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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다,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패했다"…이승엽 감독에게 '18이닝 무득점'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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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억울하다.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패한 것 같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참담함에 고개를 숙였다. 두산은 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kt 위즈와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서 0-1로 졌다. 2일 열린 1차전에서 0-4로 완패한 여파가 2차전까지 이어졌다. 정규시즌 4위 두산은 1승 어드밴티지를 안고 5위 kt와 맞붙었지만, 제대로 된 반격을 단 한번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2015년부터 도입된 와일드카드 결정전 역사상 4위팀이 1차전에서 패한 사례는 올해를 포함해 모두 3차례뿐이었는데, 앞선 2차례는 모두 4위팀이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올해는 두산이 18이닝 무득점으로 침묵하면서 처참히 무너졌고, 와일드카드 결정전 10년 역사상 처음으로 탈락한 4위팀이라는 불명예를 맛봤다.

이 감독은 가을 무대에서 단 1승도 챙기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 이 감독이 부임한 첫해인 지난해 두산은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했으나 1차전에서 9-14로 패하면서 단 1경기 만에 탈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당시에는 타선이 장단 14안타를 몰아치면서 화력을 뽐냈지만, 마운드가 완전히 무너진 탓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올해는 4위팀의 이점을 전혀 살라지 못할 정도로 공격력이 처참했다. 두산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역대 최다인 18이닝 무득점 신기록을 썼다. 1차전 9이닝에 2차전 7이닝까지 무득점했다. 종전 기록은 KIA가 기록한 14이닝이었다. KIA는 2016년 10월 10일 LG 트윈스와 1차전에서 1이닝 무득점, 그해 10월 11일 LG와 2차전 9이닝 무득점에 이어 2018년 10월 16일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와 1차전 4이닝 무득점까지 3경기를 더해 14이닝 무득점 신기록을 작성했다. 두산은 KIA의 기록을 올해 2경기 만에 뛰어넘을 정도로 맥없는 공격을 펼쳤다.

타선의 침묵이 너무도 뼈아팠다. 두산은 1차전과 2차전 모두 정수빈(중견수)-김재호(유격수)-제러드 영(좌익수)-김재환(지명타자)-양석환(1루수)-강승호(2루수)-허경민(3루수)-김기연(포수)-조수행(우익수)으로 동일한 선발 라인업을 짰다. 안방마님 양의지가 왼쪽 쇄골 염좌로 타격이 어려워 선발 출전이 불가능한 가운데 김기연을 대신 투입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체 카드가 없었다.

마운드는 선발 최승용이 4⅔이닝 무실점 쾌투를 펼친 가운데 이영하(0이닝)-이병헌(1이닝 1실점)-김강률(1이닝)-김택연(2⅓이닝)이 단 1점만 내주는 릴레이 호투를 펼쳤지만, 점수를 아예 뽑지 못한 타선 탓에 전혀 반격할 수가 없었다.











이 감독은 2경기 만에 끝난 가을을 되돌아보며 "우선 2패를 했기에 시즌을 마감해 마음이 아프다. 억울하다. 4위로 마쳤기 때문에. 2경기에서 무득점으로 끝나서 점수를 내지 못한 게 아무래도 야구는 홈플레이트를 누가 많이 밟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패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삼켰다.

18이닝 무득점이라는 참담한 결과에서 다음 시즌 과제를 엿볼 수 있었다. 두산은 현재 고액 FA 야수인 양의지, 양석환, 김재환, 허경민, 정수빈 등의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젊은 야수들은 이들과 경쟁 구도를 전혀 그리지 못할뿐더러 분위기를 바꿀 교체 카드로도 마땅치 않아 시리즈 2경기 내내 변화를 꾀할 수가 없었다. 은퇴 선수인 오재원의 수면제 대리처방과 관련된 선수들이 빠져 뎁스가 얇아진 여파도 있지만, 낙제점에 가까운 야수 육성의 현실도 분명 되짚을 필요가 있다.

이 감독은 "잘 치고 잘 다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기전에서는 얼마나 뒤 타자에게 연결을 잘 해주고, 실수하지 않고 찬스가 왔을 때 놓치지 않는 응집력이 중요하다. 찬스가 왔을 때 디테일한 야구가 되지 않아서 여러가지 문제점이 나왔다. 베테랑이 많다 보니까 장타력에서 정규시즌에는 재미를 많이 봤는데, 단기전에서는 장타가 터지지 않다 보니까 힘들게 경기를 치렀던 것 같다. 내년을 위해서는 조금 더 공격적인 야구도 중요하고, 디테일한 야구도 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김)재호도 마찬가지고, (김)재환이, (양)석환이, (정)수빈이, (허)경민이 등 베테랑 위주다 보니까. 어린 선수들과 경쟁 체제가 되지 않는다. 젊은 선수들이 올라오지 못해 베테랑에 의존해야 했다. 주전과 백업의 실력 차이가 많이 나다 보니까 중용하는 선수들만 중용할 수밖에 없는 게 문제다. 어떻게 격차를 줄이느냐에 따라 강팀이 될 수도 있고, 이대로 흘러갈 수도 있다.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시즌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야구장에 나오는 게 행복하면서도 선수들과 하루하루 스트레스를 받는 직업이지만, 선수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도우려 했다. 내가 아직 부족한 것 같다. 죄송하게 생각한다. 2월 1일부터 10월 3일까지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내가 부족했다. 선수들이 제일 고생 많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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