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중 아니면 보호도 없다…KIA 황동하 사례가 보여준 KBO 규정의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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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KIA) 타이거즈 투수 황동하는 지난 5월8일 인천 원정을 왔다가 숙소 근처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우회전 차량에 치였다.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갔지만 요추 2번, 3번 횡돌기 골절 진단이 나왔다. 6주간 보조기를 착용해야 할 정도의 중상이다. 지금은 보조기 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데, 사고를 낸 운전자와의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황동하는 KBO 부상자 명단에는 오르지 못했다. KBO리그 규정 제14조 ‘현역선수 등 등록’ 제3항은 “KBO 정규시즌 경기 또는 훈련 중 부상을 당한 경우”만 부상자 명단 등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경기 외적인 사고로 인한 부상은 명단 등록이 불가능하다. 황동하로서는 사뭇 억울한 일이다. 부상자 명단 등재 여부는 자유계약(FA) 자격 일수와도 관련이 있는 탓이다.
현재 KBO는 1군 등록 일수가 145일 이상일 경우 FA 1시즌으로 인정하고 있다.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 최대 30일까지 1군 말소 상태에서도 등록 일수가 인정된다. 이 제도 덕분에 선수들은 과거처럼 아픈 것을 꾹 참고 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황동하처럼 ‘훈련·경기 외’ 사고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다.
황동하는 교통사고 전까지 올해 등록 일수가 48일이었다. 요건 충족에는 97일이 부족해 후반기 개막 뒤 바로 복귀해도 145일 요건 충족이 쉽지 않다. 재활군에 합류해 훈련하고 실전 감각을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현장에서는 “재활 중 야구장에서 일부러라도 다쳐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씁쓸한 농담까지 나오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부상자 명단에 대해 훨씬 유연한 자세를 취한다. 선수의 부상이 경기장 외에서 발생하더라도, 그것이 경기 출전이나 훈련에 영향을 미친다면 부상자 명단(IL) 등록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집에서 화분을 옮기다 발을 다치거나, 반려동물과 놀다 손가락을 골절한 경우도 등재 대상이다. 물론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부상의 정당성과 등재 기간을 별도로 검토하기도 한다. 참고로, 메이저리그에서는 FA 자격 취득을 위해 6년간 서비스 타임(시즌당 172일)이 필요한데 부상자 명단에 등록된 선수도 40인 로스터에 속해 있다면 서비스(등록) 일수는 계속 누적된다. KBO와는 차이가 크다.
황동하는 주거지 부근에서 개인 일정을 하던 중 다친 게 아니다. 경기를 위해 팀과 함께 타지로 왔다가 의도치 않게 사고를 당했다. 제 실력을 막 보여주려 할 때 몸이 다친 것도 속상한데 선수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FA 등록 일수도 미달하게 됐다. KBO에 따르면, 현행 규정상 선수단이 경기를 끝내고 숙소를 돌아가던 중 사고가 난다고 해도 부상자 명단에는 오를 수가 없다고 한다.
장동철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은 “스프링캠프 등 시즌 전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한 경우에도 부상자 명단 등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KBO에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면서 “황동하 사례도 그렇고, 작년 에스에스지 박지환 사례(경기 중 다쳤는데도 기한이 지나서 부상자 명단 미등재)도 있다. 불합리한 사례들이 반복되고 있는데, 선수 권익 보호를 위해 규정 보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프로야구의 중심은 선수다. 그들의 노력과 열정이 모여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황동하처럼 억울한 선수가 나오지 않도록 KBO의 보다 유연하고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규정의 경직성이 선수 권익을 침해하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김양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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