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월드컵 파행… 내년 월드컵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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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축구가 아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열린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16강전에서 첼시(잉글랜드)가 벤피카(포르투갈)를 4대 1로 꺾은 뒤 엔조 마레스카 첼시 감독이 남긴 말이다. 이날 경기는 무려 4시간 38분간 이어졌다.
첼시는 경기 종료 4분 전까지 1-0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레 뇌우 경보가 발령되면서 경기가 2시간가량 중단됐다. 웬만한 폭우와 폭설은 이겨내는 축구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경기 재개 뒤 경기장 분위기는 이전과 사뭇 달랐다. 에너지를 되찾은 벤피카가 동점골을 터트리면서 경기는 연장전에 돌입했다.
북중미월드컵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날씨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리허설 격인 이번 대회에서 낙뢰와 폭염이 경기 흐름을 바꾸는 일이 반복되면서다.
K리그를 대표해 나선 울산 HD도 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프리카공화국)와의 대회 첫 경기서부터 낙뢰를 경험했다.
선수들은 불볕더위와도 사투를 벌이고 있다. FIFA는 이번 대회에서 일부 경기 킥오프 시간을 정오와 오후 3시로 정했다. 전체 63경기 중 35경기가 오후 5시 이전에 편성됐다. 대낮 경기를 불사하는 건 유럽의 황금 시간대에 경기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다. 이 시간대 미국 동부 지역에선 기온이 30도 중반까지 치솟는다.
이 때문에 벤치가 텅텅 비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도르트문트(독일)는 지난 22일 조별리그 2차전에서 전반전 동안 벤치 선수들을 라커룸으로 대피시켰다. 선수들은 더위를 피해 TV로 경기를 지켜봤다. 첼시는 낮 온도가 치솟자 아예 훈련을 취소하기도 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의 미드필더 마르코스 요렌테는 “끔찍하게 더워서 발가락과 손톱이 아플 지경”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 같은 문제는 내년 월드컵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FIFPRO)는 “건강과 안전은 상업적 측면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극한 온도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마이크 팁턴 포츠머스대 교수는 1일(한국시간) BBC와의 인터뷰에서 “열 생리학적 관점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경기를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하는 것”이라며 “결승이라도 아침 시간대로 재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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