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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홍역 치른 안세영과 배드민턴협회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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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김경무 스포츠 칼럼니스트)

한국 배드민턴은 지난해 8월 파리올림픽 때 안세영의 여자단식 금메달 획득 직후 나온 '폭탄 발언'으로 한바탕 소용돌이에 빠졌다.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오랫동안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라켓과 신발의 개인 스폰서십 불허' 등 불합리한 관행과 제도 및 규정을 유지해온 것으로 속속 드러나면서, 김택규 회장 등 협회 집행부는 정부·국회와 언론의 질타를 넘어 전 국민적 지탄까지 받았다.

김택규 회장 이전부터 이어져온 배드민턴계의 나쁜 관행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면서 세계 정상권 배드민턴 강국으로 인정받던 한국 배드민턴계는 하루아침에 '쑥대밭'이 됐다. 이 때문에 2008 베이징올림픽 이용대-이효정의 혼합복식 금메달 이후 16년 만에 한국 셔틀콕에 값진 올림픽 금메달을 안겼던 안세영도 축하를 받기보다는, 팬들의 응원과 일부 내부 비판이라는 두 흐름 속에서 번뇌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지금, 이 사태는 어떻게 전개되고 있을까. 



한바탕 홍역 치른 안세영과 배드민턴협회 지금은?




전임 회장의 당선무효 확인소송으로 아직은 어수선 

결론적으로, 시간이 점차 흐르면서 그리고 새 회장 선거를 통해 협회 수뇌부가 바뀌면서, 한국 배드민턴은 다시 정상화의 길을 모색하는 중이다. 작금의 한국 배드민턴 상황은 두 가지 흐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안세영을 필두로 국가대표 선수들이 2025 시즌 초반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에서 눈부신 성적을 내며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반면 김택규 제31대 회장이 임기 만료로 물러나고, 1월23일 32대 회장 선거를 통해 당선돼 대한체육회 승인까지 받은 김동문 신임 회장(50) 체제의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정상화까지 아직 더딘 걸음을 하는 중이다. 여러 불안 요소가 내재해 있다.

특히 김택규 전 회장이 회장 선거가 자신한테 일방적으로 불공정하게 치러졌다는 취지로 2월1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 김동문 회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과 당선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하면서 협회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김동문 회장은 부회장 4명(김민섭 대덕대 교수 등)을 새로 임명하고, 임방언 정관장 감독을 전무로 선임하는 등 새 집행부를 내세워 협회 행정의 안정화 및 개혁을 꾀하고 있다. 이런 노력 속에서도 김 회장은 4월 중 나올 것으로 보이는 법원의 결정을 노심초사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개인 스폰서십을 요구하고 있어 협회로선 요넥스와의 메인 스폰서 계약도 일부 조정해야 하는데, 쉽지는 않다. 협회 관계자는 "김동문 회장으로서는 새로운 시작 단계여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이런 와중에도 안세영(23·삼성생명)은 올해 들어 출전한 BWF 월드투어 4개 대회 모두 독보적 기량으로 우승하면서 건재를 뽐냈다. 20연승 파죽지세다. '슈퍼 1000' 시리즈인 말레이시아오픈(1월)과 전영오픈(3월), '슈퍼 750' 시리즈인 인도오픈(1월), '슈퍼 300' 시리즈인 프랑스 오를레앙 마스터스(3월)에서 연이어 우승하며 상금도 이미 수억원대를 챙겼다. 말레이시아오픈은 여자단식 우승상금이 9만1000달러(1억3300만원)다.

그럼에도 안세영으로서는  2023년 항저우아시안게임 때부터 자신을 괴롭혔던 다리 부상을 극복하는 게 여전히 최대 과제다. 특히 전영오픈 때는 오른 허벅지 부상으로 자칫 우승 문턱에서 좌절할 뻔했다. 세계 2위 중국 왕즈이(24)와의 결승에서는 첫 게임을 13대21로 내주고 두 번째 게임에서도 후반까지 뒤지는 등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특유의 강한 체력과 끈질긴 정신력으로 극복해 내며 기어코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경기 뒤 그가 BWF 측과의 코트 내 인터뷰에서 "올해 전영오픈 우승은 나의 경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매우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나 자신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한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그러면서 영어로 "I am a queen now(나는 이제 여왕이다)"라고 외쳤다. 



한바탕 홍역 치른 안세영과 배드민턴협회 지금은?




선수단 불화설 이후 국가대표 새 코칭 스태프 누구일지도 관심 

올해 4개 대회를 통해 그동안 라이벌이던 중국의 천위페이(27·세계 13위)나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27·5위)는 이제 더는 안세영한테 큰 위협이 안 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대신 왕즈이와 가오팡제(27·세계 15위) 등 중국의 새로운 선수들이 대항마로 떠올랐다. 말레이시아오픈에 이어 전영오픈 결승에서 안세영과 만난 왕즈이는 "둘이 높은 수준의 플레이를 했다. 디테일에서 차이가 있었다. 반성할 게 너무 많다. 전체적으로 나의 경기력에 만족하지만 안세영으로부터 많이 배웠다. 오늘의 경기를 간직하고 다시 그와 플레이할 것이다"라며 다음 대회에 대한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안세영이요? 경기 자체를 끌고 다닐 수 있는 경지에 온 것 같아요. 부상 관리만 잘하면 앞으로 누가 그의 독주를 막겠습니까?"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복식 금메달리스트 출신 지도자인 하태권 SPOTV 해설위원의 평가다. 전영오픈 때 대표팀 코치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던 이용대 요넥스팀 플레잉 코치는 지난 1월 언론 인터뷰에서 "안세영과 경기를 할 때는 벽과 맞서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내가 안세영과 맞붙어도 질 것이다. 볼(셔틀콕)이 계속 돌아오고 결코 (랠리가)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풋워크가 좋고 체력적으로 잘 준비돼 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극찬한 바 있다.

전영오픈 뒤 안세영은 휴식을 취하면서 소속팀 트레이닝 센터에서 3주 정도의 기한으로 재활을 하고 있다. 정밀검진 결과 오른쪽 내전근(허벅지 안쪽 근육) 부분 파열 진단을 받았다. 때문에 4월8일 중국 닝보에서 열리는 아시아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는 출전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미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상황이라 아시아선수권까지 우승하면 배드민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하지만 안세영은 대기록보다는 부상 회복이 최우선이라는 판단 아래 대한배드민턴협회에 진단서를 제출하고 출전을 포기했다. 전영오픈 우승 뒤 귀국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그랜드슬램이 큰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답했던 안세영이다. 그렇지만 재활 뒤 4월27일~5월1일 중국 샤먼에서 열리는 2025 수디르만컵(세계혼합단체전)에는 출전해 한국팀 우승에 힘을 보태겠다는 계획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가 공개 모집을 통해 4월 중 선정할 것으로 보이는 국가대표팀 새 감독과 코치진도 안세영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협회는 지난 3월 한 달 동안 지원신청을 받았는데, 외부에는 지원자를 공개하지 않는다. 전영오픈 때까지 대표팀은 삼성생명 소속 지도자(정훈민 감독, 조건우 코치)와 여자단식 전담인 인도네시아 출신 로니 아우구스티누스 코치, 이용대 코치 등에 의존해 왔다. 안세영은 그동안 로니 전담코치의 지도를 받아왔다. 과거 코칭 스태프와 매우 불편한 장면을 연출했던 안세영이었기에 새 코칭 스태프의 면면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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