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국민배우 안성기, 그린에 남긴 겸손 배려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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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의 그라운드] 국민배우 안성기, 그린에 남긴 겸손 배려의 품격](/data/sportsteam/image_1767754828759_12269790.jpg)
![[김종석의 그라운드] 국민배우 안성기, 그린에 남긴 겸손 배려의 품격](/data/sportsteam/image_1767754829255_26589312.jpg)
'국민 배우' 안성기가 74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어간 뒤 추모의 물결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70년 가까이 연기 외길을 지킨 한국 영화의 살아 있는 전설이라는 상징성뿐 아니라 스크린을 넘어 사회 구석구석에 끼친 고인의 선한 영향력은 늘 존경과 추앙의 대상이었습니다. 본업인 연기에만 전념하며 CF 출연, 정계 입문 등 주변의 끈질긴 권유에도 한눈 팔지 않았습니다. 후배를 비롯한 주변인들에게 늘 가르침과 솔선수범의 대명사였습니다.
이러한 따뜻한 풍모는 고인이 생전에 즐겼던 골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소설가 고 최인호 작가의 소개로 골프를 처음 접한 한때 70대 타수도 곧잘 쳤으며 꾸준히 80타 전후를 치는 아마추어 고수입니다. 드라이버샷 비거리도 230∼240야드를 기록할 정도로 장타를 날렸습니다. 고인의 스윙은 골프 교본처럼 아름답다는 평가를 듣습니다. 하지만 고인은 골프가 단순한 게임이 아닌 매너 스포츠로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철학을 철저하게 실천했습니다.
고인은 과거 인터뷰에서 "몸을 부딪치는 운동은 잘 못하고 상대를 속이는 동작도 싫어한다. 골프는 개인이 하기 나름이라 생각하니 나한테 잘 맞았다"라며 "연습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혼자 할 수 있고 그래서 좋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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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과 자주 골프 라운드를 했던 윤은기 한국협업발전포럼 회장은 "안성기 씨의 골프 매너는 모범생 그 자체다. 룰을 엄격하게 지키고 다른 사람 공이 옆으로 나가면(사라지면) 꼭 같이 따라가서 찾아준다. 벙커 정리를 끝까지 하고, 그린에서는 다른 사람 퍼팅할 때 끝까지 지켜봐 준다"라고 회고했습니다.
동반자뿐 아니라 고인은 캐디에게도 친절하다는 표현을 뛰어넘어 공손하다 싶을 정도로 뛰어난 매너를 보였다는 게 지인들의 전언입니다.
윤 회장은 고인이 샷이글을 기록한 2019년 6월 3일 해비치CC에서 라운드를 특별한 추억으로 꼽았습니다. 당시 두 명의 다른 동반자는 만화가 허영만 화백, 심리학자인 고려대 허태균 교수였습니다. 12번 홀에서 야마하 7번 아이언으로 한 두 번째 샷이 컵에 빨려 들어간 겁니다. 다른 동반자들이 일제히 축하한다고 야단법석이었지만 정작 고인의 반응은 이랬다고 합니다. 쑥스럽게 웃더니 "이게 제가 한 게 아니고 하늘이 만들어 주신 겁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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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2019년부터 불의의 혈액암으로 투병 생활을 이어왔습니다. 오랜 세월 영화배우 중심의 골프 모임인 싱글벙글 골프단 단장을 맡은 그는 2020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홍보대사로 위촉됐습니다. 골프를 통한 나눔과 자선행사에 관심이 많았던 고인은 "골프는 우리 인생과 비슷한 묘한 매력이 있다. KPGA와 KPGA 소속 많은 선수가 지닌 개성과 매력을 널릴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당시 고인에게 홍보대사직을 권유한 구자철 KPGA 회장은 "대중에게 안정적이고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안성기 씨의 이미지와 KPGA가 지향해야 할 방향과 일맥상통했다"라고 위촉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LPGA투어와 K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 여자 선수들과 그 인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진 느낌을 주는 한국 남자프로골프의 재도약을 바라는 성원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KPGA 홍보대사 활동을 계기로 고인은 골프 연습도 재개하며 필드를 향한 열정을 보였습니다. 홍보대사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게 다시 골프장을 향하게 한 원동력이었습니다. 그만큼 자신이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늘 자신을 낮추고 유명인답지 않게 겸손한 면모는 골프 행사장이라고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고인이 인천 스카이72골프장에서 열린 미국 LPGA투어 하나은행 챔피언십 공식 프로암대회 만찬 행사에 참석했을 때였습니다. 테이블을 돌며 일일이 와인을 따라주면서 "제가 따르겠습니다. 그래도 배우가 따라야 술맛이 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해 다른 참석자를 감동하게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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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교포 골프 사업가 램버트 심(한국명 심원석) 씨는 중국 하이난 미션힐스 골프클럽에서 고인을 만난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경기고 졸업 후 유학을 떠나 미국 미시간대학을 졸업한 심 씨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거주하며 다수의 한국 골프 선수 미국 무대 진출을 도운 헌신적인 인물입니다. 심 씨는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이진명), 최혜용 등과 미션힐스 골프클럽 초청을 받아 현장을 찾았는데 고인과 저녁 식사를 같이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고인은 어린 선수들에게 진심 어린 덕담을 아끼지 않고, 모든 식사 비용까지 직접 냈습니다. 심 씨는 "그때 느꼈던 선생님의 인자함과 따스한 온기가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가슴 깊이 남아 있습니다. 참 따뜻한 분이셨다"로 애도했습니다.
![[김종석의 그라운드] 국민배우 안성기, 그린에 남긴 겸손 배려의 품격](/data/sportsteam/image_1767754830304_25946636.jpg)
고인은 잘 웃고 잘 듣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골프장뿐 아니라 영화 시사회, 문화 예술 행사 등에서 늘 겸손하고, 말수가 없고, 씩 웃는 게 전부였습니다. 자기 말은 웃음으로 때우고 남의 말은 끝까지 진지하게 듣는 경청자였습니다. 롱퍼팅에 성공해도 멋쩍게 웃을 뿐이었습니다. 배우가 되면 겉멋이 들기 마련인데 고인에게는 그런 모습이 전혀 없었습니다.
고인과 40년 넘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지닌 배우 박중훈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골프가 안 될 때 예민한 거 같다'라는 지적에 '골프가 안 돼도 기분 상해 하지 말 것, 동반자 신경 쓰이게 하지 말 것'이라고 적은 쪽지를 갖고 다녔던 분이다"라고 회상했습니다.
그러면서 박중훈은 "(안성기) 선배에게서 한결같은 사람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꼈다. 그를 선배로 모시고 많은 걸 배웠는데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다"라고 작별의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세대와 시대를 넘어 많은 이들의 마음에 남아, 우리 사회에 밝은 빛이 돼줬다"라고 했다. 고인과 경동중 동창이자 60년도 넘는 죽마고우인 가수 조용필은 빈소를 찾은 뒤 "잘 가라고, 가서 편히 쉬라고 얘기하고 싶다. 성기야, 또 만나자"라고 말했습니다.
고인은 극장에서만 빛난 것이 아니라, 일상과 인간관계 속에서도 '국민 배우'라는 이름에 걸맞은 품격을 보여줬습니다. 고인의 삶은 "좋은 배우는 곧 좋은 사람이다"라는 진리를 증명했습니다. 이제 그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남겨진 작품과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입니다. 그 따뜻한 미소는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겁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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