드와 독일, 프랑스, 스페인 같은 나라는 패배가 용납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추천이 아닌 확신이었다. 클린스만은 "4-4-2 포메이션은 거만한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때로는 다른 선택을 내려야 한다. 난 토니가 슬로바키아전에서 보여준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4-2-3-1은 이제 표준 포메이션이 됐다. 하지만 효과가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항상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포메이션을 변경했는데 효과가 없으면 다시 바꿀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클린스만의 조언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나름 선배라는 생각에서인지 전술적 이야기를 떠나 대표팀 감독이 가져야 할 책임까지 언급했다.
클린스만은 "나도 사우스게이트가 슬로바키아전에서 교체 카드를 아낀 사실에 놀랐다. 하지만 감독이라면 자기 선수단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선발 11명을 고수하고, 1000% 뒤집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 괜찮다. 하지만 당신에게 한 가지 의심이 있다면, 그게 바로 국가대표팀 감독이 할 일이다. 지금 일어나는 일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론에 휩쓸리지 말고 변화를 택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클린스만은 "사우스게이트는 아침 식사부터 늦은 밤까지 보이는 걸 토대로 스위스전 선발 명단을 결정할 것이다. 한두 명의 거물을 배제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결정을 내릴 용기가 있어야 한다"라며 "고향에는 5600만 명의 감독이 있다. 모두가 다른 결정을 내리길 원한다. 그 어떤 것으로도 주의가 산만해지는 걸 용납할 수 없다. 토너먼트를 시작하는 팀이 꼭 토너먼트를 끝내는 팀은 아니다. 끝까지 만들어 나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클린스만은 "난 잉글랜드가 뭔가 다른 걸 시도하면서 스위스를 놀라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건 훌륭한 옛날식 4-4-2 포메이션일 수 있다"라며 다시 한번 4-4-2 포메이션을 추천했다.
정말 말만 보면 명장이 따로 없다. 클린스만은 유로 조별리그 때부터 사우스게이트 감독을 향해 자기 철학을 조언했다. 앞서 그는 "버스 기사부터 언론 담당자, 공격수까지 모두가 신념으로 하나가 되도록 해야 한다"라며 "조별리그 이후 토너먼트는 재부팅의 시간이다. 새로운 대회와 같다. 잉글랜드는 긍정적인 분위기를 되찾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이번엔 4-4-2 포메이션을 콕 집어 추천하는 등 전술적 얘기까지 아끼지 않았다. 물론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케인은 한 칸 내려와 날카로운 패스를 뿌리며 수비를 뒤흔들 수도 있는 공격수인 만큼 토니와 투톱을 형성해도 이상하지 않다. 지금 잉글랜드의 경기력을 생각하면 뭐라도 변화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클린스만이기에 전혀 설득력이 없다. 4-4-2 포메이션은 그가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활용했던 전술이지만, 결과적으로 대실패였다. 클린스만은 손흥민을 조규성 파트너로 활용하며 투톱을 가동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여론에 휘둘리지 말라는 이야기도 비판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던 그의 한국 감독 시절을 떠오르게 할 뿐이다.
'원 팀'을 만들라거나 선발 명단이 고정돼선 안 된다는 조언도 황당하기 그지없다. 클린스만은 선수단 관리에 실패하며 손흥민과 이강인의 충돌을 막지 못했고, 흔들리는 박용우 고집과 김진수 배제, 부족한 벤치 자원 활용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 졸전 끝 4강 탈락. 한국 축구의 흑역사로 남은 클린스만이 약 5달 만에 자신의 과거는 모두 지워버리고 전문가인 양 충고하는 모습이 우스울 뿐이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선.
관련자료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